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현지시각). 우리은행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지점 개소식에 깜짝 손님이 방문했다. 두바이 권력 서열 2위의 쉐이크 막툼 왕자가 찾아온 것. 두바이 부통치자 겸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그가 외국계은행 개소식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의 방문으로 우리은행 두바이지점은 손쉽게 최고등급인 '카테고리1'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바이 금융당국은 영업허가를 업무영역에 따라 카테고리 1~4까지 분류하는데 이중 카테고리1은 여·수신 등 상업은행 영업은 물론 투자은행(IB) 영업도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두바이를 거점으로 향후 터키·이란·이라크 등 범아시아벨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같은 날 폴란드 남부의 최대 공업도시이자 물류중심지인 브로츠와프(Wroclaw)지역에 유럽신한은행 폴란드 대표사무소를 개설했다. 브로츠와프는 서쪽으로는 독일, 남쪽으로는 동유럽 공업중심지인 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 동쪽으로는 우크라이나·루마니아와 인접해 동서 유럽 연결지로서 교통이 발달한 공업도시다. 무와봐(Mlawa) 및 브로츠와프를 중심으로 유럽 내 최대 가전 생산기지로 변모하면서 국내 대기업 등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는 지역이다.
시중은행들이 해외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해도 낮은 국가인지도와 해외네트워크 부재, 현지 시장분석 실패 등으로 지점 철수라는 굴욕을 당한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글로벌은행과 비교하면 국내은행들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이 많다. 그러나 국제공조와 한류문화 확산 등 국가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면서 '금융한류' 바람도 서서히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64개 해외점포는 올해 1분기 6954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3744만달러(116.6%)나 급증한 수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이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측했다.
신한은행도 해외에서 비교적 선방한 성적표를 내놨다. 신한은행의 해외점포는 68개로 영업이익이 2901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125만달러)보다 40.5% 늘어난 금액이다. 국내은행 중 최대 규모의 해외점포를 보유한 외환은행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5015만달러를 기록해 전년(883만달러)대비 21.4% 상승했다.
특수은행도 해외시장 개척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올 1분기 3181만달러, 기업은행이 2133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21.7%, 3.1% 늘어난 실적을 나타냈다. 수출입은행도 올 하반기에 가나,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3개국에 현지사무소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해외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최고경영자(CEO) 간 불협화음과 도쿄지점의 대규모 부당대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실패 등으로 고전 중인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은행권 전반의 해외점포 영업실적이 호전된 셈이다.
이처럼 시중은행의 해외점포 영업이익이 급반등한 배경으로는 부실채권 정리가 꼽힌다. 기업은행의 연체율은 1.50%에서 0.70%로 떨어졌고 외환은행의 연체율도 0.61%에서 0.30%로 절반가량 하락했다.
우리은행 두바이지점 개소식 ◆시중은행, 해외시장 눈독 들인 곳은?
국내은행들이 올 상반기에 설립하거나 신설 예정인 해외점포는 총 8곳에 달한다. 형태별로는 법인 1곳, 지점 3곳, 사무소 4곳이다.
외환은행은 지난 3월 호주 시드니지점을 개설했으며 최근 러시아법인 설립 인가도 마무리했다. 외환은행 러시아법인은 오는 8월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미얀마 양곤사무소(1월), 콜롬비아 보고타사무소(4월), 터키 이스탄불사무소(5월)를 개설했다. 또 산업은행 우즈베키스탄법인은 나보이 경제특구에 지점 개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UAE 두바이지점, 폴란드지점에 각각 은행 간판을 달았다.
시중은행의 금융한류 바람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외환은행이 인도 첸나이지점과 멕시코 멕시코시티사무소, 캐나다 현지법인 등 3개 영업망을 순차적으로 구축한다. 하나은행은 베트남 하노이지점 설립 준비에 한창이다. 하나은행 측은 올 하반기에 베트남 현지인들이 하나은행 하노이지점 간판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말 지분을 인수한 인도네시아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 이를 위해 서진원 행장이 최근 인도네시아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신한은행 푸네지점, 기업은행의 뉴델리지점 설립 인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다.
순수 국내자본 혈통인 NH농협은행도 해외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지점과 베트남 하노이사무소, 중국 베이징사무소를 잇따라 개설한 데 이어 이번에는 중동지역까지 눈여겨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최근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제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보다는 현지인들을 공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해외시장이 아니면 은행들이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며 "해외시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