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중심이 ‘사회적 책임’(CSR)에서 ‘공유가치창출’(CSV)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이 수익을 창출한 후에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지난 2011년 창안한 이 개념은 기업이 참여한 지역사회의 경제·사회적 조건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CJ그룹의 베트남 농촌경제 활성화 CSV활동인 현지 고추재배 농가사업 ◆중소 협력업체와 동행
최근 공유가치창출에 발군의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CJ그룹이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CSV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CJ는 최근 전담부서인 CSV경영실을 설치하고 지주사 임원 및 각 계열사 대표들로 구성된 ‘그룹 CSV 경영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열며 CSV 경영에 추진력을 더하고 있다.
우선 CJ는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판로 개척과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특색 제품 및 특산물을 발굴해 유통을 책임지고 중소 협력업체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것. 이 같은 노력은 기업 활동과 연관된 구성원 및 사회적 취약계층과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기 위한 CJ의 의지로 해석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지역의 중소 식품기업과 함께 상생 프로그램 ‘즐거운 동행’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의 유망한 중소 식품기업들이 제품을 개발·생산하면 CJ제일제당은 기술지원, 품질관리, 유통대행, 마케팅, 판로개척 등을 책임진다. 이로써 중소기업은 유통망을 확보하면서 자생력을 강화하고, CJ제일제당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매출 증대를 이룰 수 있다.
CJ오쇼핑은 ‘CJ IMC’라는 자회사를 두고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양질의 제품을 진출시키고 CJ오쇼핑의 해외 플랫폼에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인도, 베트남, 일본, 터키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홈파워 빨래 건조대’, 베트남에서 히트 상품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도깨비 방망이’ 등은 CJ IMC를 통해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주인공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부터 택배 배송기사들에게 중·고·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택배기사에게 매년 건강진단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규직원이 아닌 협력사 직원의 학자금과 건강검진 비용 지원은 택배업계 최초이자 산업계 전반에서도 드문 사례다. CJ대한통운은 현장을 누비며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배송기사들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고취시켜 고객서비스 향상과 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적 취약층과 상생
CJ는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후가 길어지면서 경제적 취약계층이 되기 쉬운 고령층과의 상생에도 땀을 흘리고 있다.
CJ푸드빌은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중장년층 대상의 창업교육기관 ‘CJ푸드빌 상생아카데미’를 열 예정이다. 50대 이상의 은퇴 예정자, 퇴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외식 창업 전문 교육 프로그램은 전문외식기업으로는 국내 처음이다. 빕스, 뚜레쥬르, 투썸, 비비고 등 외식 운영 전문 노하우를 살려 카페·베이커리·이탈리안 레스토랑 세분야에 걸쳐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총 7주 과정의 상생아카데미는 ‘생애재설계 멘토링’, 이론 중심의 ‘기본역량 강화교육’, ‘현장맞춤 창업훈련’ 등의 과정을 거친다.
CJ는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CJ대한통운은 부산·대구 등 지역별로 노인인력개발원, 시니어클럽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아파트 택배 배송에 '어르신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스마트 카트를 도입하고 주부나 노인을 배송원으로 채용, 그들에게 생활터전을 만들어주고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인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택배 현장의 부족한 인력도 충당할 수 있어 '윈-윈'이 되고 있다.
CJ CGV는 지난해 10월부터 고령층 시니어 사원인 ‘도움지기’ 80여명을 채용했다. CJ CGV는 도움지기 제도를 올해 전 지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인원도 1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앞서 2013 시니어 일자리 나눔 대회에서는 노인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 2012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도 장애인 고용신뢰기업을 선정하는 트루컴퍼니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직장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CJ리턴십 프로그램’은 사회 전반에 걸쳐 환영받고 있다. 출산이나 육아로 직장을 떠나야 했던 여성 인력을 대상으로 마련한 재취업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다. CJ가 리턴십 프로그램 시행을 발표한 이후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지원하려는 분위기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공유가치창출
CJ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공유가치창출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베트남 닌투언성(省)에 농업소득 증대와 자생력 강화를 목표로 ‘新새마을운동’을 전파 중이다.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는 농업비중이 크다. 대한민국 선진화 운동의 시초인 새마을운동을 실천해 농촌생활 환경과 저수·관개 시설을 개선하고 농산물의 생산부터 수확, 저장, 포장까지 모든 기술을 전수하는 등 현지 농가 소득 증대와 농업 선진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닌투언성 농촌 개발 운동이 의미를 갖는 것은 ‘지속성’을 갖춘 첫 공유가치창출 사례라는 데 있다. 일회적인 현금이나 현물 지원은 기업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지속성을 갖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닌다. 원조를 통해 상대방도 사회적 자립심을 키우고 후원 주체인 기업 역시 수익성을 거둘 수 있어야 공유가치창출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CJ제일제당 연구소와 CJ프레시웨이의 전문가집단은 '新새마을운동’ 사업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한달에 한번씩 정기적인 현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농사 교육과 최근 주력 작물인 고추재배 교육을 실시한다. 향후 3년간은 농작물 노하우 전수에 집중할 계획이다. 퇴비만들기, 토양소독법, 육묘, 소규모농기계활용법, 지역 주요 작물인 벼, 옥수수 등에 대한 집중 교육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공유가치창출 사업 모델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해외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차별화된 모델로 기업과 현지 농민이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공유가치창출 사업 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