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게임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게임업계에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모바일게임이 주력인 업체들은 아직까진 ‘남의 일’로 관망하고 성인게임이 주 매출원인 곳은 셧다운제보다는 웹보드게임 규제가 더 급한 불이다. 그런가하면 청소년 사용자가 대부분인 업체라도 해외 매출비중이 큰 곳은 비껴나 있다.

하지만 게임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낙인’찍는 효과가 있어 가뜩이나 웅크린 국내 게임산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어느 업체에서든 공통적으로 흘러나온다. 특히 게임업계에선 대통령이 중심이 돼 규제철폐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사법부의 결정에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규제 개혁’ 기조 속 ‘셧다운제 합헌’

지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국내 인터넷게임서비스업체들은 심야시간 청소년 게임 이용을 강제로 차단해왔다.

헌재는 이러한 셧다운제에 대해 "인터넷게임 자체는 오락 및 여가의 일종으로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청소년들의 높은 게임 이용률, 과몰입되거나 중독될 경우에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와 스스로 게임을 중단하기 쉽지 않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에 한해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며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헌재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게임업계를 둘러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정부의 규제개혁 기조가 게임업계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던 상황이었다. 여기에다 게임을 중독 유발 대상으로 보는 일명 ‘중독법’까지 발의된 상태라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했는데, 잘하면 국면을 전환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적인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1 청소년 보호법 제23조(셧다운제)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을 제기한 한국인터넷디지털 엔터테인먼트협회(K-IDEA, 구 게임산업협회)는 지난 4월8일 공식자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융성위원회 제3차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밝힌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혁파 의지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까지 평균 29.3%에 달하던 국내 게임산업 성장률이 2012년 이후 평균 8.3%로 추락했고, 기업의 수도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3700개가 감소했으며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 또한 2012년 말 기준으로 최대 30% 하락했다. 정부와 국회가 게임산업을 규제하는 각종 입법 및 사업에 열을 올리면서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셧다운제나 중독법 등 기업규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해답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근본 원인에 대한 검토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셧다운제 합헌=부정적 낙인’ 우려

업계는 이번 합헌 결정으로 게임산업에 사회적 ‘낙인’이 찍히게 됐다는 인식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온라인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헌재의 합헌 결정에 대한 의견은 협회를 통해 밝히기로 방침을 정했다”면서도 “셧다운제는 어차피 시행되고 있던 거라 업계에 바로 타격을 준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게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절대적인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업계가 장기적으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셧다운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 업계가 가장 우려한 것은 매출 타격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확산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이었다.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장기적으로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업계 한 종사자는 "업계 분위기가 지금 싸늘하다"며 "게임산업이 중독법 발의로 계속 위축되고 있는데 이번 합헌 결정으로 더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이번 합헌 결정 기조가 향후 게임산업 관련 다른 규제로도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해관계 따라 미묘한 온도차

하지만 똑같아 보이는 이러한 업계의 입장도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미묘하게 달라진다. 모바일게임이 주력인 게임사들은 아직 급하지 않은 분위기다.

모바일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쪽은 아직 셧다운제 유예기간 중에 있어 규제에 대한 대처 방침 등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은 없다”고 얘기했다.

또 다른 모바일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셧다운제가 적용되면 기술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검토만 하고 있는 단계”라며 “게임 유저 연령대가 셧다운제에서 비껴나 있는 성인층으로 확대되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스마트폰게임들은 해외 수출을 지향하고 있고, 성인 유저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대부분이라 셧다운제가 시행돼도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기존에도 시행되던 규제이기도 하고, 우리 회사는 청소년용이 아닌 성인용 웹보드게임이 대부분이라 이번 합헌 결정으로 인해 큰 타격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셧다운보다는 웹보드게임 규제 때문에 이용자 수나 매출에 현저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게임머니 한달 구매 한도 30만원 ▲회당 게임머니 사용 한도 3만원 ▲일 10만원 손실 시 24시간 접속 제한 ▲게임 상대 선택 금지 ▲게임의 자동진행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웹보드게임 규제 시행령을 따르고 있다. 시행령 준수로 수익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에 처한 업체로는 네오위즈게임즈, CJ넷마블 등이 있다.

주요 유저 연령대가 청소년층에 집중돼 있다고 하더라도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곳도 셧다운제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청소년이 이용하는 게임들이 대부분이지만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많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