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제도의 주요목적은 연금수급자와 부양가족에게 은퇴 후 소득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준비된 은퇴자산보다 더 오래 살 위험 즉, 은퇴 후 확보 가능한 소득이나 자산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때까지 생존할 위험(장수위험, longevity risk)에 노출돼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했을 때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 노후소득보장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2012년 기준 남자 77.9년, 여자 84.6년이다. 이는 10년 전인 2002년 대비 남녀 각각 4.6년, 4.2년 증가한 수치다.

사망률 하락 반영 안된 기대수명… 장수리스크 노출 우려

생명보험사가 보험료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경험생명표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의료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은 점차 증가하고 사망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기대여명에는 미래에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기대수명이 실제보다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일반 금융소비자가 이러한 통계를 기준으로 노후준비를 한다면 예상보다 실제 생존연령이 더 길어 부족한 은퇴설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는 연금상품 가입시점에 예측한 사망률을 적용, 향후 지급할 연금액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개인의 늘어난 기대여명만큼 연금지급액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의 장수리스크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3년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3월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회사들이 보유한 개인연금보험의 예정기대수명은 평균 87.2세다. 그러나 보험계약자의 현재 기대수명은 평균 94.7세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보유 중인 개인연금보험에서 평균 7.5년의 추가적인 연금지급 부담이 발생하게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수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소비자로서는 이 같은 장수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사망할 때까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종신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오히려 일시금 선호현상이 높고 종신연금 가입이 활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조기사망에 대한 불안감과 미래보다 현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른바 '단기 지향 심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연금상품의 이론적 가치와 실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종신연금의 가치가 왜곡되고 소비자에게 과소평가되는 현상을 통상 '연금퍼즐'(Annuity Puzzle) 또는 '연금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오래 살수록 많이 받는 종신연금, 수익률에서 유리

종신연금은 가입자가 오래 살수록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일종의 '생존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사망률 개념이 적용된 톤틴연금(Tontine annuity)제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이 제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연금에 참여한 투자자는 14개의 연령대별로 구분한다. 동일연령 가입자는 모두 동일한 금액을 납입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은 금액을 납입하도록 한다.
◈ 국가는 각 연령 그룹별로 납입된 총액을 기초로 매 연도 말 각 그룹의 생존자들에게만 연금을 균등하게 지급한다.
◈ 가입자가 사망하면 그의 몫은 다른 일원에게 양도돼 연금가치가 상승하며 마지막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은 계속 운용된다.

결국 이 제도는 사망한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몫을 전부 나눠주는 형식을 취한다.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예를 들어보자. 연초에 60세인 여성 1000명이 1만원씩을 내고 이자율이 연 5%인 1년짜리 연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20%라면 한해의 마지막 날, 투자기금은 1050만원(1만원 1000명+이자 50만원)이 쌓이고 800명이 살아 있을 것이다. 남아있는 생존자 800명이 연말에 남은 돈(1050만원)을 나눠 갖는다면 한사람당 1만3125원이 돌아간다. 특정기간을 정해놓고 연금을 받는 확정연금보다 수익률이 훨씬 좋은 것이다.

이는 연금상품이 가지고 있는 이론적인 가치 즉, 내재적 수익률의 개념이 포함돼 있어 가능하다. 수명이 늘어날수록 장수리스크를 극복하는 데 종신연금이 유리한 것은 수익률 관점에서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종신연금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다층 소득보장체계에서의 공적연금은 미래에 대한 상황이 불투명하고, 퇴직연금은 중간정산으로 수십년간 일해 온 직장에서의 퇴직금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더욱이 이마저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것보다는 일시금을 더 선호하는 현상을 보여 사실상 노후대책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해가고 있다.

따라서 고령화 시대에 금융소비자가 장수리스크를 극복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상품설명서와 안내서 등을 통해 준비된 은퇴자산의 연금화와 종신연금의 중요성을 더 쉽게 안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