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너지, 기대만큼은... 


"소주와 맥주가 만나니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이다."

하이트맥주가 진로소주와 통합하면서 얻은 세간의 평가다. 하이트진로는 2011년 9월부터 소주와 맥주에 대한 통합영업을 시작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초를 통합영업 원년으로 삼는다. 2012년까지는 부산 권역에 통합영업 테스트를 가진 시기였고 2013년 1월이 돼서야 전국적인 통합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강세인 '참이슬'(진로소주)과 하이트맥주의 연고지인 경남지역의 '하이트'가 만났으니 하이트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참이슬은 경남지역에서 보다 손 쉬운 영업이 가능할 거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는 희망가(歌)에 불과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통합영업을 시작했지만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 모두 점유율면에서 떨어진 데다가 실적마저 예상치를 밑돌고 있다. 국민주로 통하는 소주와 맥주가 만나 주류공룡의 행보가 점쳐졌지만 통합된지 1년, 뚜껑을 열고 보니 실상은 시너지는 커녕 두 주류의 실적 모두 떨어진 것이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 하락 거듭하는 맥주시장 점유율

통합영업으로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 부분은 영업인력의 경비 절감이었다. 그동안 맥주직원과 소주직원이 각각 맥주와 소주를 판매했지만 통합영업 이후 영업인력 한사람이 맥주와 소주를 함께 팔 수 있게 됐다. 통합영업으로 남는 인력은 식당과 같은 2차 영업지역에서 활동하게끔 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실적은 나오지 않았다. 하이트진로는 2013년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6%, 36.3% 감소한 5181억원과 406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통합원년인 2013년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이 2012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1조4319억원에 그친 셈이다. 4분기 예상치 역시 지난해의 부진을 털기 어려워 보인다.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4681억원으로 추산된다.

실적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맥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탓이다. 업계 추산 점유율 역시 40~41% 수준에 머물렀다. 경쟁사의 선전에 따른 점유율 하락과 수입맥주의 강세는 하이트진로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원인이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점유율이 60%에 육박하고, 수입맥주 역시 올해 하반기 7%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소주 쪽은 견조한 편이지만 맥주는 4분기 예상 실적 역시 점유율 하락 때문에 좋지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통합영업해서 실적이 좋아질 거란 예상이 있었지만)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제품 실적 역시 기대보다 부진했다. 하이트맥주는 자사의 주력맥주인 '하이트'와 '맥스' 외에 2010년 8월 '드라이피니시D'를 출시한 바 있다. 현재 드라이피니시D의 점유율은 약 5%까지 오른 상태다. 하이트진로 측은 신규 맥주가 5%의 점유율을 점한 것에 대해 고무적인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실적에 기여할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원은 "맥주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원인 중 하나로 성공했다고 할 만한 신제품이 없었다"며 "드라이피니시D의 5%대 점유율 역시 부진한 성적표"라고 지적했다.

가장 최근 출시한 '퀸즈에일' 역시 실적과는 무관하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는 제품 선점전략을 내세워 경쟁사보다 앞서 대형사 최초로 에일맥주인 '퀸즈에일'을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일단 맥주 맛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하지만 라거시장 중심인 한국맥주 시장에서 에일맥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단 1%에 불과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퀸즈에일은 하이트진로를 대표하는 맥주라기보다 '국산 맥주는 맛없다'라는 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출시했다고 보는 시각이 더 맞다. 하이트진로 역시 퀸즈에일 출시 당시 "대규모의 마케팅은 지양하고 맥주를 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맥주를 만들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맥주 점유율의 하락과 관련해 이영목 하이트진로 상무는 "상대방(오비맥주)이 잘한 부분도 있고 통합 이후 소주와 맥주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더 필요했다"며 "다행인 것은 점유율이 지난해 연초와 대비해 연말에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는 점유율면이나 시너지에서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기대와는 달리 증권사의 전망치는 2015년까지 2012년도의 실적을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2014년까지 연매출 2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연구원은 "맥주는 올해 1.5%정도 소폭 역신장할 것으로 보이고 소주의 성장은 2%에 그칠 것"이라며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점유율 회복세가 빠르게 나오지 않고 있다. 통합시너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여전히 안섞인 '소맥' 직원

소주와 맥주는 한 잔에 담고 휙 돌리면 섞이지만 소주직원과 맥주직원은 좀체 섞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이트맥주가 진로소주를 합병하면서 임직원도 하나가 된지 7년. 통합할 당시부터 둘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했는데 아직까지 그 틈이 완전히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영업사원에 따르면 "소주 출신 직원과 맥주 출신 직원이 한 팀으로 엮였지만 업무만 같이 할 뿐 술자리나 개별 모임은 소주끼리 맥주끼리 따로 한다"며 "조직문화가 합쳐지지 않은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카스처럼'에 대항하는 '디슬이'

소맥문화는 마케팅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분위기다. 마켓인사이트가 전국 소비자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첫 술자리(1차)주 음용주에서 소주·맥주·소맥(수주+맥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84.0%에서 2012년 86.3%로 늘었다. 특히 소맥 비중은 1.7%에서 11.7%까지 확대됐다.

이쯤 되니 소맥문화를 허투루 볼 수 없게 됐다. 현재까지 소맥을 만들어 마실 때 인기 있는 조합은 오비맥주의 '카스'와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이다. 이들 소맥 조합을 '카스처럼'이라고 부를 정도다. 하이트진로는 '카스처럼'에 대항해 자사의 맥주와 소주를 결합해 '드라이피니시D'와 '참이슬'을 결합한 '디슬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로서는 자사의 맥주도 팔고 소주도 파니 일거양득 마케팅인 셈이다. 아직까지 소맥강자는 '카스처럼'이지만 하이트진로는 일단 디슬이만 주류화된다면 소주와 맥주 모두의 판매 증가를 노릴 수 있다. 디슬이 전용 소맥잔까지 만들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