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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경제에서 금융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 기준 약 7%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없다"는 탄식이 나온 지 오래다. 그간 중공업과 IT(정보기술)에 주로 의존해온 대한민국의 '금융체력'을 이제는 키워야 한다. <머니위크>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세계 금융 격전지에서 묵묵히 대한민국의 금융영토를 넓히고 있는 '금융 전사'들을 찾았다.
베트남 호찌민 중심가 푸미흥(Phu My Hung). 이 지역에서 차를 타고 서남쪽으로 약 30분을 달리면 41km 길이의 호찌민-쭝릉 고속도로가 나온다.
고속도로 요금소 초입에 들어서자 낯익은 전광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속도로 교통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첨단 도로전광표지판(VMS)이다. 디자인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VMS와 흡사하다. 국내 대기업인 삼성SDS가 최첨단 IT기술로 제작·설치했기 때문이다.
폐쇄회로(CCTV)와 속도감지기(VDS), 대용량기억장치(LCS)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시범운영중이지만 내년 초까지 호찌민-쭝릉 고속도로에는 한국형 지능형 교통시스템(ITS)이 모두 설치된다.
장비설치가 완료되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은 교통정체구간이 어디이며,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광판을 통해 위험구간이 어디인지 알려줌으로써 교통사고 감소와 구급시간 단축, 통행시간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인 나라다. 베트남 국민들은 자동차보다 오토바이를 이동수단으로 선호한다. 차량의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 9월16일 기자가 방문한 호찌민-쭝릉 고속도로 역시 한산했다. 시속 150km로 달려도 무방할 만큼 차가 없어 교통흐름이 원활했다.
그럼에도 베트남정부는 도로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는 자동차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있어서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1970년대 이전 우리나라 수송의 핵심은 철도였다. 자동차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군용차나 버스가 전부였다. 하지만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동차산업 발전을 통해 산업화가 가속화됐고 당시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마이카시대가 활짝 열렸다.
베트남정부는 고속도로 개통을 시작으로 앞으로 자동차산업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는 생산뿐만 아니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또한 철강과 같은 후방산업과 첨단기술 발달을 촉진할 수 있는 차량연료소매·운수·금융 같은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이를 위해선 고속도로 개통 등 도로 인프라 개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대베트남 국제원조자금으로 한국 첨단 ITS 구축
이처럼 베트남정부가 도로 인프라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DCF는 1987년 개도국들의 산업발전과 경제안정을 지원하고 이들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한국정부가 설립한 기금이다. 자금관리는 수출입은행이 맡고 있다.
그동안 수출입은행을 통해 개도국에 지원한 기금은 107억달러(한화 약 11조3000억원, 1087~2012년)에 달한다. 이 중 베트남에 전달된 규모는 8월 말 현재 49개 사업에 19억1900만달러(한화 약 2조3000억원) 규모다.
이번 베트남 호찌민-쭝릉 고속도로 ITS 구축사업도 차관을 통해 이뤄졌다. 총 금액 3500만달러 규모로 교통통행료 징수시스템·교통관리시스템(FTMS)·교통관제센터·VDS센터 내 정보수집 제공 등을 수행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이번 사업의 주요 목적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SDS가 교통관리시스템을, 동성중공업이 교통관리센터를 건립해 현재 개발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삼성SDS는 베트남 호찌민 ITS 구축사업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지난해 4월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18개월 프로젝트로 내년 상반기 중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호찌민 고속도로 교통상황 우리가 책임져요"
"38개의 CCTV와 45개의 전광판, 30개의 VDS, 8개의 대용량기억장치를 통해 호찌민-쭝릉 고속도로 상황을 교통관리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운전자에게 알려줍니다. 한국의 고속도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베트남에선 처음 도입하는 것이어서 베트남정부의 기대가 크죠."
호찌민 중심가의 한 호텔에서 만난 한정항 삼성SDS 베트남프로젝트오피스 소장은 검게 그을린 얼굴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의 선진 지능형 교통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베트남경제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한 소장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직접 현장을 보자고 권했다. 현장에서 본 호찌민-쭝릉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허름했다. 요금소 건물과 중앙분리대 등 주변시설이 대부분 80년대 우리나라의 건물이 연상될 정도로 다소 낙후됐다. 고속도로 요금소 안에는 직원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그래선지 삼성SDS가 도로 곳곳에 설치한 전광판과 CCTV 폴의 디자인이 더욱 세련돼 보였다. 전광판에는 큼지막하게 'VMS 시범운영중'이라는 글자가 베트남어로 깜빡거렸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다시 호찌민 1군 중심가 방향으로 20여분을 차로 달리자 CCTV 통합관리센터(TNC)가 눈에 들어왔다. 4210㎡(약 130평) 넓이의 5층 건물로 지어질 예정인데 아직 공사 중이어선지 실외모습은 어수선했다. 현장에는 5~6명의 작업자들이 웃통을 벗어던지고 나무 등 각종 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니 외관과는 달리 웅장한 모습의 대형스크린이 눈앞에 펼쳐졌다. 고속도로에 설치된 38개의 CCTV화면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크린이다.
"도로가 막히거나 원활하지 않으면 우측 상단부분에 표시가 돼요. 녹색이 원활, 노란색이 정체, 빨간색이 막힘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 그 부분을 체크해 곧바로 고속도로 내에 설치된 전광판에 안내문구를 써주죠."
화면에 표시된 글자는 영어와 베트남어가 섞여 있었다. 앞으로 베트남 현지직원이 관리해야 하는데 보다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라는 배려다. 한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선진 IT시스템이 베트남에 더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 어느때보다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단다.
"올해 약 10여개의 ITS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베트남정부도 2025년까지 약 5000km의 고속도로를 더 개통할 예정입니다. 이곳의 ITS시스템은 한국과 일본이 거의 주도하고 있는데 일본에 밀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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