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하면 산? 여기엔 아시아 최대의 정글이 있다. 산동네는 눈 덮인 히말라야가 있지만 남쪽에는 해발 50~200m의 아열대기후가 펼쳐진다. 이곳에 코뿔소, 호랑이, 표범, 악어, 하마뿐 아니라 500종 이상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여기가 바로 치트완(Chitwan)이다.




비오는 치트완
◆같은 길을 가는 치트완

자연의 아침은 일찌감치 시작된다. 새벽부터 부산을 떠는 이유는 코끼리를 타고 정글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처음 코끼리를 탔다면 코끼리 멀미를 할 것이다. 시야가 생각보다 높고, 안전벨트 따위는 없다. 코끼리 등 위에 올려져 있는 네모난 평상에 앉아 나무펜스를 붙잡고 사정없이 흔들리는 데 한동안 속이 메슥거린다.

차츰 흔들림이 익숙해지면 이곳 시골마을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정글로 향하는 길은 사람, 코끼리, 차, 닭, 말 등 모든 발 달린 것들의 공용 도로다. 재미있는 건 둔해 보이는 코끼리가 작은 풀도 살살 피해가고, 닭들은 차 오는 소리는 못 들어도 코끼리가 뒤에서 오면 잘도 피한다. 동물적 감각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부지런한 아낙들이 물을 길어 가거나 장작을 나른다. 반면 이발소엔 남정네들이 넘쳐난다. 나뭇가지에 알뜰히 널어놓은 빨래, 어느 부뚜막에서 풍기는 밥 짓는 냄새, 길거리에 나와 있는 아이들…. 펼쳐진 논과 집들을 보니 한국의 70년대 농촌과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황소가 아닌 물소가 많고, 가끔 논 저 너머로 공작새를 볼 수 있는 점이랄까.


조금씩 동네와 멀어지고 정글이 가까워진다. 뭣 모르는 사람들은 키 큰 코끼리를 타고 싶겠지만 정글에 들어서는 순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나뭇가지에 걸려 얼굴이며 팔 다리에 자잘한 상처가 나기 십상이다. 이도 영광의 상처라 생각한다면 다행이고….

치트완 코뿔소
◆두근두근 정글탐험

‘쉿!’ 야생을 만나려면 소리를 죽여야 한다. 코끼리 운전사이자 정글 안내를 맡고 있는 어르신이 손가락으로 물웅덩이를 가리킨다. “코뿔소다!” 터져 나오는 소리를 틀어막고 셔터를 한번 누른다. 행여 코뿔소가 놀라 우리를 공격해 오지나 않을까 심장이 오그라든다. 와우! 이건 대단한 행운이다. 이곳에 야생동물이 사는 것은 맞지만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서 코뿔소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새벽부터 서두른 보람이 있다.


동물도 동물이지만 정글이 주는 울창함과 고요함, 한번씩 펼쳐지는 초원과 평소에 보지 못했던 희한한 나무를 보느라 이미 코끼리 평상의 흔들림은 잊었다. 원숭이들은 나뭇가지를 철봉 삼아 여행자들을 희롱하고, 한번씩 다시 숨을 죽이고 돌리는 시선에는 도망가는 사슴의 엉덩이, 공작새, 또 다른 원숭이, 이름 모를 새 등이 걸린다. 이번엔 또 어떤 동물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탐험’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이다.

치트완은 1984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예전엔 왕족의 사냥터였다. 특히 인도의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조지 5세가 이곳에서 수십 마리의 호랑이를 비롯해 코뿔소, 표범, 곰 등을 사냥했다고 한다. 한때 동물들의 멸종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남아시아 지역의 가장 성공한 자연보호구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치트완은 네팔 말로 ‘정글의 심장’이라는 뜻인데, 여의도의 110배 넓이라니 방금 둘러보고 온 정글은 ‘심장’은커녕 모세혈관 어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정글이 넓다 보니 이곳을 만끽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버드워킹’(bird walking)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 가이드는 말을 하다 말고 자주 손가락에 입을 갖다 대며 새소리를 들어보라 한다. 그렇지만, 새소리도 들어 본 놈이 들을 줄 아는 법. 막연히 고개를 들 뿐 무슨 소린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면 가이드는 새소리를 흉내 내며 말을 이어 나가는데, 가이드의 새소리 성대모사도 수준급이다.

