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현재 박근혜 정부는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경제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와 관련 숨겨놓은 돈을 어떻게 양성화할 것인지가 정치권과 경제계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소득이 발생하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하고, 세금을 정당하게 냈다면 돈을 숨겨 놓을 이유가 없다. 따라서 숨겨놓은 돈이라면 세금을 내지 않고 벌어들인 돈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김 사장은 고생 끝에 개발한 상품이 대박이 나 큰 돈을 벌었다. 매일같이 밀려오는 주문을 소화하기 힘들 정도였고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는 상품에 정신이 없었다. 매일 새벽 큰 가방에 돈을 가득 담아 집으로 가지고 오곤 했지만 피곤에 지쳐 자신이 얼마나 돈을 벌고 있는지 몰랐다. 그러다 해당 상품의 유행이 지나고 조금 한가해질 때쯤 자신이 부자가 된 것을 실감하게 됐다.

김 사장은 이제 넓고 좋은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을 보러 다녔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세금이었다. 그는 시장에서 물건을 팔 때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일이 없었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한 경우도 없었다. 모든 물건은 현금을 받고 팔았다. 제품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자재구입비도 현금을 주고 구입했다. 당연히 영수증은 챙기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돈을 많이 벌었음에도 세무서에 세금신고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주택을 살 때 구입자금에 대해 출처를 밝혀야 하는데 김 사장은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처를 밝힐 수가 없었다. 혹시 집을 샀다가 세무조사라도 나오면 그동안 내지 않았던 세금을 추징당할까봐 걱정돼 결국 좋은 집을 사는 것을 포기했다.

언젠가 시장에서 고생할 때 거래처 사장이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뽐내는 것을 부러워했던 김 사장은 이참에 집 대신 폼나게 외제차라도 타야겠다고 생각하고 수입차 매장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외제차 구입도 포기하고 말았다.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 보내거나 해외여행을 하는 것 역시 꿈도 못 꾼다. 그러다가 세무서에 적발돼 세무조사를 받지 않을까 걱정돼서다. 고액예금에 대해서도 자금출처를 조사한다는 소문에 겁이나 은행에 예금도 못하고 5만원권 현금을 장롱 깊숙이 숨겨놓고 매일 조금씩 꺼내 쓰고 있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됐음에도 다른 부자들처럼 '부자 티'를 낼 수 없는 김 사장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미신고 소득 출처 못 밝히면 증여세 과세

김 사장의 사례는 세금을 내지 않고 돈을 번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다. 국세청은 소득지출분석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국세청은 세무서에 신고한 소득보다 더 많은 돈을 소비지출한 사람을 적발해 자금출처를 묻거나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금을 신고하지 않은 사람은 등기나 등록되는 재산을 취득할 수도 없고 고액예금도 할 수 없다. 또 해외여행도 마음대로 갈 수 없고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만약 김 사장처럼 신고하지 않은 채 가지고 있는 재산이 세무서에 의해 발견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 어떤 소득으로 형성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사실대로 장사를 해서 번 돈이라고 소명한다면 사업소득세를 내야한다. 만약 밝히지 못하면 증여세를 내야한다.

이를 '증여추정'이라고 한다. 증여추정이란 납세자가 자금출처를 밝혀야 하는데 만약 밝히지 못하면 세무서에서 그 재산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따지지 않고 증여세를 과세하는 제도다.
◆금융자산 해외은닉 적발 시 조세범 처벌도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버진아일랜드의 내부기록 수백만건을 입수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전세계 부자 수천명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한국 국세청은 이 명단에 한국인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명단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에 금융자산을 은닉하고 있다가 국세청에 적발되면 어떻게 될까. 우선 해외금융자산의 잔고가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다음해 6월 말까지 국세청에 신고해야한다.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년 미신고금액의 최고 10%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 5년간 신고하지 않으면 50%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뿐만 아니라 그 자금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밝혀야 하며 밝히지 못하면 증여세를 내야한다. 증여세는 30억원 이상인 경우 50%이며, 무신고가산세 40%와 매년 10.95%의 무납부가산세를 더해서 내야한다. 증여세와 과태료, 가산세까지 합하면 적발된 금액을 전액추징 당하고도 모자라 없는 돈을 보태서 내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조세범처벌법으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지하자금 찾기 노력 계속돼야

국세청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5년간 28조5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해에 5조7000억원을 더 거둬들여야한다.

지난 2011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세금은 6조6000억원 정도다. 만약 국세청이 5조7000억원을 세무조사를 통해 거둬들이려고 한다면 2011년에 추징했던 금액을 두배가량 늘려 추징해야 한다. 세무조사업체를 두배로 늘리든, 추징세액을 두배로 늘려야 가능한 숫자다.

기업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에서 세금추징을 2011년보다 두배로 한다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세청은 지하자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숨겨놓은 돈을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조사국 직원을 400명가량 증원했다. 또 고액현금거래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된 현금거래내역에 대한 정보를 직접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정부의 세수 증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평한 세금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도 숨겨진 지하자금을 찾아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지하자금 양성화 정책의 방향성은 바람직하고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정책 중 하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