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하고 하던 대로 해라’(Keep Calm and Carry on). 최근 SNS 프로필 사진에 이 문장을 올린 이들을 자주 본다.

이는 얼핏 보면 어떤 기업체의 커머셜이나 상표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말은 영국정부가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독일의 공습이 예상되는 시점에 시민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제작한 포스터다.

결과적으로 이후 10개월간 예상됐던 독일군의 공습은 없었고 포스터는 이후 사용되지 않았지만 지난 2000년 우연히 한 서점에서 발견된 이후 영국을 대표하는 물품디자인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금융시장의 트렌드를 보면 이 말의 의미가 새삼 와 닿는다.

◆ 롱숏·가치주 이어 배당주

올 초만 해도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공모 롱숏펀드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을 선두로 마이다스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이 개인투자자를 위한 중위험·중수익을 표방하며 투자자들의 자금을 쓸어모았다.

국내 롱숏펀드의 인기가 뜨거워지자 일부 운용사는 해외 롱숏펀드를 야심차게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올 2분기부터 주식시장이 박스권 상단 돌파를 시도하고 롱숏펀드의 참여자가 늘면서 롱숏펀드의 성과가 부진하기 시작했고 불과 3개월 만에 약 4500억원이 유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비슷한 시점에 가치주펀드도 주목받았다. 가치주펀드는 연초 이후 2조3000억원이 순유입되면서 설정액 기준으로 1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고 현재까지도 자금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치형이 주식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는다고 해서 항상 우월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이후 가치 사이클은 주식시장과 역행했는데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하던 시기에는 가치 사이클이 하락했고 반대로 주식시장이 부진했던 시기에는 가치 사이클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최근 가치주펀드의 인기배경에는 주식시장의 장기간 박스권 형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향후 시장전망에 대해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주식시장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대로 레벨업 할 경우 가치주펀드의 상대적 성과부진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배당주펀드로의 자금유입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배당주펀드로의 순유입 규모가 2700억원이었는데 올 3분기에는 1조8200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에서 1조5805억원이 순유출된 것을 감안하면 배당주펀드의 두각이 올 하반기의 가장 큰 이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금 쏠림에도 불구하고 분기 성과 우수펀드 상위 20위 내에서 배당주펀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언론은 물론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배당주펀드가 생각 만큼 투자자를 만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 후강퉁, 아직은 우려 커

지난 11월17일부터 상하이-홍콩 증권시장 간 상호주식투자(Shanghai-Hongkong Stock Connect), 일명 후강퉁이 허용됐다. 후강퉁제도는 별도의 라이선스 없이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의 직접 매매를 허용하는 시범적인 제도다. 이미 언론과 발빠른 증권사들은 후강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일부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분하다.

후강퉁이 7년 전에 언급됐음에도 이제서야 추진되는 배경에는 상하이는 자본시장, 홍콩은 외환시장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완성하려는 중국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아울러 역외 위안화의 효율적 사용과 위안화 국제화의 가속화를 추진하기 위한 배경도 작용했다.

중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10월 말 현재 2.8%에 불과하다, 후강퉁이 시작되는 17일부터 중국 본토주식의 쿼터인 3000억달러가 소진될 경우 외국인 투자비율은 4.2%까지 상승할 수 있다. 후강퉁에 대한 영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본토 주식시장의 추가 랠리로 연장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중국 경기둔화와 기업실적의 부진이 후강통에 의한 수급개선만으로 보완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 후강통의 시행을 중국증시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라는 단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중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냉정한 접근이라는 판단이다. 후강통 초기에는 시행착오와 중국증시 모멘텀의 둔화우려도 있으며 오히려 단기 차익실현 물량 출회가 나올 수 있다.

이는 한국과 대만의 증시 개방사례에서 찾을 수 있는데 한국증시는 지난 1998년 5월 외국인 보유한도가 철폐되고 외국인이 자유롭게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단기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물량으로 인해 지수가 조정된 이후 재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 역시 외국인 지분율이 폐지된 지난 2000년 이후 큰 폭의 주가조정이 나타난 후 재차 상승하는 비슷한 사례를 남겼다.

현재 후강퉁 시행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비율이 4%대까지 상승한다 하더라도 중국정부의 시나리오상 외국인의 지분율이 10% 이상으로 올라가려면 앞으로 2~3년가량 시간이 더 필요하다. 즉 단기적으로는 기대감이 형성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본격적인 중국증시의 외국인 수급으로 인한 효과를 기대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 2007년 10월 말 출시돼 보름 만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으며 대한민국 펀드 역사에 기록을 남겼던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는 지난 7년 동안 원금회복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 11월14일 기준가가 991.78원을 기록했다. 출시 이후 한번도 최초 기준가(1000원)을 회복한 적이 없는 펀드였는데 드디어 원금회복에 근접한 것이다.

‘인사이트 신드롬’을 일으키며 투자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펀드가 이제서야 원금회복에 근접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자 시에는 평정심을 유지하고 유행에 휩쓸리는 것보다는 ‘하던 대로 하는’ 자세가 필요할 수도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