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대는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들으면 패기 넘치는 대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고 30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들으면 중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이처럼 노래는 우리를 추억 속으로 데려다 놓곤 한다. 그래서 노래의 힘은 위대하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방식은 최근 들어 많이 달라졌다.
 
◆라디오→CD→MP3… 이제는 스트리밍 시대

음반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던 70~80년대엔 라디오에 귀 기울이고 있다가 원하는 음악이 나오면 직접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소장했다. 돈을 내는 개념보다는 복사의 개념이 더 주를 이뤘다.

이후 음반이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대체되면서 음반가격이 비싸졌다. 하지만 음악은 정식으로 돈 내고 듣는 것이란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불법복제 형식이 유행했다.

지하철역이나 뒷골목에서만 불법시장이 열렸던 것이 아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불법 무료 음원이 온라인 세상에 판을 쳤다. 지금은 대표적인 유료 음원사이트인 '소리바다'나 일반 포털사이트에서도 음원을 검색해 쉽게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이때 등장했던 것이 MD, 공CD, MP3 등이다. 불법으로 다운받은 음원을 넣고 다니는 전자기기가 크게 발전한 것도 이 무렵이다.

하지만 2004년 미국정부가 한국을 지적재산권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소리바다가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으면서 서서히 불법 음악 파일은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나 물을 돈 주고 사 마시듯 음악도 돈을 내고 합당하게 듣는 가치를 지닌 존재가 됐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음악시장은 또 한번 변혁을 맞았다. 이제는 단순한 다운로드를 넘어 스트리밍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는 멜론, 미국은 판도라가 이 서비스를 하는 대표기업이다. 물론 다운로드 음악시장을 창출하고 스마트폰을 전세계로 확산시킨 것은 누가 뭐래도 스티브 잡스라는 천재가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뒤에는 아이튠즈라는 생태계가 뒷받침됐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스트리밍시장이다. 올해 상반기만 보더라도 미국 내 음원 다운로드 건수는 13%나 감소했다. 아이튠즈도 예외는 아니다. 2.3% 감소했는데 2003년 서비스 시작 이후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반면 스트리밍 이용건수는 42%나 급증했다. 최근 들어 전세계 음원관련 기업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고, 그 중에서도 스트리밍서비스 업체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의 대표적 음원스트리밍기업인 판도라는 급속한 발전을 거쳐 현재 2억50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했고 시가총액은 54억달러(약 5조5000억원) 나 된다. 2012년 이후 주가가 5배나 상승했을 정도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IT공룡인 애플이나 구글, 심지어는 아마존도 관련업체를 인수하거나 직접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이 박태환 선수가 애용하는 헤드폰 브랜드로 유명한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0억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한 것이나, 구글이 송자미디어를 인수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15억명 시장 중국, 지적재산권 보호 선포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기회나 주식투자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지난해 국제음원산업협회(IFPI) 통계 기준으로 전세계 음원시장 규모는 160억달러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44억달러, 30억달러로 1·2위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이 잇고 있다.

우리나라는 규모가 처음으로 2억달러를 넘어서며 10위권에 진입했지만 일본의 1/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장의 성장률로만 보면 20위권 국가 내에서는 가장 높은 9%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선진국에 비해 아직 규모는 작지만 시장잠재력은 크다는 얘기다.

잠재력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 있다. 거대한 음원시장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중국이다. 사실 중국은 소위 '해적판'의 천국이다. 불법다운로드, 불법복제가 일반적이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부족하다. 하지만 중국도 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바로 지난해 말부터의 변혁이다.

15억 인구에 비해 음원시장 규모는 약 9000만달러로 전세계 20위권에 불과한 중국이지만 최근 이들이 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1월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통해 개혁과제 중 하나로 지적재산권 보호를 제시했다. 대표적 포털업체인 바이두와 선전QVOD에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고 광둥성에서는 지적재산권 분쟁 전담 법원도 설립된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톱으로 가고자 하는 중국은 모든 면에서 글로벌 수준의 규범을 갖추며 앞으로는 자신들의 지적재산권도 철저하게 보호받을 것임을 천명했다.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기업은 한국의 드라마·영화·음원 관련기업에 대한 투자나 제휴를 크게 늘리고 있다. 물론 중국 내의 판권 확보가 1차적 배경이지만 조만간 글로벌 10위권 진입을 앞둔 중국의 음원시장에 한국 대형기획사의 노하우를 이용, 함께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이유가 더 크다.

작곡가 용감한 형제나 신사동 호랭이가 얼마를 벌었다거나 박진영의 저작권료가 얼마라는 것을 들을 때마다 마냥 부러운 독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기회가 오고 있다. 중국에서도 지적재산권이 잘 보호받고 그들의 구미에 딱 맞는 음악을 공급할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벌었다는 규모는 옛날 얘기일 뿐이다.

중국은 5000만명이 아닌 15억명의 시장이다. 보다 큰 꿈을 꾼다면 창업은 당연히 중국 음원시장에 관계된 것을, 예비 법조인이라면 중국의 지적재산권을, 음악공부를 한다면 중국의 대중문화를, 주식투자를 한다면 중국 내 유통망을 확보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