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두달 후 결혼할 예정인 A씨는 신혼집을 알아보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동안 A씨가 모아놓은 돈은 1억여원. 그러나 이 금액으로는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우아한 집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인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미기 위해 A씨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는 나중에 벌어서 갚으라며 1억원을 빌려줬다.

자신이 모은 돈과 아버지가 빌려준 돈으로 A씨는 신혼집을 마련했고, 두달 후 행복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세무서로부터 증여세를 내라는 안내문을 받게 됐다. A씨는 깜짝 놀라 세무서에 찾아갔다. 세무서에서는 아버지에게 돈을 받았으니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아버지에게 받은 돈은 나중에 갚기로 하고 빌린 돈인데 왜 증여세를 내야 하냐며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부동산과 다른 가족간 돈거래

세법에서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간에 오고간 돈거래는 채권채무관계로 인정하지 않는다. 즉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다.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으려면 납세자가 증여가 아니라 돈을 빌린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세법에서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고 차후에 이를 변제한 경우로서 그 사실이 채무부담계약서, 이자지급 사실, 담보제공 및 금융거래 내용 등에 의해 확인되는 경우에만 채권채무로 본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규정상 가족간에 돈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채무부담계약서(차용증)를 작성하고 돈을 빌린 후 차용증에 기재된 내용대로 이자를 지급한 사실이 금융거래로 확인돼야 채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가족간에 돈을 빌릴 때 차용증을 작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이 돈에 대해 이자를 주고받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가족간의 돈 거래는 증여로 과세받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이나 기타 재산의 경우에는 증여 후 3개월 내에 반환하면 증여한 것에도, 증여받은 재산을 반환한 것에도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금은 부동산 등과는 다르다. 현금을 증여한 경우엔 반환을 인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한달 전에 아버지로부터 일시적으로 돈을 빌린 후 갚았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렸을 때 위에서 언급한 대로 차용증을 작성하고 이자를 지급한 사실 등 채권채무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아버지에게 빌린 돈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내야하고 다시 갚았을 때도 증여세를 내야한다.

또한 이자를 줬다면 이자를 줄때마다 지급액의 25%에 해당하는 이자소득세와 이자소득세의 10%인 지방소득세를 원천징수한 후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이자를 지급하는 사람은 원천징수한 세금을 세무서에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이자를 받은 사람은 다음연도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적정이자보다 많거나 적어도 증여

아버지로부터 돈을 빌리고 차용증이나 이자지급내역 등에 의해 증여가 아닌 채권채무관계로 인정을 받았더라도 따져봐야 할 것이 또 있다. 이자가 적정한지 여부다. 적정이자란 재정경제부장관이 고시하는 이자율인데 2010년 11월5일 이후부터 연 8.5%의 이자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돈을 빌릴 경우 연 8.5%의 이자를 줘야 하고 연 8.5%보다 더 많이 주거나 적게 준다면 그 차액은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다. 이자를 받지 않고 빌려준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이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빌린 돈이 1억원 이상일 때만 이 규정을 적용한다. 세법에는 연 8.5%의 ±30%(최고한도는 3억원)까지의 거래금액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으므로 5.95~11.05% 사이의 이자를 받으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적정이자를 지급했더라도 돈의 출처를 파악한다. 세무서에서는 5년간 그 채무와 이자를 어떤 돈으로 변제했는지를 점검해 채무자의 소득으로 갚은 것이 아닌 경우에는 그 상황에 따라 증여세 등 세금의 과세여부를 따지게 된다.

◇대출보증도 증여대상

아버지가 아들에게 직접 돈을 빌려주지는 않았지만 아들이 금전적인 혜택을 받으면 이때도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잊지 말아야 한다. 예컨대 아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는데 신용이 낮아서 돈을 못 빌리거나 빌리더라도 높은 이자로 빌려야 할 때, 아버지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을 서서 아들이 낮은 이자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렸다면 아들에게 증여세가 과세된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다면 돈을 빌리지 못했거나 높은 이자로 빌렸을 텐데 아버지가 보증을 서줌으로써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즉 돈을 빌린 아들이 아버지 덕에 이자부분에서 혜택을 보게 된 것이므로 그 혜택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다는 논리다. 다만 아버지가 담보를 제공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이 1000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과세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건이 성립해 증여세를 과세했음에도 증여세를 납부할 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증여세의 납부를 면제해준다. 일반적인 증여의 경우에는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하지 못하면 증여자가 대신 납부해야 하는 연대 납세의무가 있지만, 이와 같은 경우에는 연대납세의무도 면제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