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삼성그룹은 지주회사가 없지만,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던 것이 제일모직이다보니 시장의 관심은 집중됐다.

이미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진행된 상장을 위한 공모청약일에 30조649억3000만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이는 지난 2010년 삼성생명이 기록한 19조2216억원을 10조원 이상 뛰어넘으며 우리나라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역대 최대치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 상장 하루만에 목표가 '훌쩍'

18일 제일모직은 코스피 시장에서 시초가(10만6000원) 대비 6.60% 오른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의 공모가는 5만3000원, 공모주 투자자들은 종가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수익률이 113.21%가 된다.


 

사진 왼쪽부터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봉영 제일모직 대표이사, 윤주화 제일모직 대표이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제일모직은 시가총액 15조2550억원을 기록하며 상장 첫날 KB금융(시총 14조6621억원)을 밀어내고 코스피 시총 14위로 올라섰다. 우선주(삼성전자 우선주)를 제외하고 일반 종목 기준으로는 13위다.

또한 이날 지난 11월14일 삼성SDS가 기록한 상장일 기준 거래대금 역대 1위 기록(1조3476억원)을 갈아치웠다. 제일모직은 이날 3시 장 마감 기준으로 거래대금이 1조365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거래대금(5조700억원) 대비 약 27%에 달하는 수치다.

문제는 제일모직이 너무 올랐다는 점이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12월 이후(18일 기준) 증권가에서 발표된 제일모직 관련 리포트는 총 15개다. 이들 가운데 목표가가 명시된 리포트는 11개다.

제일모직의 목표가를 전망한 10개 증권사(KTB투자증권은 리포트를 2번 내놓음)의 목표주가 평균은 9만3940원이다. 상장 첫날 이미 증권 전문가들이 본 목표주가를 12.84%나 넘어서버린 것.

10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전망치를 제시한 유진투자증권의 경우도 목표가는 12만5000원이다. 상장 이틀째 제일모직이 기록한 최고가는 12만9000원. 이틀 만에 증권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어 버렸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18일 오전 8시40분부터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제일모직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

◆ 제일모직 열풍은 미래가치 기대 때문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목표가는 틀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장기적으로 제일모직에 대해 여러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목표가를 처음 전망할때는 현재 사업가치를 중심으로 분석해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윤 애널리스트는 "목표가는 1년 정도의 사업가치를 반영해 적용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영업가치를 가지고 목표가를 산출했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의 모습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제일모직의 투자 포인트는 지주사로의 전환에 따른 삼성전자의 배당, 계열사 브랜드 로열티, 제일모직의 사업구조 개편등이 핵심 포인트다.

그는 "현재 시장은 제일모직의 미래가치를 높게 보고 있는 것 같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삼성그룹이 승계를 진행하며 분할이나 병합 등 이벤트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조금 더 길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삼성그룹 매출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서 발생한다. 만약 제일모직이 지주로 전환된 후 삼성계열사 매출의 0.2%를 브랜드 로열티로 받는다면 세후 수수료 이익은 약 6060억원으로 예상된다.

배당과 브랜드 로열티를 합산할 경우 제일모직의 당기순이익은 현재 1898억원 대비 10.3배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윤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현재의 사업 구조가 그대로라는 가정하에서 지금의 제일모직 주가는 몇년 뒤의 실적까지 모조리 반영해야 나올 수 있다는 것.

백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수혜를 크게 보고 있다"면서 "워낙 기대감이 높고 수급이 정리가 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이다.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겠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3년 정도 길게 본다면 지금 가격 정도라도 (매수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주사 전환 등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가치가 반영되는 시간은 그정도 걸릴 것이라는 논리다.

현재 추산된 목표가는 기업가치만을 반영한 것일뿐, 장기적으로 볼때 미래가치는 가면 갈수록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길게 볼수록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제일모직을 평가하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의 큰 축으로 연결되어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생명은 이미 오너 일가의 충분한 지분확보가 이루어져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삼성물산, 그리고 삼성SDI에 대한 지배구조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만약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금융지주회사가 되는데, 이는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계열사 소유를 금지한 법규에 어긋나게 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삼성생명 주식을 상속받아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동원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추후 삼성물산 지주회사와 삼성전자 홀딩스가 합병한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 상장후 대부분의 순환출자 연결고리가 해결되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4%의 지분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며 "따라서 삼성전자 홀딩스 출범후, 삼성물산이 보유한 전자 지분을 매수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