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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카드사 등 주요 금융사들이 잇따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고객 신뢰를 구축하고 서민들을 위한 금융권이 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속내는 울상이다. 금융권의 자발적인 정책이라기보다는 정부와 금융당국 강요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소비자 중심 금융사로 거듭나겠다?
신한은행은 4월1일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금융소비자 중심 헌장'을 선포했다. 매달 1일을 '소비자중심 실천의 날'로 정하고 모든 영업점에 소비자보호 상담 책임자를 두기로 했다. 서진원 행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는 은행의 신뢰, 나아가 생존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든 일에 고객중심'이라는 행동강령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2분기 조회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고객과 관련된 상품과 금융서비스, 업무처리와 제도 등 모든 시스템과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고객과의 상생'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이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과 가계부채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 행장은 이와 함께 중소기업을 돕고자 지난달 출범한 '창조금융추진위원회'를 언급하며 "재무·담보평가 중심의 신용평가와 여신심사 관행을 개선하고 장기관점의 투자형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초 2013년을 '금융소비자보호 혁신의 해'로 정하고 수석부행장 직속의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신설했다. 기존의 고객서비스(CS)부서와 상담부서를 소비자보호팀으로 통합한 것. 조준희 행장은 "금융환경의 가장 큰 변화는 '금융소비자보호'"라며 "'우리 스스로 사고 싶지 않은 상품은 결코 판매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KB국민카드는 최근 KB국민카드 본점에서 'KB국민카드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선포식을 개최했다. 소비자권익 보호가 최고의 가치임을 인식하고, 금융상품 및 서비스 품질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 또한 고객가치를 최우선시 하는 원칙을 재확립하고, 전 임직원의 금융소비자보호 마인드도 확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신한카드는 올해부터 고객만족도(CSI) 및 소비자보호 지표를 부서 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고객만족도는 콜센터, 홈페이지, 카드배송 등 9개 채널을 이용한 고객들에게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친절성, 이용편의성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근거로 활용된다. 또 작년 하반기부터 업계 최초로 도입한 소비자보호지표의 목표를 상향하고 이를 올해부터 부서 평가에도 반영키로 했다.
◆겉과 속 다른 금융소비자 보호 전략
이처럼 은행과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보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정반대다.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은 개인정보 유출과 가산금리 편법조작, 학벌 차별금리 적용, 과도한 수수료 등 부실한 전산관리와 편법영업 논란이 지속돼 왔다. 여기에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으로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속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고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카드사들 역시 카드 전산오류와 가맹점수수료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금융사들의 경영실태를 재점검하고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를 요구한 것. 사실상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시작된 셈이다.
은행들의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지원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올 1분기(1~3월) 중소기업 대출규모를 보면 전년 동기대비 약 11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기 대출 증가액(4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은행권 저소득·저신용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도 비슷한 흐름이다. 올 들어 3월 말까지 신규 대출액이 49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7.1% 늘어났다. 새희망홀씨의 재원은 각 연도 영업이익의 일정비율만큼을 사용키로 한 은행간 협약을 근거로 조성된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금융환경 속에서 연체율 관리가 어려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지원규모를 늘리는 것은 말 그대로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1분기 수익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익은 전년보다 무려 67.8% 줄어든 2137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 역시 전년 동기대비 41.8% 급감한 4813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초라하기는 매한가지다. KB금융은 전년 동기대비 31.0% 줄어든 4115억원, 하나금융은 78.2% 감소한 28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가맹점수수료체계 개편 여파로 카드사들의 수익도 크게 줄어들었다. 신한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6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66억원보다 13.9% 감소했다. 삼성카드도 1분기 순이익이 665억원으로 7% 줄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956억원으로 34.3%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대손상각 기준을 3개월 이상 연체에서 6개월 이상 연체로 변경하면서 충당금 383억원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에 따른 것이다.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656억으로 전년 대비 7.9% 감소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이익이 20~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의 영업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잇따른 금융소비자 보호강화 정책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소비자 중심 금융사로 거듭나겠다?
