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 세글자가 갖는 의미는 막대하다. 외국인의 매수·매도 포지션에 따라 코스피지수가 오르내릴 정도니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돈지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이 역대 최장기간 매수세를 보인 8월23일부터 10월30일까지 코스피지수는 상승세를 보이며 2050선을 웃돌았다. 하지만 이내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서자 코스피지수는 1900선까지 떨어지는 등 변동폭을 키우며 1900~2000선을 오갔다.

외국인의 영향력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갑오년 새해 첫달이었던 지난 1월 외국인은 1조6717억원을 내다팔았으며, 여기에 기관까지 합세에 105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런 이유로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지난해 마지막 장이었던 12월30일보다 3% 넘게 빠졌다.

하지만 모든 종목에 대해 매도세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종합적으로는 매도 규모가 컸지만 매수한 종목도 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한 편식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1월28일 기준 지난 한달간 외국인의 러브콜이 이어진 종목은 시가총액 4위인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일 기준 60일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 1월 한달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권에 자동차 3인방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 외면, SK하이닉스 샀다

새해 첫 주식시장이 열린 지난 1월2일부터 28일까지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다름 아닌 SK하이닉스다. 이 기간 외국인은 1847억2900만원어치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였다.

사실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놓고 본다면 외국인의 매수 이유를 찾기 어렵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직전분기보다 하락했다. 매출액은 3분기보다 18% 감소한 3조4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7848억원으로 33% 줄었다.

중국 우시공장 화재사고로 인해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직전분기보다 1% 상승했으나 출하량이 13% 감소한 영향이다. 연간 매출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 1년 실적은 매출 14조1650억원, 영업이익 3조3800억원으로 매출의 경우 2012년에 비해 39%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는 직전분기보다 하락했지만 연간 실적개선에 성공한 건 같은 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와 유사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8조3100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5.95%로 감소했으나 연간 영업이익은 36조7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인이 선택한 건 SK하이닉스다.

김형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같은 반도체업체임에도 외국인이 SK하이닉스를 더 선호하는 이유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사업만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분야는 유망하지만 모바일사업에 대한 우려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투자 매력이 SK하이닉스보다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의 사랑은 반도체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다.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화재로 중단됐던 우시공장의 가동률에 따라 전망과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대체로 직전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영업이익은 출하량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가격 하락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며 직전분기보다 27% 증가한 996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윤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SK하이닉스가 메모리분야에서 공정이나 제품 기술력 전반에 걸쳐 선도(Top Tier)기업으로 부상한 만큼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5조1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이하로 내려가거나 지난해 급등한 D램 현물가격이 정상으로 돌아갈 경우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1월 외국인 매수 이어졌지만…

지난 1월 SK하이닉스 다음으로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오른 건 SK텔레콤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1675억원 규모로 SK텔레콤을 사들였다. 지난 1월 외국인 매수는 이어졌지만 향후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최남곤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통신업종의 주가 하락이 심화되고 있으나 지금 시점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알뜰폰과 통신업체간 점유율 경쟁 등 변수가 많다는 게 이유다.

최 애널리스트는 “알뜰폰으로 인해 성장률이 하락하고 현재와 같은 점유율 경쟁으로 인해 마케팅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올해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수급측면에서도 지난 1월에는 SK텔레콤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졌지만 매수 한도가 소진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최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한편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자동차 3인방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나란히 포함됐다. 외국인은 지난 1월 현대차를 2808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로 매도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2527억원, 2248억원을 내다팔았다. 다소 부진했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무래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해외자동차업체들과 경쟁을 하고 있어 실적 역시 해외자동차업체들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4분기에 해외자동차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외국인이 매도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자동차는 보기 드문 호황을 보였으나 현대차와 기아차는 3분기에 이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기아차는 러시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부진했으며, 내수시장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큰 폭으로 역성장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현대차는 3월에 선보이는 소나타의 판매 규모에 따라 실적과 주가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경우 신차 효과로 주가 반등은 빠르면 2분기부터, 실적은 하반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며 “기아차는 3분기 이후부터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