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상속상담을 하던 중 고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이 고객이 속한 모임이 있는데 나이든 회원이 돌아가시면 꼭 자식들 사이에 상속분쟁이 일어났다는 것. 그런데 최근 아는 형님이 돌아가셨는데 이 집은 너무나 조용하게 상속이 끝났다고 한다. 필자에게 이유를 물어보길래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아들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야기에도 트렌드가 있다. 과거에는'거리'도 되지 않았을 법한 이야기도 시대상을 담으면 재미있어진다. 한국경제 압축성장의 수혜를 받아 자수성가한 이들이 이제 노인이 됐으니 상속도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상속이라는 절차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화 이전만 해도 한국에 부자가 없었을뿐만 아니라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부모가 유산비율을 정하면 자녀들은 군말없이 따라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상속재산의 규모가 커지기도 했거니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의 가치관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쓴 유언장이 있어도 자녀들은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고 어머니가 기부한 재산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낸다. 여기에 이혼과 재혼이 일상화돼 가족관계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렇듯 한국사회에 '부의 이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다가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는 너무나 부족하다.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 상속과 증여는 최고세율이 무려 50%에 달한다. 자녀에게 재산만 물려줘도 감지덕지하던 시절에서 이제는 부모가 가족의 안녕을 위해 상속과 증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세금 납부대책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상속과 관련해 몇가지 조언을 준비했다.
1. 경험하지 못했다면 많이 들어보라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기주관이 강하다는 것이다. '내가 해봤는데 이렇더라'라는 식이다. 그러나 그 어떤 부자도 죽어본 적은 없다. 따라서 나의 죽음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런 만큼 여러 사례를 경험한 전문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전문가도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는 것이 좋다.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어떤 전문가는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가업상속 공제요건을 만들자고 할 수 있고, 어떤 전문가는 사업체를 물려받을 후계자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또는 가문의 평화를 위해 사업체를 물려줄 자녀보다 물려받지 못할 자녀를 더 배려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시각의 조언을 충분히 들어보는 것이 좋다.
2. 자녀를 너무 믿지 마라
부모는 대부분 자녀를 믿는다. 힘든 일이 생겨도 우애로 잘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자녀들도 그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처한 상황이나 주변 친구들의 부추김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시집간 딸은 유산을 좀 적게 받아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사위는 다를 수 있다. 사위가 동의한다고 해도 사위 친구들이 가만 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실제 상담한 사례 중 아버지가 위중해 건물을 대신 관리하던 형과 동생이 임대료의 사용문제로 갈라서는 경우를 봤다. 또 어머니를 모시던 딸과 다른 자녀 간에 어머니가 남긴 재산을 놓고 분쟁이 벌어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도 지켜봤다.
왜 그럴까.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모 생전에 상속과 증여를 말하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이 좋다. 한가지 더 추가하면 자녀 간의 정기적 모임을 주선하는 것이 좋다. 자주 만나야 대화가 되기 때문이다. 친해져야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3. 억울하지만 세금은 내는 게 속 편하다
상속·증여상담을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예컨대 부모가 부동산을 팔아 본인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부동산을 팔 때 최고 41.8%의 양도소득세를, 자녀에게 증여할 때 최고 50%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서 모은 재산임에도 단지 명의를 바꾼다는 사실만으로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아깝고 억울할 만하다. 그러다보니 해외에 숨기기도 하고 회사를 여러개 만들어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막무가내식 세금 안내기 전략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탈세 및 체납관리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최근 회사 임직원 명의로 보유 중이던 주식과 부동산 190억원을 자녀에게 몰래 상속했던 사례가 발생했는데 국세청에 적발당한 후 185억원을 추징당했다.
안 걸린다면 정말 좋겠지만, 걸리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로 삶이 무너질 수도 있다. 따라서 그냥 세금을 내겠다는 마음가짐이 속이 편할 것이다. 다만 조금만 미리 준비한다면 합리적 수준에서 최소화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4. 후회할 것 같으면 주지 말고, 주려면 미련 없이 줘라
재산이 많은 경우 상속보다는 증여를 활용하는 것이 절세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주라는 말이 아니다. 재산을 증여하고 난 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이지 생각해봐야 한다. 필자의 지인 중 한명은 자녀에게 건물을 증여했더니 본인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팔아버려 서운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다른 이는 자녀들이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같은 건물의 지분을 여러 자녀에게 나눠줬더니 자녀들끼리 처분문제로 싸움이 났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줘도 후회하고 주지 않아도 후회하는 것이 증여인 듯하다. 그렇다면 조금 덜 후회되도록 배우자에게 주는 것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배우자에게는 10년마다 6억원씩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다.
자녀에게 큰 돈을 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저축성보험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녀의 소득으로 저축성보험을 체결하되 계약자는 부모로 하고 수익자를 자녀로 하면 자녀가 보험만기 이전에는 꺼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아예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나중에 세금만 조금 더 내면 된다.
하지만 필자는 다소 걱정되더라도 그냥 증여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증여하는 것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자녀에게 실제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부모가 90세 또는 100세까지 살다 사망하면 자녀의 나이도 70∼80세인데 이때 재산을 받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상속계획의 최종목표는 세금을 더 많이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유훈을 승계하고 가족의 화합을 더 돈독하게 하는 것이다. 얼마를 남기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남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칫하면 부모가 이룬 '가문의 영광'이 '가문의 위기'로 이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