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말이면 스위스의 작은 휴양지 다보스는 수많은 외지인들로 북적댄다. 다보스에는 좋은 스키장이 있어 매년 겨울 스키어들이 이곳을 즐겨 찾기도 하지만 캐주얼, 정장 등의 복장을 보아 스키를 타러 온 건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한적한 시골마을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걸까?
올해 다보스를 찾은 이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빌 게이츠 전 MS 회장,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들이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노벨상 수상자, 석학, 국가원수 등 세계적 인사 2500명이 일제히 이곳에 모이는 이유는 바로 ‘다보스포럼’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은 무엇이며, 왜 이렇게 많은 세계적인 리더들이 참석하는지 궁금하다면 <다보스 이야기>를 통해 그 궁금증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보스포럼의 정식 명칭은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World Economic Forum Annual Meeting)다. 제네바대학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유럽의 기업인들과 비즈니스스쿨 교수들이 모여 산업이슈를 다루는 ‘유럽 경영인 심포지엄’(European Management Symposium)을 개최한 데서 시작됐다.
첫 포럼이 열린 1971년 당시 세계는 중동분쟁, 오일쇼크, 베트남전쟁 등 혼란과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었고, 인류가 당면한 힘겨운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서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다보스가 제격이라는 것이 슈밥 교수의 판단이었다. 휴양지 특유의 분위기에 포럼 참석자들은 경계를 풀고서 편한 복장으로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첫 회부터 31개국 450여 명이 참석해 성공적이었으며 이후 개최지역과 토론주제가 다양해지며 ‘세계경제포럼’으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다보스포럼이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 계기로는 1988년 그리스-터키 분쟁을 중재한 것이 손꼽힌다. 1987년 3월 두 국가는 에게 해를 사이에 두고 전쟁 직전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포럼 측의 지속적인 설득 끝에 이듬해 열린 포럼에 그리스와 터키의 총리가 만나 평화 협상 돌입했다. 마침내 양국 정상이 평화로운 해결을 약속한 ‘다보스선언’에 서명함으로써 양국간 분쟁이 종식되었다. ‘포럼외교’라는 명성을 얻게 된 이를 계기로 세계 공익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포럼의 모토를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Committed to improving the state of the World.’(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한다.) 이처럼 세계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포럼은 굵직한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 매김해왔다. 지금은 세계적인 어젠다 세팅 플랫폼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으며, 지구상 가장 핫하고 중요한 이슈의 중심에는 늘 다보스포럼이 있음을 보게 된다.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매년 뚜벅뚜벅 걸어온 다보스포럼. 앞길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