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A씨는 해외 출장을 위해 2013년 말 약 150만원에 헝가리 왕복 항공권을 구입했다. 2014년 3월 말 귀국 예정이었으나 회사 사정으로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그러나 항공사는 자체 규정을 들어 일정 변경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환급도 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 올해 초 가족 해외여행을 계획한 B씨는 외국 저비용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같은 해 8월에 출발하는 인천~푸켓행 왕복 항공권을 200여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이후 사정이 생겨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여행을 못 간 아쉬움과 함께 수수료 폭탄이었다. 더욱이 할인항공권 프로모션 때 구입한 티켓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환불수수료는 상당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까지 떠오를 정도였다.

국내·외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의 빠른 시장 확대와 여름휴가철을 맞아 항공업계가 분주하다. 특히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만원대의 초저가 프로모션용 특가 항공권이라도 나올라치면 해당 항공사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홈페이지 다운 등의 어려움을 딛고 항공권 예약 단계에 이른 소비자들은 날짜변경 불가나 높은 취소수수료, 환불 불가 등 팝업창에 뜨는 약관의 까다로운 구매조건을 신중하게 읽어보지 못하고 급하게 구입하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는 항공권을 취소할 때 구매비용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치명적인 조건’들이 많다. 특히 외국계 LCC는 국내 LCC보다도 취소·환불 조건이 까다로워 소비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항공사들의 환불수수료는 어떻게 책정돼 운용되는 것일까.


/사진=머니투데이DB

◆ 프로모션 항공권, 환불 어렵고 제약 많다

우선 항공사마다 특성에 맞춰 항공권 가격을 책정하고, 그에 따른 제한 사항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할인 항공권은 사용할 수 있는 유효기간이 짧은 편이다. 여행 일정이나 구간 변경 시 제약도 있다. 환불에 따른 위약금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프로모션 가격 항공권보다는 할인 항공권을, 할인 항공권보다는 일반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이런 제한사항이 적다.

인터넷 프로모션 항공권은 환불 위약금은 물론이고 '출발 후 환불'이 불가능하거나 기간 연장, 일정·구간 변경 등에 제한을 둔다. 또한 외국계 항공사나 저비용 항공사는 환불이 안 되거나 환불수수료가 높은 편이므로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항공권 구매를 취소할 때 위약금을 부과하는 건 국제 공통 규정이다. 하지만 외국계 항공사들은 국적 항공사에 비해 위약금을 지나치게 많이 물린다는 게 문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노선에 따라 환불수수료를 5만~15만원 부과하지만, 외국계 항공사는 많게는 18만~35만원으로 배 이상 많다. 일부 항공사는 특가 항공권에 대해 환불을 불허하기도 한다. 사정이 생겨 여행을 떠나지 못하면 미리 지불한 항공료를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다.

외국계 항공사는 국내에 지사나 영업소가 없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들이 피해구제를 받기도 힘든 실정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서비스 관련 피해 사례는 2010년 141건에서 2011년 245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96건에 달했다. 최근 3년 새 연평균 68%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피해사례 396건 중 항공권 위약금 과다 부과나 환급 거절이 149건으로 전체의 38%나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이 많은 인터넷 프로모션 항공권은 아웃렛에서 구매한 옷과 같다"며 "할인가 또는 환불 불가 조건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백화점 기준으로 환불해 달라는 것은 무리" 라고 설명했다.

◆ 취소수수료 관련 민원, 외국계 항공사가 많아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접수된 국내·외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피해구제 현황 495건 가운데 ‘항공권 구매 취소와 위약금’ 관련 분쟁은 모두 175건으로 전체의 35.4%를 차지했다. 항공권 예매취소에 따른 수수료가 많거나 환불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에 대한 불만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 가운데 국내 항공사와 관련한 분쟁은 모두 51건으로 2개의 기존 항공사는 13건, 5개의 저비용 항공사는 38건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숫자로는 LCC가 3배 가까이 많지만, 2개의 기존 항공사는 평균 6.5건, 5개의 LCC는 평균 7.6건으로 나타났다. LCC가 기존 항공사 보다 평균 1건 더 많았던 것이다. 반면에 외국계 항공사는 124건으로 70.9%의 비중을 보였다. 취소수수료 관련 소비자 불만은 대부분 외국계 항공사에 집중된 것을 알 수 있다.



◆ 환불수수료 폭탄은 LCC만?… 동남아 노선은 기존 항공사가 더 비싸

취소수수료는 LCC가 비쌀까. 이 역시 노선과 항공권 종류별로 다르다. 보통 LCC들이 다양한 프로모션을 수시로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관심이 LCC에 집중돼 있지만 기존 항공사가 LCC보다 수수료가 비싼 경우도 종종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일본과 동남아시아노선의 최저운임과 최고운임의 출발전 환불수수료는 각각 5만원과 3만원으로 동일하다. 대한항공이 판매하는 최저가 항공권인 ‘알뜰e’ 항공권에 대한 환불수수료는 일본노선은 6만원, 동남아시아노선은 10만원씩 징수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일본노선 최저운임에 대한 환불수수료는 제주항공이나 진에어의 최저가 항공권인 ‘특가’나 ‘슈퍼세이브’ 항공권에 부과되는 10만원 보다는 낮지만 LCC인 에어부산이나 티웨이항공의 5만원 보다는 비싸다.

동남아시아노선의 경우 최저운임에 대한 환불수수료는 제주항공이나 진에어와 동일하고, 해당노선 최고운임인 ‘일반석’ 운임은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정규운임’이나 ‘이코노미’ 항공권에 부과되는 수수료보다 오히려 3배 이상 높게 책정돼 있다.

◆ 특가 항공권 예매조건 등 세심한 확인 필요

과거에는 기존의 두 항공사가 엇비슷한 항공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제 보편화된 LCC시대에는 일반 항공권 이외에 특가 항공권, 얼리버드 항공권, 실속 항공권 등 항공권의 종류가 날로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날짜, 시간대, 체류기간 등에 따라 운임이 천차만별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계약 해지 시 약관 등을 이유로 운임을 일부 환급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특가 항공권 구매 후 취소에 따른 수수료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예매 전 세심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항공권을 결제하기 전에 여행지, 영문명, 환급규정, 일정변경 가능 여부와 함께 취소 시 위약금 등 계약조건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