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판매를 거부한 74세 노인을 폭행한 중학생 불구속 입건, 자기 애완견을 때렸다며 이웃 노인을 숨지게한 30대 여성의 경찰서행, 주차된 차량을 빼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80대 노인을 폭행한 40대 구속….'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시대가 직면한 세대 간 소통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속시원히 답해주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세대와 직접 부딪쳐가며 '소통 노하우'를 터득한 사람의 조언에서 힌트를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를 통해 세대 간 소통 얘기를 풀어낸 나영석 PD를 만나 그가 터득한 '세대 간 소통법'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꽃할배>는 평균나이 74세의 시니어세대 4인(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과 평균나이 39.5세의 2인(배우 이서진, 나영석 PD)이 엮어가는 열흘간의 '소통일기'라고 할 수 있다. 두 세대가 긴 시간을 낯선 공간에서 지내며 불통을 소통으로, 오해를 이해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외국어 배우는 마음으로 함께 시간 보내라
"처음 그분들을 만났을 때요? 한국말을 하는데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죠. 그분들이 하는 말의 50%도 못 알아들었어요. 말씀의 의도, 무엇을 원하는지를 전혀 캐치하지 못했어요."
'꽃할배' 4인방과의 사전미팅에 대한 나영석 PD의 회고다. 그는 초반에는 '버릇없어 보이진 않을까'라는 두려움에 할배들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원로배우들에게 먼저 연락한다. 그리고 어르신들의 의중을 능숙하게 파악해낸다. 5분만 같이 있어도 숨막혀했던 서로가 지금은 만나면 세시간을 훌쩍 넘기는 사이가 됐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다른 세대를 일부러 만날 일이 없잖아요. 일 때문에 원로배우들과 열흘을 같이 붙어다녔고 절대적인 시간을 같이 지내다보니 그분들을 전보다 잘 이해하게 되더군요."
외국어를 배우듯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라. 나 PD의 '세대간 소통법 제1조'다. 이는 그를 변화시킨 가장 큰 요인이다.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알아가는 것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똑같습니다. 말이라는 게 의도가 있고 원하는 게 있는데 상대방이 이를 캐치해줘야 소통이 되죠. '어르신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만 해서 되는 게 아녜요."
현지로 어학연수를 1년간 다녀오면 달라지는 것처럼, 자신과 다른 세대라도 시간을 같이 보내다 보면 인간적·개인적으로 상대방에 대해 친근감이 생기고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그는 강조한다.
"서로 다른 세대가 어떤 필요에 의해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서로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하고 섭섭해 토라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게 되죠.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다른 세대를 일정부분 친구처럼 볼 수 있게 됩니다."
특히 그는 그 세대를 배려하기 위한 반응이 아닌, 본인의 진실을 보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은 이 사람이 나를 한 인간으로 대하는지, 노인 등 어느 특정 세대집단의 한 사람으로 보는지 금방 알아차립니다. 두렵더라도 진짜 리액션, 진짜 스킨십을 하세요."
젊은세대의 "제가 할게요"가 다 망쳐
나 PD의 '세대간 소통법 제2조'는 '섣불리 모시려들지 말라'다. 젊은세대들이 윗세대와 함께 있을 때 으레 하는 "제가 할게요"라는 말이 소통을 단절시킨다는 것.
이는 이서진과 할배들의 시각차를 목격하면서 깨달은 바다. 배우 이서진은 '꽃할배'들과 다니며 본인이 할 도리를 다 하려했지만, 정작 할배들은 그러한 친절을 고마워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이서진이 차를 렌트하거나 환전할 때 할배들은 오히려 '내가 했으면 더 멋지게 잘 할텐데'라는 생각을 하더라는 것.
"이서진은 '여기 계세요. 제가 해올게요'라며 젊은 세대들이 배워왔던 '노인공경'을 실천한 건데, 어르신들은 앉아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괜히 나서서 젊은 사람 피곤하게 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주로 앉아계시던 분들에게서 '나도 렌트카 몰고 외국거리를 질주하고 싶다'는 욕망이 읽혔어요. <꽃할배> 마지막편에 이서진에게 휴가를 주고 어르신들 스스로 여행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때문이고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말 뒤에 남겨지는 시니어 세대들은 정보가 소거된 채로 젊은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젊은 세대의 노력에 자신의 운명을 수동적으로 맡기게 되는 셈. 이것이 열흘간의 여행에서 나 PD가 깨달은 점이다.
'모신다'는 명분하에 윗세대들을 주체에서 빠지게 하는 젊은 세대의 행동방식과 결정권, 그리고 욕망을 포기하고 알아서 '빠져주는' 시니어세대들의 사고방식이 교차해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된다는 얘기다.
"시니어세대를 '모셔야할 세대'로 여기기보다 나와 같은 욕망이 있는 한 사람으로 바라볼 때, 또한 시니어세대가 그러한 욕망을 과감히 말로 표현할 때 서로 간에 올바른 피드백이 오갈 수 있을 겁니다."
'그 나이대에는 다 그래'…고정관념 버려라
나 PD의 마지막 조언은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것. 60대 후반~70대 '꽃할배'들의 단골 배역은 근엄한 아버지, 가부장적인 가장, 권위적인 회장 등이다. 이는 이 사회가 그 세대에 투영하는 이미지, 쉽게 말해 고정관념이다. 나 PD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그 세대 사람들의 실제 모습은 고정관념의 상과 많이 달라요. 생물학적 나이가 다를 뿐, 그분들도 우리와 똑같이 싸우고, 토라지고, 화해하고, 작은 일에 감성적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주름만 더 많지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거죠."
특정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지 않으면 해당 세대의 사람들은 점점 이를 뛰어넘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게 되고, 그러는 사이 세대 간의 벽이 쌓이게 된다는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