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3가지 요소가 의·식·주라면 현대인에게 필요한 3가지는 자동차·휴대폰·신용카드일 테다. 우리나라 총 가구 수는 1800만가구인데 자동차는 2000만대가 등록돼 있다. 그야말로 1가구 1자동차 시대인 것이다.

이렇게 자동차 등록대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각 브랜드 별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이 출시됐고 연료 고민을 덜어주는 디젤 차량이나 고연비 차량, 전기차 등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다. 게다가 디자인과 연료효율의 혁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자동차의 미래를 보려면 모터쇼로 가야 한다. 세계적인 모터쇼로는 스위스 ‘제네바모터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프랑스 ‘파리 모터쇼’ 등 유럽 쪽 모터쇼가 먼저 꼽힌다. 여기에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매년 1월 개최되는 ‘디트로이트 오토쇼’와 일본의 ‘도쿄 모터쇼’까지 더해 세계 5대 모터쇼라고 부른다. 이외에도 신차를 많이 발표하는 ‘뉴욕 오토쇼’와 최근 뜨고 있는 중국 ‘상하이 모터쇼’, ‘광저우 모터쇼’ 등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4대 자동차 강국인 한국에서도 모터쇼가 점차 영향력과 규모를 키우고 있다. 올해 열번째로 열린 서울모터쇼는 역대 최대규모로 치러졌다. 지난 1995년 시작했으며 올해는 2년 만에 열리는 모터쇼라서 많은 기대가 쏟아졌다. ‘기술을 만나다, 예술을 느끼다’라는 주제 속에 다양한 모델이 공개됐다. 자동차 속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까지 전해지도록 다양한 전시프로그램과 부대시설을 갖췄다. 특히 자동차의 감성,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기 위한 체험관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필자는 이번 '2015 서울 모터쇼'의 개막식 사회를 맡아 더욱 가깝게 행사진행과정을 볼 수 있었다. 자동차시장과 모터쇼를 여성의 시각에서 분석해보겠다.


 

2015 서울모터쇼. /사진=머니투데이 DB

◆남성모델로 여성 눈길 끌기

자동차시장도 이젠 여성을 타깃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미 2012년 기준 미국에서는 여성운전자 수가 남성을 추월했다. 미시간대 교통연구소(UMTRI)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여성운전자 수가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에는 미국 여성운전자 비율이 50.3%로 남성보다 많아졌다. 특히 25~29세 젊은 남성운전자의 감소가 뚜렷했는데 부모와 함께 사는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높아졌고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남성이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자동차 구매율이 전체의 3분의 1 정도로 판단되지만 계약자만 남성일 뿐 여성이 자동차 모델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여성의 차량 구매가 50%에 가까울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자동차의 트렌드를 살필 수 있는 모터쇼에서도 여성운전자에게 어필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남성 레이싱모델이 부쩍 증가한 점이다. 여성의 자동차구매율이 높아진 데다 모터쇼에 가족단위 관람객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모터쇼에는 주요 자동차 부스에 남성모델이 한명 이상 서 있었다. 지난 2005년 아우디가 획기적으로 남성모델을 기용한 이후 10년 만의 변화다. 여성 레이싱모델들도 노출 의상으로 화려함을 뽐내던 데서 벗어나 우아함을 강조하는 추세로 변했다. 여성운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모터쇼 곳곳에 아이와 함께 온 여성을 타깃으로 한 숨은 공간이 자리 잡았다. BMW 미니는 가족관람객을 겨냥해 부스를 캠핑공간으로 바꾸었고 전시장 한편에 포토존을 설치했다. 혼다는 아이와 함께 온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로봇 아시모와 카큐레이터를 앞세웠다. BMW 부스에서는 BMW i3와 MINI E 자동차모형을 만들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관련 클래스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여성관람객의 취향을 반영한 라운지나 카페도 곳곳에 들어섰다. 현대차는 최대규모의 고객라운지를 만들었고 링컨 VIP라운지는 최고급 음향시설을 갖췄다. 벤츠는 VIP를 대상으로 음료와 디저트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카페를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여성전용서비스 ‘블루미’. /사진=머니투데이 DB

◆여성 타깃 마케팅 '활발' 

여성은 자동차를 선택할 때 디자인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는 폭스바겐 골프 2.0TDI 모델이 여성운전자가 가장 선호하는 차라고 발표했다. 자동차 정보제공 및 판매업체인 카즈는 수입차 중 여성의 구입비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가 미니쿠퍼라고 밝혔다. 특히 미니의 경우 여성이 전체 판매의 절반에 가까운 48.2%의 비율로 구매했다.

그래서인지 모터쇼에 등장한 차량의 컬러가 더욱 다양해졌고 디자인도 날카로운 직선형보다는 부드러운 곡선형을 채택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여성전용 자동차도 출시되고 있다. 볼보는 설계부터 제조까지 여성이 참여한 ‘유어 컨셉트 카’(YCC)를 만들었다. 여성운전자의 시각 범위를 고려해 제작했으며 여성의 핸드백이나 소지품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하지만 디자인 자체는 여성성이 돋보이기보다는 스포츠카 스타일로 탄생했다.

혼다도 여성만을 위한 2013년형 ‘쉬즈’를 출시했다. 핑크컬러를 중심으로 디자인됐으며 자외선을 99% 차단하는 창문을 설치하는 등 일본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 있다.

여성을 염두에 둔 차량 출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미 많은 자동차업체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업계 최초로 현대자동차가 여성전용서비스 거점인 ‘블루미’를 오픈했다. 자동차 정비나 점검을 스스로 하기 어려운 여성을 위해 1대 1 고객상담이 제공된다. 또 여성고객을 위한 ‘힐링 라운지’나 자녀와 함께 방문한 여성고객을 위해 ‘키즈존’ 등도 마련했다.

특히 수입차업체를 중심으로 여성 타깃 마케팅 열풍이 거세다. 최근 BMW에서는 두번째 여성임원이 탄생했다. 지난 2012년 주양예 홍보담당 이사(현 BMW 계열사 MINI 사업총괄)에 이어 박혜영 이사가 여성 홍보임원으로 지명됐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마케팅 총괄 및 상품홍보와 기업홍보를 각각 여성 이사가 담당한다. 포드와 폭스바겐도 여성 임원이 홍보를 총괄한다. 앞으로도 여심을 잡기 위한 자동차업계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보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