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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와 대리점. 때론 ‘상생’의 일환으로 때때론 ‘갑과 을’의 대명사로 회자되는 주인공들이다. 이 둘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신뢰. 가족같이 더불어 지내다가도 한번 신뢰가 깨지면 관계를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뢰’가 깨져 '전쟁'을 벌이는 실례를 살펴보면 단박에 이를 알 수 있다. 대리점 측은 “본사가 모든 걸 위조했다”고 말하고, 본사 측은 “정당한 거래관계였다”고 반박한다. 위조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 11월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앞. 확성기를 손에 쥔 남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나홀로 시위를 펼치고 있다. 그는 중소 생수 유통업체 한진상사(현 진로종합유통) 실질 대표였던 김현배씨. 김씨는 “하이트진로 자회사인 진로음료의 서류 조작으로 모든 걸 잃게 됐다”며 “대기업의 대리점 관리방식이 어떤 것인지 이렇게 해서라도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날 날아온 허위 세금계산서
둘의 인연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족들과 함께 생수 유통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인 김씨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하이트진로음료 본사 직원이었다. 이 직원은 김씨에게 대리점 거래계약을 체결하자고 요청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석수’와 ‘퓨리스’를 생산하며 생수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김씨는 대기업과 관계사가 된다는 기쁨에 곧바로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2010년 10월1일 하이트진로음료와 한신상사는 대리점계약을 체결했고 서울보증보험이 발행한 보증보험증권 2000만원을 담보로 거래를 시작했다.
문제는 당초 책임자였던 영업부 직원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면서 불거졌다. 하이트진로음료로부터 생수를 공급받아 판매하던 김씨는 지난 2011년 6월10일 하이트진로음료 채권팀 내부 회의에서 한신상사에 대한 8개월간 누적 외상 미수금이 약 1억1200만원이며 여신초과채권이 약 9800만원으로 보고된 사실을 알게 됐다. 채권팀은 한신상사에 대한 채권보전 방안을 강구해 채권관리 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일주일 뒤 하이트진로음료는 이행보증보험 증액에 필요하다며 한신상사의 인감도장과 이행보증보험증권발급용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채권최고액 8000만원의 아파트 근저당 설정 등기를 마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는 한신상사와 거래가 없던 J유통으로 허위 세금계산서가 발행된 사실을 알게 됐고, 채권최고액 8000만원 상당의 저당권 설정 사실도 추가로 알게 됐다. 결국 김씨는 회계사무소에서 원본을 수집하는 등 증거를 모아 하이트진로음료를 상대로 형사소송(사기혐의)을 걸었고 하이트진로음료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하이트진로음료에서 미수금이라고 주장하는 1억39만2808원 중 보증보험증권 2000만원을 제외한 8000만원은 부당한 채무”라며 “영업부 과장 조모씨가 한신상사 이름으로 상품을 출고해 그중 일부를 다른 거래처에 공급하고 물품대금은 장부에 한신상사 이름으로 올려 부당하게 채무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 ‘부풀리기-위조-조직적 비리’ 의혹
김씨는 그러면서 하이트진로음료에 3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처음부터 샘물 공급 단가 차이로 인한 채권·채무 계산이 잘못됐다는 것. 하이트진로음료 내부 품의서와 출고장에 따르면 500ml 20개의 비용은 2750원과 3800원으로 내부 품의서와 최종 적용 단가에서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11년 2월경부터 납품단가보다 월등히 높은 단가를 적용해 한신상사의 채무액이 정해지고 채권팀 회의에서 하이트진로음료 채권액이 과다 계상됐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두번째는 문서 위조 의혹. 담보제공 확약서와 근저당 설정 등기소 접수 확인서면의 우무인(지장)이 소유주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사소송 1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하이트진로음료 영업사원 조씨의 법정진술서에 따르면 조씨는 이 우무인이 실소유주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이라고 시인했다.
김씨는 “등기신청을 할 때 반드시 등기의무자 본인이 법무사 앞에서 본인 여부 확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있음에도, 조씨가 대신 법무사를 찾아가 자신의 지장을 찍어 신청했다”며 “근저당권 설정등기는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하이트진로음료와 한신상사의 확약서, 추가 약정서, 거래관계도 등이 조작됐다고 덧붙였다.
세번째는 채권액에 대한 조직적 비리 의혹이다. 하이트진로음료 측이 한신상사에 대한 채권액을 아직까지도 입증하지 않고 있다는 것. 김씨는 “이 채권이 하이트진로음료로 귀속되는 채권이라 단순한 개인 직원의 비리로 보이지 않는다”며 “하이트진로음료는 최근까지도 마메든샘물, 농협샘물, 시원샘물 등 중소 유통회사들과 횡포, 증거 조작 등의 마찰을 빚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음료 측은 거래에 따라 쌓인 채권-채무 관계이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신상사 측에서 입금을 지연했고 이에 따른 상품 대금이 증가해 채무액이 발생했다는 것.
하이트진로음료 한 관계자는 “거래관계에서 서류 조작이나 과다한 물품대금을 부과한 적이 없다”며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 등도 정상적으로 발행했고 근저당 설정 당시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사원 조씨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하면, 잘못된 것에 대해 추후 책임지게 할 것”이라며 “2~3개월 안에 법정싸움이 마무리 될 것이고 재판부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흥배 참여연대 경제조세팀장은 “대기업 본사 직원이 임의로 서류와 채권 채무액을 조작하고 대리점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혔다면 이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며 “하이트진로음료는 공식적 서류를 통해 정확한 채권 채무액을 정리하고 조작된 서류를 근거로 진행된 경매로 인한 손해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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