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탄 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부 김혜연(29)씨. 최근 첫 아이를 무사히 출산한 그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를 위해 생후 6개월 아이가 가지고 놀 장난감을 사러 대형마트에 들렀다. 유아 코너에 도착한 김씨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장난감을 사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들 놀이 제품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 김씨는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것에 대해 "아이가 쓸 물건인데 함부로 살 수 없어 고민하다 결국 고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 네살과 여섯살배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 박정숙(37)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박씨는 주로 백화점에서 아동 의류를 구입하는 편이다. 박씨는 "무엇보다 내 아이가 입을 옷이기 때문에 가격은 좀 비싸도 백화점 옷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제품의 질을 믿을 수 있고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그런 박씨는 최근 놀랄 뉴스 하나를 접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 백화점을 고집하며 입혀왔던 내 아이의 옷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것. 박씨는 "배신감을 느꼈다"며 "앞으로 뭘 입혀야 할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김설아 기자
아이들이 사용하는 제품에서 잇따라 내분기계 장애물질(환경호르몬)이 검출되면서 아이들이 이로 인한 부작용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 유명 아동복 12개 브랜드, 어디?
재단법인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진행한 '2014년 여름 신상품 아동 의류의 화학적 안정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닥스키즈', '알로봇', '블루독', '베베', '타미힐피커 키즈', '게스키즈' 등 유명 브랜드 아동 의류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
해당 실험은 서울시내에서 판매된 제품 가운데 27개 주요 브랜드의 7~8세용 남아용 청바지 23개, 셔츠22개 총 45개 제품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7일까지 진행됐다. 그 결과 총 12개 제품에서 NPEO(노닐페놀 에톡시레이트)가 검출됐으며 그 중 1개 제품에서는 OPEO(옥티페놀 에톡시레이트)도 검출됐다.
내분비계장애물질인 NPEO와 OPEO는 세정제에 주로 사용되며 햇빛 등에 의해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NP(노닐페놀)형태로 분해된다. NPEO는 그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환경부가 2001년부터 유독물로 지정해 관리 중이며, 유럽에서는 2003년부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아동용 청바지 중에서는 '닥스키즈', '베베', '블루독', '알로봇', '트윈키즈' 등 6개 브랜드에서 NPEO가 검출됐으며 특히 '베베'는 OPEO도 검출됐다. 셔츠 제품 중에서는 '게스키즈', '드팜', '랄프로렌칠드런', '블루독', '타미힐피거키즈', '폴스미스주니어' 6개 브랜드에서 NPEO가 검출된 상태다.
알로봇 매장/사진=김설아 기자 이 중 '베베'와 '알로봇'의 경우 유럽 섬유환경 인증기준의 기준치(250㎎/㎏)보다 4배 이상 많은 1321㎎/㎏, 1059㎎/㎏이 각각 검출됐다.
ASK주니어 셔츠는 납 성분이 기준치(90㎎/㎏)의 14배인 1285㎎/㎏ 검출됐고, 닥스키즈, 리틀뱅뱅, 빅애플키즈, 아르마니주니어, 트윈키즈 등 5개 브랜드의 청바지는 pH(수소이온농도)가 기준치(4.0∼7.5)보다 높은 8.0으로 나타났다.
녹소연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pH, 납 함유량, 내분비계 장애물질이 검출된 의류를 생산한 업체가 품질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사용금지가 확산한 NPEO와 OPEO 성분에 대한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주부들 분개, 안전 강화에 한목소리
소비자들은 분개했다. 특히 유아동의 자녀가 있는 주부들 사이에선 '안전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부 최수연씨는 "평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들인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이 검출돼 유감"이라며 "안전문제가 시대적 화두고 되고 있는 만큼 아이들이 쓰는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에 보다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김선아씨도 "지난달엔 어린이용품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더니 이번엔 의류냐"며 "내 아이가 24시간 안좋은 환경에 노출되는 것 같다. 이젠 모든 제품이 의심스럽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환경호르몬 검출' 파문이 확산되자 대부분 브랜드에서는 해당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알로봇 관계자는 "국내 기준에는 부합하지만 유럽 기준으로 봤을 때 기준치보다 높은 검출량을 보인 것으로 안다"며 "논란의 소지가 있어 해당 청바지와 셔츠 제품은 모두 판매를 중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녹소연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른 표시가 제대로 안 돼 있거나 안전품질 표시기준을 위반한 제품은 국가기술표준원에 조치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