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인 김하나(26·여)씨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위해 광화문을 찾았다. 저녁식사시간이 가까워지자 김씨의 휴대폰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주변의 맛집 정보와 쿠폰을 지급하는 음식점들을 안내한 카드사의 빅데이터(Big data) 활용 마케팅서비스다. 김씨는 정보를 비교해 할인혜택이 더 좋은 음식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2. 주부 심순희(53·여)씨는 새벽 3시경 카드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유흥주점에서 카드가 사용됐다는 내용이었다. 상담원은 심씨에게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불법사용 여부를 물었다. 황급히 지갑을 열어본 심씨는 신용카드를 분실한 사실을 그때서야 알게 됐다. 평소와 다른 소비패턴에 카드사 FDS(Fraud Detection System·부정사용방지시스템)센터가 부정사용 징후를 감지한 것. FDS센터의 안내로 심씨는 신용카드의 부정사용을 막을 수 있었다.



카드사들의 빅데이터 활용이 늘고 있다. 그동안 카드사는 방대한 회원정보를 갖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활용에 제약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9월 금융당국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을 통해 카드사 부수업무에 빅데이터를 추가시킴에 따라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빅데이터 관련 신규상품 개발과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영업전략은 물론 마케팅, 상품출시 등 다양한 영역으로 빅데이터 활용을 확산하는 추세다.
 
◆카드사, 빅데이터 활용 상품 '호평'

 
신한카드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상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카드가 지난 3월 출시한 '큐브'는 2200만 고객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니즈가 높은 주요서비스를 선정,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큐브카드는 출시 3개월여 만에 11만장을 돌파했다.
 
하나SK카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광고수익까지 얻는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 5월 특허신청을 완료했다. 하나SK카드의 '겟모어' 앱은 고객의 카드사용 패턴에 따라 주로 이용하는 업종 및 가맹점을 선정하고, 고객에게 적합한 경품이벤트를 제공한다. 이때 고객이 경품을 추첨하는 대기시간을 이용해 해당가맹점의 광고를 노출하고 그 수익을 얻게 되는 구조다.
 
현대카드는 카드결제 정보를 활용해 소비자 트렌드 및 경기 변동상황을 분석해주는 '현대카드 X 빅데이터' 리포트를 공개했다. 이는 단순 업종별 매출비교를 넘어 주제 분야를 집중 분석해 자영업자에게 실제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기반의 '마이 비즈니스 사업지원서비스'를 통해 상권분석과 추천상권, 점포임대지식, 상권가이드 등을 제공함으로써 자영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FDS센터에서도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FDS센터는 고객의 평소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사고발생 개연성이 높은 거래에 대해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카드 부정사용을 직접 알리기도 한다.
 


◆빅데이터 활용, 카드사 CEO도 적극적
 
또한 카드사 CEO들이 빅데이터에 주목한다는 점도 관련시장의 성장가능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8월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취임식에서 경영방침을 발표하며 빅데이터를 일순위로 언급했다. 위 사장은 "신한카드가 확보한 2200만 고객은 업계 최대 수준"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인사이트(Insight) 역량을 차별화된 경쟁요소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는 지난 4일 카드업계 최초로 빅데이터센터 출범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빅데이터센터는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파트,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한 비즈니스 인사이트 파트, 빅데이터 플랫폼 파트 등 3개 파트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도 취임 1주년 간담회를 통해 빅데이터 활용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향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반기업과 가맹점을 대상으로 유료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 활용범위 기준 필요
 
빅데이터에 대한 업계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지만 개인정보 활용범위 등에 대한 문제는 선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는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수집해야 한다. 카드사가 빅데이터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경우 이 같은 항목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일부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은 카드사가 부담해야 될 위험요소다.  
 
아직은 국내에서 기업의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소송이 많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관련 소송이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법원은 지난해 11월 구글이 맞춤형 광고 제작을 목적으로 웹브라우저 '사파리'를 사용하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며 2250만달러(237억8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 9월에는 프랑스정부가 구글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30만유로(4억28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김종현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기업의 개인정보 활용이 늘어나면서 외국의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개인 프라이버시 및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 수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빅데이터
빅데이터란 기존의 방식으로는 저장이나 관리·분석이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크고 순환속도가 빠르며 형식이 다양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빅데이터의 잠재성은 디지털 스마트기기가 보편화되고 각종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의 활용은 2010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빅데이터의 세계 시장규모는 올해 162억달러에서 2017년 534억달러로, 국내 시장규모는 올해 1억6300만달러에서 2020년 9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