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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년 만에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이를 둘러싼 극심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놓고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자 ‘세수확보를 위한 서민증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형적인 서민증세
정부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인상안은 국회 논의를 거친 뒤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지난 2004년 500원을 올린 이후 10년 만에 담뱃값이 인상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는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9년 흡연율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회원국 가운데 담뱃값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성인남성 흡연율은 44%에 달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따라서 담뱃값을 인상하면 국민의 흡연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명분이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담배 소비를 34%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반발이 극심하다. 담뱃값 인상과 동시에 각종 세금도 덩달아 오르는 전형적인 서민증세라는 것. 정부는 국민 건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담뱃값 인상 반대의 선두에 나선 이들은 흡연자단체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 발표가 서민층인 흡연자들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행위라고 반발했다. 특히 고소득층의 낭비와 사치생활 풍조를 억제하기 위한 개별소비세를 담배세금에 포함시킨 것은 서민증세를 위한 꼼수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을 살펴보면 가격이 오른 4500원의 74%가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등 각종 세금이다. 현재 담배의 각종 세금 비중은 62%인데 정부가 이번에 담배에 붙는 세금을 더 늘렸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운영자는 “담뱃값을 올려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부의 행위는 서민경제 위협은 물론 불법담배 및 가짜담배 양산으로 이어져 오히려 국민건강을 해칠 것”이라며 “담뱃세 점진적 인상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지만 서민 경제를 고려한 뒤 인상폭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득역진성 심해진다
정부가 추진하는 담뱃값 인상의 실질적인 목적이 부자감세로 줄어든 세수보전을 위한 서민증세라는 비판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관계자는 “소득이 적을수록 세율이 높은 대표적인 소득역진적 ‘나쁜 세금’으로 지적받고 있는 담뱃세를 높이는 것은 저소득층의 주머니를 털어 나라 곳간을 채우려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정부는 담배 가격 인상 문제를 논할 게 아니라 종가세 전환 등 소득역진적인 담배조세정책의 개선과 집단효용성원칙에 벗어나 건강보험에 매해 1조원씩 지원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부터 똑바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흡연자단체는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고소득층보다 높기 때문에 담뱃세의 소득역진성이 심해질 것으로 판단한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계층의 흡연율(30.8%)이 상위계층의 그것(24.1%)보다 6.7%포인트 높다. 가격 부담 때문에 저소득층 흡연율이 떨어지더라도 여전히 담배를 소비하는 저소득층의 가계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 따라서 담배수요 감소가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인다고 못 박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흡연율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힌 정부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통계청의 ‘한국사회지표 2013’에 따르면 2008년 27.3%인 흡연율은 2009년 26.6%로 떨어졌다. 이후 2010년 26.9%로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26.35와 25.9%로 줄었다.
◆여론과 야당도 인상반대
여론도 정부가 국민 건강 목적보다는 부족한 세금을 채워 넣기 위해 담뱃값을 인상을 밀어붙인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 결과는 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흡연자·비흡연자를 포함한 수도권 거주민 1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갖는 성격에 대해 ‘OECD 국가 수준으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것’이란 응답이 33.6%를 차지했다. 반면 ‘부족한 세금을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란 응답은 57.4%나 됐다. 국민 2명 중 1명은 담뱃값 인상 정책의 배경을 ‘세수확보’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셈이다.
담뱃값 인상 시 흡연율이 낮아질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도 절반 정도의 응답자가 ‘일시적으로 낮아지겠지만 다시 원상태로 갈 것’(50.4%)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28.5%에 그쳤다. 담뱃값 인상이 ‘공평과세 원칙’을 저버리게 돼 서민층이 더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55.7%), ‘비공감’(31.6%), ‘잘 모름’(12.7%)으로 나타나 국민들 사이에 이러한 우려감이 있음을 방증했다.
야당도 담뱃값 인상안이 세수증대를 위한 꼼수라는 점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담배로 거둬들이는 세금 6조원 중 금연정책에 쓰인 돈은 120억~130억원에 불과한데도 건강유연정책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며 “세금이 부족하니 서민들에게 세금을 걷어달라고 하는 것이 보다 솔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정부는 담뱃값 인상안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 파기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는 세력이 확고한 만큼 법 개정 관련 국회 논의에서 인상폭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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