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지난해 11월27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원아파트 내 '금당쇼핑센터' 세입자 앞으로 한 통의 내용증명이 발송됐다. 금당쇼핑센터가 매각됐으니 올해는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포스코가 상인들과 협의 없이 금당쇼핑센터를 STS개발에 매각하면서 발생했다. 세입자도 모르는 사이 새주인이 된 STS개발은 세입자에게 2월말에서 3월 초 상가를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한 순간에 일터를 잃게 될 위기에 놓인 상인들은 갑작스런 계약 해지통보에 “못 나간다”며 반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는 광양지역 이슈로 확대됐다.
논란이 커지자 시민단체들은 금당쇼핑센터 상인 보호를 위해 하나 둘 광양으로 모였고 전라남도와 정치권에서도 진상 파악에 관심을 기울였다.
전남 광양시 금호동에 위치한 금당쇼핑센터는 포스코 직원 주택단지 안에 있는 후생복지시설이다. 포스코 임직원의 편의를 위해 포스코가 마련한 상가다. 그런데 건물이 노후되고 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지난해 STS개발에 매각했다.
세입자들의 재계약은 포스코가 정한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말이다. 포스코가 계약연장을 1년 혹은 2년을 지정하면 세입자는 이에 따라야 하고 영업시간과 팔아야 할 품목도 포스코가 관리한다는 것. 이들에게 포스코는 '절대 갑'인 셈이다.
이처럼 계약해지 논란이 본격화됐던 시기는지난 2월 초. 그렇다면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세입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지난해 출생신고 1명… 조용한 광양에 무슨 일?
금당쇼핑센터가 위치한 광양시 금호동은 주로 어르신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지난해 이곳 지역주민센터의 출생신고 기록은 1건에 불과했다. 노인들이 모인 지역인 만큼 평소엔 사건·사고 없이 조용했다는 게 지역 주민의 전언이다.
금당쇼핑센터 상인은 주로 50~60대 여성이다. 그런데 이처럼 평온한 지역에 태풍이 몰아친 것은 지난해 11월. 포스코가 지역 상인과 협의 없이 상가 건물을 STS개발에 매각하면서부터다.
이 지역 32개 점포의 상인들은 금당쇼핑센터에서 장사를 통해 생계를 꾸려 나갔다. 이중 14개 점포는 계약종료와 함께 다른 곳으로 떠났고, 남은 18개 점포는 뾰족한 후속대책 없이 상가를 떠나야 할 판이다.
물론 포스코의 금당쇼핑센터 매각 절차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금당쇼핑센터 비상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은 편법매각이라고 주장한다.
포스코가 계약해지를 통보한 시기는 지난해 11월27일. 현행법에 따르면 계약해지 시 세입자는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한달 이내에 내용증명으로 보내야 한다. 영업일 기준으로 보면 세입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은 지난 11월28일(금요일) 단 하루밖에 없었던 셈이다.
문성필 광양참여연대 사무국장은 "세입자들이 부당한 처사를 반박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계산해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며 "세입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편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포스코가 입주 상인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STS개발과 밀실 협약을 통해 건물을 매각했다”면서 “이 때문에 수십여 명의 상인이 일터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결국 “점포를 비워달라”는 상가의 새 주인 STS개발 측에 맞서 “나가지 못 하겠다”고 상인들이 버티는 바람에 마찰이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일부 상인은 협박까지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양 금당쇼핑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STS개발은 세입자에게 상가를 비워달라고 요구하고 포스코 측은 이미 건물 매각 계약이 끝났으니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면서 "포스코 측이 지난 2월 중순까진 우리와 어떤 대화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면서 포스코 측은 입장을 바꿨다.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지만 '갑질'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상인들 보호를 위한 후속조치 마련에 착수한 것이다.
◆포스코, 입장 바꿨지만…
포스코가 STS개발과 세입자 간 중재를 맡게 되면서 상인들은 한 숨을 돌린 분위기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합의점은 찾지 못한 상태다.
대책위 관계자는 “그동안 묵묵부답이던 포스코 측이 최근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려 노력 중”이라며 “어제(10일)도 늦은 밤까지 양측이 합의점을 찾으려 대화를 했다.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현재로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가 세입자를 위해 대체상가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다”면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이달 말까지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서 세입자들이 안전한 일터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칫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언제 상황이 달라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현재는 STS개발 측과 보상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면서 "(새 상가로) 이주를 하려면 인테리어 등 추가로 지출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양측이 이에 대해 아직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애초에 세입자에게 미리 통보하고 후속 방안을 마련했다면 논란이 이처럼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포스코가 이제라도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상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금당쇼핑센터 매각과 관련 "이미 매각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