신한은행은 4월1일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금융소비자 중심 헌장'을 선포했다. 매달 1일을 '소비자중심 실천의 날'로 정하고 모든 영업점에 소비자보호 상담 책임자를 두기로 했다. 서진원 행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는 은행의 신뢰, 나아가 생존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든 일에 고객중심'이라는 행동강령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2분기 조회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고객과 관련된 상품과 금융서비스, 업무처리와 제도 등 모든 시스템과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고객과의 상생'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이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과 가계부채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 행장은 이와 함께 중소기업을 돕고자 지난달 출범한 '창조금융추진위원회'를 언급하며 "재무·담보평가 중심의 신용평가와 여신심사 관행을 개선하고 장기관점의 투자형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은행은 올해 초 2013년을 '금융소비자보호 혁신의 해'로 정하고 수석부행장 직속의 '금융소비자보호센터'를 신설했다. 기존의 고객서비스(CS)부서와 상담부서를 소비자보호팀으로 통합한 것. 조준희 행장은 "금융환경의 가장 큰 변화는 '금융소비자보호'"라며 "'우리 스스로 사고 싶지 않은 상품은 결코 판매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KB국민카드는 최근 KB국민카드 본점에서 'KB국민카드 금융소비자보호헌장' 선포식을 개최했다. 소비자권익 보호가 최고의 가치임을 인식하고, 금융상품 및 서비스 품질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 또한 고객가치를 최우선시 하는 원칙을 재확립하고, 전 임직원의 금융소비자보호 마인드도 확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신한카드는 올해부터 고객만족도(CSI) 및 소비자보호 지표를 부서 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고객만족도는 콜센터, 홈페이지, 카드배송 등 9개 채널을 이용한 고객들에게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친절성, 이용편의성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근거로 활용된다. 또 작년 하반기부터 업계 최초로 도입한 소비자보호지표의 목표를 상향하고 이를 올해부터 부서 평가에도 반영키로 했다.
◆겉과 속 다른 금융소비자 보호 전략
이처럼 은행과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얼핏 보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정반대다.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은 개인정보 유출과 가산금리 편법조작, 학벌 차별금리 적용, 과도한 수수료 등 부실한 전산관리와 편법영업 논란이 지속돼 왔다. 여기에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으로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속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고객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카드사들 역시 카드 전산오류와 가맹점수수료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금융사들의 경영실태를 재점검하고 소비자 권익보호 강화를 요구한 것. 사실상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시작된 셈이다.
은행들의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지원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올 1분기(1~3월) 중소기업 대출규모를 보면 전년 동기대비 약 11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기 대출 증가액(4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은행권 저소득·저신용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도 비슷한 흐름이다. 올 들어 3월 말까지 신규 대출액이 49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7.1% 늘어났다. 새희망홀씨의 재원은 각 연도 영업이익의 일정비율만큼을 사용키로 한 은행간 협약을 근거로 조성된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금융환경 속에서 연체율 관리가 어려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지원규모를 늘리는 것은 말 그대로 마른수건을 쥐어짜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1분기 수익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익은 전년보다 무려 67.8% 줄어든 2137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 역시 전년 동기대비 41.8% 급감한 4813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초라하기는 매한가지다. KB금융은 전년 동기대비 31.0% 줄어든 4115억원, 하나금융은 78.2% 감소한 28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가맹점수수료체계 개편 여파로 카드사들의 수익도 크게 줄어들었다. 신한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16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66억원보다 13.9% 감소했다. 삼성카드도 1분기 순이익이 665억원으로 7% 줄었다. 반면 KB국민카드는 1분기 당기순이익이 956억원으로 34.3%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대손상각 기준을 3개월 이상 연체에서 6개월 이상 연체로 변경하면서 충당금 383억원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에 따른 것이다.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656억으로 전년 대비 7.9% 감소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순이익이 20~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의 영업환경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잇따른 금융소비자 보호강화 정책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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