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과제를 맡곤 한다. 외부의 환경도 좋지 않고, 내부의 자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알아서 잘’ 기획해 보라며 상사가 과제를 툭 던지고 간다. 선배들한테 배운 대로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받는다. 그러고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주변에 널리 전파한다. 못하는 게 아니라,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찾는다.
이렇게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끌어안고 끙끙대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기획은 2형식이다>라는 책이다. 2형식이란 영어 문장 형식 중 ‘주어+동사+보어’ 형태를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기획의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2형식의 문장 즉, ‘문제는 00다’, ‘해결책은 XX다’ 라는 단순한 형태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2형식으로 명확하고 간단하게 정의하면 해결책 또한 자연스럽게 2형식으로 도출된다. 그래서 기획의 고수는 해결보다 문제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열정을 쏟는다고 한다. 모든 해결책의 실마리는 이미 문제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1952년 12월 한국전쟁 중에 일어난 일이다. 전사한 유엔군을 추모하기 위해 부산에 유엔군 묘지가 조성됐다. 그런데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 중이던 아이젠하워가 갑자기 부산 유엔 묘지를 찾겠다고 했다. 한겨울에 황량한 묘지로 대통령 당선자를 모실 수 없었던 미8군 사령부는 한국 측에 ‘푸른 잔디’를 입혀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모두가 한 겨울에 푸른 잔디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그는 故 정주영 회장이었다. 잔디 대신 낙동강변의 보리싹을 파다가 옮겨 심어 ‘황량한 유엔묘지’를 ‘푸른 공원’으로 만든 것이다. 아이젠하워는 크게 만족했고, 이후 미군 공사는 현대건설의 독차지가 됐다. 다른 건설회사들은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바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문제’를 이상적인 목표와 그렇지 못한 현재 상태의 차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대부분 ‘문제의 본질’은 보지 못하고 ‘문제의 현상’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건설사들은 ‘겨울에는 잔디가 없다’는 객관적 사실을 문제로 정의했다. 그래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은 문제를 다르게 정했다. 문제의 본질을 ‘겨울에 잔디가 없는 것’이 아니라 ‘푸름이 없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푸름이 없는 것’을 문제로 규정하면 묘지를 푸르게 만들 수 있는 여러 해결책들을 떠올릴 수 있다. 정주영 회장은 그 중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즉, ‘문제는 푸름이 없는 것이다. 해결책은 푸른 보리싹이다.’ 라는 2형식의 문장으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기획에서 정답은 없다. 함께 풀어가는 해답이 있을 뿐이다.”라고. 저자의 주장 역시 모든 기획에 대한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우리가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데 분명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