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장기 저장이 가능한 음식이다. 식당에서는 겉절이 등을 제외하고는 많은 양을 김장해서 긴 시간 보관하며 사용한다. 김치 숙성 과정과 보관 과정을 따져보면 숙성시키는 시간보다 보관 시간이 더 길다. 잘 숙성시킨 김치 맛을 먹을 때까지 유지해야 식재료 로스율도 낮출뿐더러 정성 들인 김치가 손님상에 올라 빛을 볼 수 있다.

◇ 식당 김치, 일정 기준으로 맛 유지 필요

이 세상에는 김치를 담그는 사람만큼 수 많은 종류의 김치가 존재한다. 하지만 식당 김치는 이를 매뉴얼화해 일정한 맛을 낼 필요가 있다.

품질의 영향을 덜 받는 가정용 김치와 달리 식당 김치는 균일한 상품력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식당 김치를 꼭 동일한 맛과 형태로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치에 들어가는 수많은 식재료 중 하나만 달라도, 또 담그는 환경이 달라도 맛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동일한 김치를 제공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일정 기준을 두고 그에 적합한 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김치 맛을 의도적으로 변화시켜 제공하는 경우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메뉴에 허용 가능한 수준에서고 그에 맞춰 관리하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

김치 숙성 정도나 보관 환경을 자의적으로 컨트롤하는 외식 업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식당 김치는 단순히 맛있는 상태의 김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넘어 항상 일정한 기준의 맛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숙성 단계처럼 유지 과정도 매뉴얼화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 김치 보관, 평균 영하 1℃가 적합

김치 유지 시 필히 신경써야 할 두 가지는 산도
와 온도다. 김치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기 위해 서는 온도 설정이 중요하고 김치 맛의 변화는 산도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염도 정도와 레시피, 계절 온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평균 영하 1℃에서 보관해야 가장 잘 유지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겨울에 김장을 하면 독을 땅에 묻어 보관했는데 이때 땅속 온도가 영하 1℃정도 됐다는 것이다. 가정집에 하나씩 있는 김치냉장고도 숙성과 보관으로 구분돼 있는데 이때 보관 시 온도가 대략 영하 1℃에 맞춰져 있다고 한다.

김치의 발효가 최고점을 찍은 이후에는 보통 영하 1~0℃, 더 낮게는 영하 2℃에서까지도 보관한다. 김치 내 유산균의 활성화를 더디게 해 김치 상태를 가능한 고정시키는 것이다. 너무 온도가 낮게 되면 김치 자체가 얼어 유산균 감소하기 때문에 적정 온도 설정에 신경 써야 한다.

서울 신설동 통삼겹살 전문점 <육전식당>은 전남 해남에 위치한 공장에서 자신의 양념 레시피대로 김치를 담고 있다. 양념에 들어가는 마늘 등은 국내산만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해당 식재료를 구매해 공장 측으로 보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김치를 확보하고 있다.


김장철에 1년 분량을 한 번에 담가 현지 저온 저장고에 보관해 두고 2~3개월에 한 번씩 필요량만 가져오고 있다. 매장 한켠에 김치 저온 저장고를 두고 영하 1℃에서 철저하게 보관해 맛을 유지한다. 채소는 따로 보관하고 김치와 저장 온도가 같은 장아찌만 같이 관리하고 있다.

◇ 온도 변화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

보관 시 핵심은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김치는 유산균이 살아있는 상태기 때문에 온도 변화에 상당히 민감하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는 냉장고를 많이 열고 닫게 되는 데 이게 반복됨에 따라 내부 온도에 변화가 생긴다.

(주)신안냉열시스템 이상근 대표는 “저장고 문을 자꾸 열고 닫음에 따라 안의 온도는 크게 10℃ 이상까지 차이날 수 있다”며 “다시 본래 적정 온도로 맞춰지는 동안 이미 김치 맛은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음식점에서 단독 보관해 온도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김치 저온 저장고를 따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저온 저장고는 3.31㎡(1평)부터 원하는 평수대로 지을 수 있다. 가격은 평수와 저온 저장고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저온 저장고는 온도 유지가 생명이기 때문에 설치 위치에 따라 단열재, 냉열 시스템을 결정하게 된다. 만약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자리라면 자연스럽게 단열재를 많이 사용하고 좀 더 큰 냉열 시스템을 장착해야 하는 것이다.

저온 저장고를 짓기 위해서는 일정 공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불가피할 경우 일반 업소 냉장고를 사용해도 상관없다. 대신 온도를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또한 김치는 다른 채소와 함께 보관하면 안 된다. 채소 적정 보관 온도는 7~8℃로 영하 1~0℃에서 보관하는 김치와 차이가 나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장아찌 등 김치와 같은 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한 것은 상관없다.

◇ 젖산계·염도계로 김치 보관에 디테일 더해

예전에는 손맛, 감, 경험치에 의존해 김치를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산도계, 염도계, 온도계 등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김치를 매뉴얼화하는 추세다.

유경룡 김치 발효 전문가는 “측정기를 활용해 정확하게 김치의 산도, 온도, 염도를 체크하고 있다”며 “단순히 손맛이나 경험치에 의지하기보다는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데이터를 계속 체크하다보면 어느 순간 맛만 봐도 어떤 상태인지 감이 온다”며 “이제는 손맛도 데이터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측정계를 사용하기 전에 먼저 각 측정기기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시중에 다양한 측정계가 있으므로 자신이 필요한 용도에 맞는 것을 선택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염도계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측정하는 방법에 따라 빛 굴절과 전기 전도도식 기기로 나눌 수 있다.

(주)지원하이텍 최찬용 상무이사는 “빛 굴절 염도계는 측정 범위가 0~28%까지로 배추를 절이고 장을 담글 때 사용한다”며 “그에 반해 전기 전도도 염도계는 0~5%로 측정 범위가 좁아 염도가 높은 절임 배추 등을 재는 것은 어렵고 완성된 음식의 염도 측정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음식 속에는 이미 여러 가지 영양소가 들어가 있어 일반 굴절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치를 한 번에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측정계는 김치를 보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식당 김치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 때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성할 수 있어 김치 관리에 디테일을 더할 수 있다. 세밀하게 조건을 설계해 그에 맞춰 김치를 담고 숙성시켜 보관하면 비교적 일관된 맛을 구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