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거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좋은 성과를 올렸을 때 흔히 겸손한 표현으로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끝없는 노력과 피나는 연습의 결과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투자를 통해 남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뒀을 때는 운이 좋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보다 나름대로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며 우쭐대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적어도 상당수의 국내 주식이나 펀드, 부동산 등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운이 좋아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된다. 물론 자산가들 중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투자의 가치를 분석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통해 남들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거두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필자는 운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확신한다. 그 이유는 투자의 가치나 향후 전망에 대해 분석하고 예상하는 등 자신의 판단을 통해 투자하는 경우를 거의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 중에는 주요 운용종목 5개가 뭔지 모르고, 수수료율이나 보수수준을 알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상해 A지수인지 홍콩 항셍지수인지도 모른 채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중국펀드만 수백개다. 펀드명에 '중국'이나 '차이나'라는 단어가 포함됐다고 해서 다 같은 중국펀드가 아니다. 투자되는 통화도 다르고 다양한 조건과 운용사의 운용방향이나 향후 전망도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가지수연계형증권(ELS)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투자한다는 것은 "그냥 운용사에 돈을 맡길 테니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이 직장 동료나 친구의 얘기만 믿고 영업이익이나 매출액의 최근 변동률, 해당 업종의 동향·전망 또는 PER, PBR, ROE 등의 지표도 확인하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그 동료나 친구가 받는 대출에 보증을 서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부동산투자도 마찬가지다. 임대수익률을 계산할 때는 투여된 자기자본 대비 월 임대료나 공실에 대한 리스크가 얼마인지 알아야 한다. 그 리스크를 알려면 유동인구나 해당 지역의 향후 개발 전망에 대해 관할구청에 문의하거나 뉴스를 통해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또한 향후 우리 가정의 3년, 5년, 10년간의 재무적 이벤트나 계획을 생각하지 않고 덜컥 전세를 안거나 저금리만 믿고 대출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 역시 운에 의존하는 투자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하루가 다르게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부동산시장도 일주일 단위로 거래량 변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차라리 투자를 안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갖고 한걸음 물러서서 리스크 요인을 먼저 찾아보는 냉정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