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향후 10년을 위한 지속성장 기반을 다지는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지난 2일, 홍성국 KDB대우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홍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3~4년간 증권시장의 침체로 인해 증권사들의 지점영업부문이 크게 위축되며 세일즈 앤 트레이딩(S&T)부문 등으로 손익구조가 편향됐다”며 “증권회사가 시장상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신시장 개척 등 새로운 수익원 확보노력과 함께 균형된 손익구조를 만드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10년 대계를 논했던 간담회가 열리기 바로 며칠 전(1월29일), 금융위원회가 업무계획에서 대우증권의 매각을 결정했다는 점이다. 올해 안에 어딘가로 ‘팔릴’ 대우증권의 신임 사장이 말하는 ‘10년 대계’는 어떤 것일까. 또 대한민국 넘버원 증권사였던 대우증권의 매수자는 누가 될까.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 “리테일 강화로 돈 더 벌겠다”

홍 사장은 대우증권의 중장기 먹거리로 ‘PB(프라이빗 뱅커) 강화’를 역설했다. 리테일(소매·개인고객) 분야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PB를 IB(인베스트 뱅크)와 결합해 기업금융을 할 수 있는 PB, 즉 ‘PIB’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증권의 사업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IB나 트레이딩부문은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리테일업무는 약하다. 이처럼 ‘약점’인 리테일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홍 사장은 ‘독보적 PB하우스’를 만들어 타사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독보적 PB하우스는 ‘전직원의 PB화’와 더불어 전문PB 양성을 지향한다. 일선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만이 아니라 영업과 관계가 없는 본사의 관리부서 직원들도 전문적인 PB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문화와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

그는 자신이 대우증권 출신이고 사원에서 사장이 된 첫 공채출신 CEO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홍 사장은 지난 19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지점과 투자분석부, 법인영업부, 리서치센터, 홀세일사업부 등을 거친 후 사장으로 승진했다. 명실상부한 ‘대우맨’이다.

홍 사장은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려면 PB문화가 제대로 형성돼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채출신 CEO기 때문에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안다”며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어 직원들도 대우증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해해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사장 내정 후 축하문자를 1000개가량 받았는데 그 중 절반이 직원들이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직원들을 잘 알고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우증권은 그 첫 시작으로 PB를 전담하는 신입직원을 뽑고 8개월간 교육에 들어갔다. 홍 사장은 “이들을 시작으로 직원을 PB전문인력으로 키울 것”이라며 “리테일 수익을 끌어올려 타 분야와의 수익균형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KDB대우증권

◆ 하반기 매각, ‘대계’ 무너트릴까

야심찬 홍 사장의 ‘10년 대계’ 걸림돌은 매각이다.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된 ‘대우사태’ 이후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채권단의 일원이었던 산업은행이 지난 2000년 5월 대우증권 실권주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후 잠잠했던 대우증권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8년부터 매각설이 돌기 시작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금융공공기관 선진화 추진방향’을 통해 산업은행이 가진 대우증권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대형IB육성을 위해서는 당시 정부가 지분을 보유 중이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산업은행이 지분을 43% 가진 대우증권의 매각이 필수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이명박 정부 말기 산은지주 민영화가 중단되며 대우증권의 매각은 다시 멈췄다.

대우증권의 매각 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올 1월 말이다. 지난 1월28일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KDB대우증권 매각시기와 방법 등은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매각추진을 확실시한 것이다. 다음날인 29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우증권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아직은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올해 중 일정을 짜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2일 현대증권이 일본의 오릭스그룹에 인수됨에 따라 증권가에 대형매물이 사라진 만큼 2분기쯤에는 대우증권 매각방향의 골격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나온 것은 없다. 그럼에도 벌써 인수후보군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후보는 현대증권에도 입찰했던 사모투자펀드(PEF)인 파인스트리트와 우리투자증권 입찰에 참여했던 KB금융 등이다.

문제는 이에 따라 홍 사장의 ‘10년 대계’가 실행 첫해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는 최근 몇년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매각된 회사의 경우 구조조정은 당연시되는 추세다. 최근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한 NH투자증권도 합병 이전 양사 모두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오릭스로 매각이 결정된 현대증권 역시 매물로 나온 와중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노조에서 “비인간적인 구조조정”이라며 천막농성을 벌였을 정도다.

홍 사장은 이번 매각과 관련해 “팔리는 입장이기 때문에 매각에 대해 얘기하기 힘들다”며 “산업은행 측으로부터 아직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대우증권이 매각되면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홍 사장의 전임인 김기범 전 사장의 경우 증권업황 불안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지양하는 정책을 펼쳤으나 산업은행 쪽에서 압력을 가하자 임기를 8개월 남겨놓고 사임해버렸다.

홍 사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잘 만든다면 누가 인수해도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구조조정이라는 게 희망퇴직이 될 수도 있고 다른 형식이 될 수도 있지만 단발적이고 비인간적으로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10년 대계’가 매각을 진행하는 대주주의 압력으로 인해 좌초될지, 압력을 이겨내고 대우증권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낼지 시장은 홍 사장을 주목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