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000원' 시대가 다가왔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1070~1080원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최근 1020원대로 급락한 것. 시장전문가들은 환율이 올해 하반기 단기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경상수지 흑자와 경제여건이 개선되면서 원화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환율이 90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고했다. 발 빠른 투자자라면 원화강세 수혜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터. 이에 따라 환율 노출정도에 따라 업종별로 울고 웃는 수혜주와 피해주를 살펴봤다.
◆내수주 강세… CJ제일제당 최대 수혜주? 먼저 환율이 하락하면 환차익을 얻는 곳은 '수입'을 주로 하는 기업이다. 예컨대 수입대금으로 3만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환율이 1200원일 때 3600만원이 필요했지만, 환율이 1000원으로 떨어지면 3000만원만 있어도 물품을 가져올 수 있다. 600만원의 환차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환차익은 해외에서 수입을 많이 하는 식품업계와 대형마트 등 유통분야에서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투자증권은 에너지, 유통, 통신, 음식료 등이 환율하락에 유리한 업종이라고 판단했다. 노근환 애널리스트는 원재료 매입을 100% 달러로 결제하는 SK이노베이션과 에스오일, 아웃바운드 여행매출이 높아 원화강세 시 해외여행객의 증가효과를 노릴 수 있는 모두투어·하나투어,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하는 대한항공 등이 환율하락의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특히 "음식료업체는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고 외화부채가 많아 원화강세 시 유리하다"며 CJ제일제당과 농심을 수혜주로 꼽았다.
환차익의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기업으로는 내수그룹의 집합체인 CJ가 뽑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J그룹의 식품·생명공학(CJ제일제당·CJ푸드빌·CJ프레시웨이 등), 물류(CJ대한통운), 유통(CJ오쇼핑·CJ올리브영), 미디어·엔터테인먼트(CJ E&M·CJ CGV) 등 주계열사가 환율하락 및 인플레이션 정책 하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실적개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최근 환율하락으로 수입물가 등이 안정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인플레이션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기업 '어쩌나'… 자동차산업 영향 커 수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선 환율하락에 울상 짓는 기업이 더 많다. 특히 국내증시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수출대기업의 실적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원화강세로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나빠지면서 환차손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환율이 10% 하락했을 때 업종별 평균 영업이익률은 ▲의약품 -1.5%포인트 ▲전자·통신 -1.5%포인트 ▲조선 -1.3%포인트 ▲펄프·종이·가구 -1.1%포인트 ▲철강·비철금속 -1.0%포인트 ▲제조업 -0.8%포인트 ▲섬유 -0.9%포인트 ▲자동차·부품 -0.6%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은 "환율이 10% 하락했을 때 제조원가는 5.4% 감소하지만 매출액은 5.6% 줄어든다"며 환율하락이 수출제조업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제조업의 손익분기 환율은 1052.3원으로 최근 지속된 환율하락이 실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현대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이하 연구소) 역시 지난달 26일 '원/달러 환율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환율하락이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의 매출 및 수익성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며 "매출액 감소, 영업이익 악화 등 직접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자동차산업에서 그 영향이 컸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의 매출액은 약 42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업체 간 시장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환율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자동차산업의 매출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환차손을 현지 판매단가 등을 통해 상쇄하기가 쉽지 않아 자동차 수출금액 축소와 매출액 감소로 귀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업종별 분석에서 자동차업체가 환위험노출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근환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비중은 각각 25%, 40%로 원화강세의 경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조선·반도체업종 등이 환율하락 국면에서 불리하다고 꼽았다. 노 애널리스트는 매출액 내 달러결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엘지이노텍과 수출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금호석유·삼성정밀화학, 기능통화로 달러를 사용해 원화부채가 외화부채인 한진해운 등이 원화강세의 피해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화강세… 증시에 끼치는 영향 '미미'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수출기업의 기술경쟁력이 강화됐고 증시에도 환율 외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원화강세 움직임이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환율하락과 관련 "환율의 영향이 예전처럼 크지 않다"며 기업의 품질향상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영향 등을 이유로 제시한 바 있다. 임은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경기에 대한 확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완만한 원화강세 움직임은 증시에 부정적일 이유가 없다"며 기존 수출기업의 환차손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글로벌경기 호황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국면은 원화강세와 함께 기업의 이익성장으로 나타나 증시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 특히 환율에 크게 민감한 자동차업종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원화강세 국면(2% 절상)에서 오히려 상승했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19%, 7% 오른 것을 예로 들었다. 이어 임 애널리스트는 "최근 급작스런 환율 변동성 확대는 일시적인 것으로 본다.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원화강세에도 주식을 사야 하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