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에는 ‘마을’이 있다. 단지 보여지는 것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마을다운’ 곳이다. 한번쯤 그 ‘마을 사람’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기다림, 빠름, 느림, 재미, 맛, 성취감, 푸근함…. 우리 사는 모든 것을 더 직접적이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쪽빛 물든 작은 마을
“예쁘다!” “신기해!” “아… 난 망했네….” “괜찮은데?”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탄성으로 시끌시끌 해 졌다.
어떤 사람은 꾸깃꾸깃, 어떤 사람은 젓가락을 찔렀고, 어떤 사람은 꽈배기, 어떤 사람은 고무줄 두 개를 맸다. 물에서 건져낸 쪽빛 손수건을 펼 때마다 회오리, 별, 하트, 아메바…… 같은 생각하지 못했던 무늬가 나온다. 저마다 자신의 ‘작품’을 들어올려 사진을 찍는다. 파란 하늘 아래 쪽빛 물든 손수건이 청량하다.
이곳 산야초마을의 인기 체험 프로그램이다. ‘쪽빛’이라는 말을 들어만 봤지 실제로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무늬를 내 본 것은 대부분이 처음일 것이다. 게다가 ‘홀치기염’은 꼭 묶어 놓은 곳에 염색물이 들지 않아 쉬우면서도 어려운 염색기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를 확신할 수 없고,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다. 은근히 승부욕이 생기는 작업이다.
물이 들기를 기다리는 시간. 주위를 둘러보니 한 켠에 쪽을 심어 놨다. 토종과 외래종을 함께 심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설명도 해 주신다. 나무 그늘 밑에는 볏이 검은 하얀 닭들이 휴식 중이다. 한 가족인 듯 보인다. 발이 검은 것으로 보아 오골계인데, 털은 하얗게 윤기가 난다. ‘실키백봉’이라고 한다. 하얀색 오골계가 있다니 거 참 신기하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들꽃, 털갈이를 하고 있는 누렁이도 이 마을의 풍경을 보탠다.
산야초마을엔 2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시골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염색도 해보고, 하얀 오골계를 보고, 말로만 듣던 ‘쪽’을 봤다. 토종 도시인에겐 참 신기하고 기특한 인연이다. 천연 화장품이나 약초 주머니, 약초베개 같은 것을 만들어 집에 가져가면 더 오래 이곳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자신 있게 ‘쪽빛 하늘’이란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청풍호 수상레저
실키백봉 ◆보트로, 모노레일로 산과 강을 누빈다
제천의 청풍호는 인공호수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제천시에서 단양군에 걸쳐 만들어진, 저수량 27억5000톤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호수다. 이것을 단양에서는 충주호라 부르고 제천에서는 청풍호라 부른다. 호수가 생긴지 30년이 됐으니 이젠 주변 경관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호수를 따라 볼거리도 많고, 패러글라이딩, 번지점프, 해양스포츠 등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호수를 쉽게 둘러 보는 방법은 두가지다. 천천히 평화롭게 보려면 유람선을 타고, 빠르고 신나게 즐기려면 모터보트를 타면 된다. 물맛이 좋다는 비봉산, 남한강에서 가장 빼어난 경치라는 금수산, 동산, 대덕산, 부산, 관봉 등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 ‘유람’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수상스키나 웨이크보드는 ‘관광’이라기 보다는 ‘놀이’ 쪽이다. 그런데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연습과 실습이 부담된다면 바나나보트, 땅콩보트 같은 것을 타고 청풍호의 물과 공기를 만끽할 수도 있다.
산을 쉽게 보는 방법은 모노레일을 타는 것이다. 청풍호 물길이 이어지는 ‘꽃단지마을’에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모노레일이 있다. 이것을 타고 가는 길은 자연생태 탐방로이다. 계절별로 피는 꽃, 소나무 녹음, 버섯 재배지, 사슴과 염소 농장, 숲속 교실과 수련장 등 산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엿보듯 둘러본다. 팔각정이 있는 정상에 오르면 남으로는 월악산 영봉이 보이고, 북쪽으로 청풍호가 보인다. 능선을 따라 자리잡고 있는 풍력발전기와 모노레일로 자재를 운반해 지었다는 팔각정이 또 하나의 경치를 만들고, 멀리 보이는 영봉은 누워있는 여인의 모습을 닮았다. 팔각정 뒤에는 ‘연아나무’라는 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가지의 모양새가 딱 김연아 선수 스파이럴 하는 형태다.
