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복씨와 그의 특허 장치를 장착한 에이치디티(HDT) 자전거/사진=박정웅 기자
"유럽처럼 기술 위주의 가족기업이 목표죠. 자전거의 기존 메커니즘을 깬 새로운 원천기술이 가족기업의 핵심입니다."



모양과 구조가 영 다른 자전거를 만났다. 복잡한 겉보기로는 전기자전거가 떠오른다. 페달링 또한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독특하다. 한발을 페달에 고정한 채 다른 한발로 페달을 밟는다. 체인링도 두 개다.



지난 주말, 평화누리자전거길에서 만난 이흥복(70· 경기 고양시)씨. 제약사에서 30년 청춘을 보낸 이씨는 2002년 한가로운 삶을 위해 호수공원이 있는 고양으로 이사를 한 것이 '자전거 인생2막'으로 이어졌다.



"자전거 탈 환경이 좋았어요. 자전거를 시작한 석 달 동안 세 대나 바꿨어요. 퇴직 전까지 몸 관리를 나름 했던 터라 자신이 있었는데, 젊은 친구들의 체력을 따라갈 수 없더군요."



자전거 입문과 함께 지역 동호회에 가입, 젊은 회원들과 '패기' 넘치는 페달링으로 곳곳을 누비던 이씨는 월롱고개(한북정맥)에서 자전거와 함께 쓰러졌다. 힘에 부쳐 클릿을 빼야 한다는 여유와 생각마저 샛노랬던 것.



이 아픔이 결국 자전거 개발 12년사를 쓰게 되었다. 같은 힘으로 토크와 속도를 동시에 높이는 자전거가 없을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인간의 힘으로 구르는 자전거에 토크와 속도를 잡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물리법칙을 거스른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저처럼 힘이 덜 한 사람도 자전거여행을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어요."



한가로울 나이에 해외 공학 원서까지 팔 줄이야. 국내 자전거 기술 기반이 없던 터라 독학을 거듭해 2005년 '일방향 동력전달 장치'로 특허(제0491483호)를 획득했다.



이 장치는 좌우 독립형 크랭크로 자연스런 걷기 동작을 구현한 것이다. 이를 적용한 '에이치디티(HDT, High quaility Dual Technique)' 자전거가 2010년 자전거전시회에서 새로운 기술로 소개되기도 했다.



"특허가 전부가 아니었어요. 타기 편할 것이라는 머릿속 메커니즘을 두 다리로 옮겨오는 과정이 고단했죠. 기술 정보와 티타늄 용접 차 중국을 수 없이 다녔습니다."



에이치디티 자전거는 2년 동안 이씨의 '임상실험'을 거쳐 자전거길에서부터 임도, 심지어 싱글까지 누빈다.



"한쪽 페달링 주행이 가능하고 바로 설 수 있어 전립선 고통도 덜어요. 특정 크기의 크랭크암이 회전반경을 줄이고 속도를 높이는 기능을 해요. 무엇보다 트인 체인 구조가 업힐이나 장거리 라이딩을 보다 편하게 합니다."



이흥복씨는 일방향 동력 전달장치 국내특허 획득에 이어 지난해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이외에 각각 1건의 국내특허와 상표등록을 갖고 있다.



"에이치디티(HDT)에는 메커니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필요해 개발한 원천기술이 아들과 손자까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으면 해요. 마치 유럽의 기술본위 강소 가족기업처럼 말이죠. 저와 아들, 손자 녀석의 이니셜이 'HDT'에 한자씩 적혀 있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