랍티강 카누타기도 색다른 탐험이다. ‘침묵의 강’이라는 뜻의 랍티강은 치트완 국립공원을 관통하는데, 이름처럼 약간은 으스스한 기분이다. 통나무를 파내어 만든 폭이 좁은 카누에 몸을 맡기고 엎드려 앉은 악어와 물새,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를 보며 물길을 가른다. 물 속에 손을 넣어서도 안되고 그들을 자극하는 건 생각지도 말아야 한다. 카누에서 내려 정글지대를 잠시 걷고 코끼리 생육센터를 둘러보는데 코끼리 쇼 같은 걸 기대해선 안 된다. 이들은 가장 자연에 가깝게 보호되고 길러지는 중이다. 다만 시간 맞춰 강가에 나가면 코끼리 샤워를 볼 수 있다. 원한다면 코끼리와 함께 목욕을 즐겨도 좋다. 코끼리 등에 타서 코끼리가 뿜어주는 물로 몸을 적시는 데 적극적인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랍티강가

사우라의 모습

코끼리생육센터
◆타루 사람을 만나는 사우라

이번에는 마을을 둘러본다. 이곳 사우라(Sauraha) 지역은 주로 타루(tharu)족이 살고 있다. 1960년에 말라리아 때문에 부족이 멸종되게 생긴 것을 정부가 땅을 주고 이곳에 살게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치트완은 정글도 보호했고, 부족도 살려낸 곳이다. 지금은 인도 이주민 등 다른 종족도 어우러져 살고 있다. 키질을 하는 아낙, 잔뜩 멋을 부린 가겟집 할머니 내외분, 커튼으로 가려 놓은 미용실, 하교하는 학생들과 나란히 길을 건너는 오리떼…. 한국의 어디선가 본 듯한 시골 풍경이다.

저녁에는 타루족의 댄스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쇼의 완성도를 말할 건 아니다. 길가에서 만난 청년, 어제 정글 가는 길에 본 소년, 이발소 근처에서 신문 보던 아저씨…. 그들이 모두 무대 위에 올라가 있다. 그런데 쇼도 생각보다 볼만하다. 전사의 춤, 풍년을 축하하는 춤, 공작탈을 쓴 퍼포먼스, 화끈한 불 춤 등을 보여준다. 특히 여장을 하고 하염없이 제자리를 도는 춤은 마치 이집트의 수피댄스와 비슷하다.

강가에 앉아 있으면 그림 같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빛을 받은 갈대와 반짝이는 강물이 몽환적인데 그 사이로 작은 코끼리를 탄 사람이 지난다. 이어서 한명, 또 한명…. 풀숲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지며 조금씩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느덧 해는 기울고 노을이 붉어진다. 정글의 하늘은 푸른색과 붉은색이 강렬히 서로의 영역을 탐하며 어두워진다. 아프리카나 브라질까지 갈 필요도 없다. 여긴 네팔 치트완이다.


[여행정보]

● 한국에서 네팔 치트완 가는 방법
인천에서 출발하는 네팔 직항 비행기가 있고, 상황에 따라 홍콩이나 태국을 경유하는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

[치트완 가기]

로컬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카트만두에서 바랏푸르까지 30분, 공항에서 다시 마을까지 45분 소요. 카트만두에서 차로는 7시간 걸린다. 탄티비자 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 네팔·치트완 여행 정보 >
언어: 네팔어
시차: 한국보다 3시간15분 느림
수도: 카트만두
환율: 1달러=98~99루피 (2014년 3월 기준)
계절풍이 부는 6~8월은 여행이 어렵다.
치트완 국립공원은 관광객의 경우 허가를 얻어야지만 출입할 수 있다.

< 현지 패키지 정보 >
치트완 국립공원은 별도의 허가가 필요한 구역이고 비용의 합리성 등을 고려해 현지 패키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차비, 숙소, 입장료와 옵션을 비교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여행을 결정하면 치트완 여행을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다.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호텔과 바깥 쪽에 위치한 호텔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패키지 예약은 한국에서 하거나 카트만두 타멜 거리에 있는 수많은 현지 여행사 중에 고르는 방법도 있다. 패키지 여행을 예약하지 않았어도 코끼리투어, 카누타기 등 치트완에 도착해 그곳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한국어로 치트완 패키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http://greenparkchitwan.com/ko

< 음식 >
네팔은 인도와 이웃하고 있어 어디가 근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토속음식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카레가 있고, 티벳 음식인 모모·틴툭도 네팔의 서민음식으로 사랑 받고 있다.
달밧(dal bhat):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네팔의 기본 상차림이다. 녹두나 콩죽, 카레 등이 나오고 야채 절임 반찬이 곁들여 진다.
모모(momo): 한국의 만두와 똑같이 생겼다. 내용물에 따라 야채, 버팔로 등 다양하다.
사모사(samosa): 인도의 스낵으로 알려져 있는데 네팔에서도 휴게소나 시장 등지에서 간단히 사먹을 수 있다. 세모꼴의 튀김으로 감자, 야채, 카레 등이 들어있다.

< 숙소 >
사파리 나라야니 호텔(Safari Narayani Hotel): 치트완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호텔이다. 정글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물씬 나도록 설계돼 한번쯤 경험 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곳이다.
http://www.safarinarayani.com.np

사파나 빌리지 롯지(Sapana Village Lodge): 여행자들이 주로 머무는 형태의 숙소이고, 마을 쪽에 위치하고 있다. 가격대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http://www.sapanalodge.com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