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3월은 추운 겨울이 지나 본격적으로 따뜻한 봄을 맞는 시기다. 경제학적으로는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핵폭탄'을 맞은 금융권도 3월 특수에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온 나라를 들었다 놨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일단락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가까이서 지켜본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회사의 발빠른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으로 고객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려 했으나 한번 불붙기 시작한 소비자의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물론, 근거 없는 루머까지 생길 정도로 2차 피해를 걱정하는 소비자의 불신을 종식시킬 만한 대책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사에 피해보상을 받기 위한 집단소송이 대거 늘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변호사의 호주머니만 두둑이 채워준 사건이라고 비아냥거린다. 그 사이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기자는 금융협회가 제 역할을 못한 데 대해 지적하고 싶다. 카드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는 여신금융협회다. 은행은 전국은행연합회가 대표성을 띠고 있다. 
 
우선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 협회는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그리고 금융권에 대한 비난여론이 화마처럼 활활 타오를 때 협회는 과연 무엇을 했나.
 
은행연합회는 '사원기관 상호 간의 효율적인 업무협조와 은행업무의 개선을 통해 가계와 기업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금융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설립됐다. 여신금융협회는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환경을 개선'하는 데 설립 목적을 두고 있다. 즉 양 협회는 안정적인 금융환경 제공과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두 협회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하고 나쁜 일에는 빠진다'는 속설을 그대로 증명했다. 
 
기본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 발생하면 각 회원사 대신 협회가 중심이 돼 수습하거나 후속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 또 회원사에게 쏟아지는 감독당국의 질타도 때로는 협회가 방어함으로써 금융산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을 막는 일도 해야 한다. 
 
적어도 포탄이 터지는 전쟁터에서 무방비로 적에게 노출된 군인에게 방패를 건네주는 역할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