내려오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70도가 넘는 경사를 모노레일에 의지하여 내려오는데, 롤러코스터 같은 스피드가 없어도 못지 않은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이것이 부담스럽다면 등산로로 하산하는 것도 좋다. 걸음이 어려운 구간은 나무 계단이 있어 길잡이 역할까지 겸한다. 산행으로 더워진 몸은 계곡수영장이 맞이한다. 물을 조절하는 2개의 사방댐으로 생태체험과 함께 물놀이가 가능하다. 이곳 꽃단지마을은 눈으로 보는 월악산과 청풍호, 몸으로 만나는 등산과 계곡을 모두 갖췄다. 이 마을이라면 물과 산을 놓고 휴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겠다.
누리마을빵카페
모노레일 ◆착한 콜라보레이션 맛보기
이곳은 빵집이다. 흔히 ‘신토불이’하면 전통음식을 생각하는데, 여긴 토종 재료를 가지고 서양식 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오디, 더덕, 녹차, 오미자, 완두콩, 고구마 등 몸에 좋은 우리 농산물이 빵과 쿠키 속에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게다가 모두 유기농이라고 한다. 맛은? 부드럽고 착하다. 유학파 파티쉐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없을 지 몰라도, 기본에 충실한 빵과 쿠키가 만든 이의 진심을 전한다. 이곳은 농촌공동체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누리마을 빵카페’이다. 이 카페에서는 매월 ‘작은음악회’를 연다. 클래식, 재즈, 음악토크, 기타 등 마을주민과 여행자들이 즐길만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쿠키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이외에도 농촌공동체 연구소 연계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 있다. 마을 목공소 ‘공감’, 할머니 텃밭 난장, 덕산 전통시장, 마을밴드 등 온 마을이 똘똘 뭉쳐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푸근하다.
마을은 사는 곳이다. 그러니 적어도 하룻밤은 자고 오는 게 좋겠다. 옆집, 아랫집 소리가 다 들리는 도시에서는 이웃을 모르는데, 시골 마을은 고요함 속에도 오가는 정이 있다. 어쩌면 하룻밤 여행자 신분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아예 휴가로 며칠 머무는 게 좋겠다. 처음엔 이것저것 해 보고 싶은 것이 많아 분주할 지 모르지만 이내 시골의 느린 시간에 적응할 것이다. 올 여름 휴가엔 ‘마을 사람’이 되어보자.
● 여행 정보
☞ 산야초마을 가는 법 올림픽대로 - 서울외곽순환도로 강일 IC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하남분기점 - 제2중부고속도로 산곡분기점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마장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호법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만종분기점 - ‘금성, 청풍, 정방사’ 방면으로 우측방향 - 청풍호로 - ‘정방사, 능강계곡, 도화리’ 방면으로 좌측방향 - 옥순봉로 - 좌회전 - 옥순봉로 6길
☞ 대중교통 제천고속버스터미널 - 953번 버스 - 하천 정류장 하차
☞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산야초마을: 검색어 ‘제천 산야초마을’ /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하천리 15 꽃단지마을: 검색어 ‘꽃단지마을’ /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탄지리 산 19번지 제천수상레져: 검색어 ‘제천수상레져’ / 충청북도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 169-6 누리마을 빵카페: 충청북도 제천시 덕산면 도전리 442-4
< 주요 정보 > 제천 산야초마을 http://sanyacho.go2vil.org / 043-651-1357 천연염색 체험: (1인) 6000원 약초주머니 만들기, 약초베개 만들기, 천연 화장품 만들기 등: 각 프로그램당 1인 5000~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