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출시 이후 올 상반기 내수 판매 1위를 달성하며 호성적을 기록 중인 현대자동차 신형 LF쏘나타. 3개월 연속 1만대 판매를 웃돌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자동차의 '기본'을 강조하며 안전성을 대거 강화한 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현대차의 자신만만했던 이 안전성이 최근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신형 쏘나타가 업계 최고 인증기관으로 꼽히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로부터 높은 종합 등급을 받았지만, 가장 중요한 평가로 꼽히는 스몰오버랩 평가에선 우수 등급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기본 강조한 현대차, 쏘나타로 증명하다
IIHS 발표에 따르면 신형 쏘나타는 IIHS로부터 ▲전면 충돌테스트 ▲측면 충돌테스트 ▲지붕 강성 ▲머리 지지대 및 좌석 안전도 테스트 등 4개 항목에서 세부항목을 포함해 모두 '우수'(Good) 등급을 획득했으며 ▲스몰오버랩 평가에서는 '양호'(Acceptable) 등급을 받았다. IIHS는 충돌 테스트 결과를 우수(Good), 양호(Acceptable), 한계(Marginal), 나쁨(Poor) 총 4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신형 쏘나타는 아울러 ▲충돌 회피 장치 평가에서 '기초'(Basic) 등급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IIHS가 최고의 안전차량에만 부여하는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에 선정됐다.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 등급 조건은 4개 충돌 항목 우수, 스몰 오버랩 양호 이상, 충돌 회피 기초 이상이다.
이 중 문제가 되고 있는 스몰오버랩 테스트는 차량을 64㎞의 속도로 몰다 운전석 쪽 전면 25%만 고정장애물과 충돌하는 실험으로, 운전석 쪽에 충격이 집중되는 데다 차체나 엔진을 거치지 않고 앞바퀴를 지나 곧바로 운전석으로 충격이 전해지는 '잔혹한' 테스트다.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의 25%가 스몰오버랩 상황에서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는 앞서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실제 충돌상황과 가장 유사한 테스트로 손꼽히는 IIHS의 스몰오버랩 시험에서 자체시험 결과 최고 등급인 '우수' 등급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선 이 같은 현대차의 발표를 두고 신형 LF쏘나타가 과연 IIHS로부터 최고등급을 받았느냐, 아니냐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신형 쏘나타는 IIHS 스몰오버랩 평가에서 우수 등급 판정을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무턱대고 현대차가 거짓말을 했다며 몰아붙이는 세력까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회사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방증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자체테스트와 미국 IIHS의 발표 사이에는 현대차를 칭찬할 만한 점도 충분하다는 것을 간과한 부분도 없지 않다.
◆ 후속조치 이뤄질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형 쏘나타 개발 당시 가장 강조한 말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 혁신적인 디자인, 편안한 내장 사양뿐 아니라 안전을 중점적으로 챙기라는 주문이었다.
정 회장의 전두지휘 아래 L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초고장력강판이 적용돼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전성이 강화됐다고 자신했다. 이례적으로 미디어를 현대차 충돌시험장에 초대해 직접 신형 쏘나타의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를 시연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측면에서 현대차가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마케팅을 했다고 보는 건 섣부른 판단으로 보인다. 오히려 자신했던 테스트 결과가 기대 이하로 나와 이를 갈고 있는 모습이 더 현실적이다.
실제 현대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IIHS와 동일한 충돌시험장을 갖추고 있는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분명하고, 조성하는 환경요건이 단순한 점을 미뤄봤을 때 현대차는 분명 자신들의 실험에 자신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실제 시험 결과는 현대차의 예상을 빗나간 것일까. IIHS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충돌 후 도어 프레임, 스티어링휠, 대시보드와 비교한 더미의 위치로 볼 때 운전자 생존공간은 잘 보존됐다.
문제는 현대차가 그토록 신경 썼던 차체 강성이 아닌 바로 '안전벨트'였다. IIHS 홈페이지에 명시된 LF쏘나타의 테스트 디테일 설명을 살펴보면, 머리·목과 더미 움직임 제어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IIHS 측은 "차체강성은 훌륭했고 생존공간은 잘 확보됐으며 전면에어백과 사이드·커튼에어백 모두 적절하게 작동했지만 안전벨트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시 말해 안전벨트가 더미의 움직임을 충분히 억제하지 못했고, 더미가 앞쪽으로 너무 많이 튀어나가 더미의 머리가 에어백을 넘어 스티어링휠에 충돌했다는 소리다. 반면 더미의 다리와 발 부분의 부상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머리부문 부상수치에서 'HIC-15 수치'(스티어링휠에 닿을 때의 가속도로, 1000을 넘으면 사망 혹은 회복 불능)에서 LF쏘나타는 405를 기록했다. 동급 비교 대상 중 하나인 쉐보레 말리부의 경우 112다. 갈비뼈도 골절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 있다. 즉 안전벨트만 정상이었어도 신형 제네시스처럼 전 부문 우수 달성도 가능했다는 뜻이다.
현대차의 최근 행보를 감안할 때, 현대차는 분명 곧 개선품을 내놓고 테스트도 다시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부터 중요한 사안은 출시 전 자체시험 결과를 '믿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에 대한 현대차의 후속조치 여부다. 이미 팔린 차의 경우 안전벨트를 교체해줄 것이냐의 문제에서 현대차는 또다른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남아있다.
자체 테스트의 정확성과 거짓 마케팅을 운운하는 일보다 어쩌면 고객들이 바라는 건 바로 지금 같은 상황에서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는 현대차의 자세일 것으로 판단된다. '판매 1위' 쏘나타의 명성이 '신뢰 1위'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