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프리미엄아웃렛 유치에 닻을 올렸다. 프리미엄아웃렛 시장은 이미 롯데쇼핑과 신세계 등 경쟁사들이 교외에 진출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만큼 수익성이 좋은 사업으로 통한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가 프리미엄아웃렛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사이 현대백화점은 단 한곳도 입점시키지 못했었다.


절치부심한 현대백화점이 가장 먼저 오픈을 계획한 곳은 서울 문정동의 가든파이브다. 가든파이브는 지리적으로나 규모 면에서 프리미엄아웃렛을 입점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가 많다.

◆ 가든파이브 통해 아웃렛 '야심'


프리미엄아웃렛 문정점 입점은 현대백화점의 당초 계획에는 없던 투자다. 그만큼 현대백화점으로서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빠른 시일 내에 좁히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가든파이브의 라이프동, 웍스(WORKS)동, 툴(TOOL)동 중 의류, 전자 등이 입점한 라이프동에 프리미엄아웃렛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라이프동은 다시 영, 패션, 리빙, 테크노 4개관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 현대백화점은 리빙관 지하1층부터 지상4층, 테크노관 지하1층부터 지상5층까지 사용할 계획이다.


이곳의 영업면적은 4만9000m². 아시아 최대 규모인 롯데 프리미엄아웃렛 이천점(5만3000m²)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다. 가든파이브는 위치가 교외에 있는 다른 프리미엄 아울렛보다 가까울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프리미엄아웃렛의 하드웨어적인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가든파이브 테크노동과 라이프동은 입점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집객이 이뤄지지 않아 방치된 상태로 남아있다. /사진=류승희 기자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 가든파이브관리단과 상가 임대차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오는 9월 입점을 준비 중이다. 임대기간 10년에 임대보증금은 12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임대료는 아웃렛 매출의 4.1~4.5%를 지급하기로 했다.

가든파이브관리단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프리미엄아웃렛 문정점은 2800억~40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그동안 공실로 남아있어 시공사인 SH공사나 기존 소유권자들의 피해를 어느 정도 보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관리단 측은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300여명의 가든파이브 테크노·리빙관 구분소유자의 의견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가든파이브관리단 측은 오는 9월 현대백화점 프리미엄아웃렛 입점을 완료하기 위해 3월말까지 구분소유자들로부터 현대백화점에 임대한다는 동의서 및 위임장을 받고 정식 계약을 체결, 5월까지 명도계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3월19일 현재 구분소유자의 동의율은 48.5%에 불과하다. 미분양돼 SH공사가 가진 소유권까지 더해야 86.5%가 된다. 이수민 가든파이브라이프 영업부장은 "현대백화점의 9월 입점을 앞두고 가장 큰 고비는 동의서를 받는 3월 말~4월 초가 될 것"이라며 "소유권자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설득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소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모상종 관리영업활성화 분과위원장은 "지난 5년간 상가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자구책을 내놨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며 "막연하지만 현대백화점이 입점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종로 세운상가에서 카메라 장사를 하다가 지난 2010년 가든파이브에 입점한 상인 조모씨는 "현대백화점만 들어오면 다 잘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보장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백화점에 임대를 줘도 은행이자도 받지 못하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이자비용과 관리비 등 손해액이 1억원이 넘는다"며 "우리가 남은 이자비용을 내는 사이 백화점에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대백화점은 가든파이브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반대에도 부딪혔다. 인근의 문정동 로데오거리 상인들도 반대하고 나선 것. 반경 1㎞도 채 되지 않는 곳에 대형 아웃렛이 생기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현대백화점 측은 "서울시와 SH공사가 명도작업을 완료해야 세부안을 세울 수 있다"며 "계약사항을 지켜볼 따름"이라고 밝혔다.

◆ NC백화점, 대형 유통사 출현에 '불편'

현대백화점의 출현을 가장 달가워하지 않는 곳은 바로 이랜드의 NC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 프리미엄아웃렛이 들어서게 될 곳에서 불과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NC백화점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입점한 NC백화점은 서울시와 SH공사의 요청으로 상권 살리기를 목표로 가든파이브에 입점했다. 당시만 해도 연매출은 1000억원대 중반. 올해 겨우 20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이랜드가 소유한 백화점 중 중대형급 규모로 성장시킨 것이다.

이랜드도 NC백화점 10곳을 포함해 총 48곳의 백화점 및 아웃렛을 지녔지만 현대백화점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열세라는 평이다. 특히 NC백화점이 할인상품 위주인 만큼 현대백화점 아웃렛이 들어오면 상품 구성이 대거 겹칠 수 있다. 매장 소유주들 역시 브랜드가 중복되는 것에 대해 염려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NC백화점만으로 가든파이브 전체 상권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NC백화점 효과를 보긴 했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방문자가 5만명에 불과했다. 비슷한 규모의 영등포 타임스퀘어만 해도 하루에 30만명이 다녀간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침체된 상권을 살리려면 최소한 20만명은 유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NC백화점이 SH공사 등만 믿고 마케팅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입점업체는 "NC백화점은  별다른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 모객을 위해 서울시와 SH공사가 개최한 여러가지 문화행사의 혜택을 누리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모상종 가든파이브 관리영업활성화 분과위원장 /사진=류승희 기자
SH공사, 현대백화점에만 특혜?

SH공사가 현대백화점 출신의 김인호 대표를 가든파이브관리단 대표에 선임한 것을 두고 현대백화점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올 초, 몇년 째 제자리걸음 중인 가든파이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백화점 출신의 김 대표를 가든파이브관리단 대표로 선임했다. 가든파이브관리단 측은 "현대백화점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 유통회사와 접촉한 결과 현대백화점이 가장 높은 임대료 지급을 제안했기 때문"이라며 "특혜 시비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리테일컴비나트 대표, 팜스퀘어 대표이사, 현대백화점 유통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최근 현대백화점과의 임대차 MOU 체결 건으로 5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은 것을 두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