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세단의 단정함과 SUV의 거친 느낌, 여기에 쿠페형 차량에서 느낄 수 있는 파워까지. 이 모든 것을 한번에 경험하게 해준 자동차. 지난 9일 오후 3시, 5월의 봄기운을 가득 품은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BMW 5시리즈 뉴 그란 투리스모(뉴GT)를 타고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마을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 세단으로 시작해 SUV로 끝나는 멀티 디자인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외관을 살펴봤다. 긴 보닛과 짧은 오버행이 눈길을 잡는다. 여기에 해치백 모양을 하고 있는 BMW 뉴GT. 5시리즈면서도 7시리즈 못지않은 큰 차체가 인상적이다.

정식명칭은 '535i GT'지만 국내에선 BMW '뉴GT'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기존 5시리즈와 차별화하려는 시도인 듯하다. GT는 이태리어로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 영어로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약자다. 장거리 고속주행에 적합한 넓은 트렁크 공간과 안락한 승차감을 갖춘 점이 작명에서도 드러난다.


뉴GT는 앞모습은 세단인데 뒤로 갈수록 SUV에 가깝다. 그만큼 일반 세단보다 전고(1559mm)가 높아 뒷좌석에서도 답답함과 피곤함이 덜하다. 트렁크 공간의 경우 기본은 440리터지만 뒷좌석을 접을 경우 최고 1700리터까지 활용할 수 있다. 7시리즈를 기반으로 해서 그런지 차체 크기는 5시리즈보다는 7시리즈에 가깝다. 길이는 4998mm로 528i보다 100mm 정도 길고 740i보다 74mm 작다. 하지만 폭은 1901mm로 528i보다 41mm 길며 740i(1902mm)와 차이가 거의 없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는 3070mm로 740i와 동일하다.

뉴GT의 실내를 구석구석 살펴보면 전면의 대시보드의 수평구성, 고급스러우면서도 여유로운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패밀리세단의 기본구색을 잘 갖췄다. 먼저 운전석에서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바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바꾼 계기판. 스포츠, 노멀, 컴포트, 에코 등 주행모드에 따라 바뀌는 디스플레이 색상이 화려함을 더한다.



◆ 꽉 막힌 저속 주행도 피곤함 없네

시동버튼을 눌렀다. 중저음의 조용한 엔진음이 시끄러운 승용 디젤세단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려준다. 가속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움직인다. 에코모드로 주행을 시작했다. 가속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충전과 효율 운전을 바늘로 알려주는 계기판이 인상적이다.


이후 지속된 도심 주행에서의 컴포트 모드 주행은 기어단수가 타코미터 가운데 표시되고 HUD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점 또한 운전의 흥미를 더해줬다. 여기에 방지턱을 넘을 때 너무 출렁거리지도 무르지도 않은 세팅이 꼭 세단과 SUV의 중간 정도의 느낌이 들어 색달랐다.

도심을 빠져 나가 내부순환로를 거쳐 자유로로 진입하면서 고속주행을 시도할 요량이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던 탓일까. 종로에서 출발해 헤이리마을로 향하는 내내 겪어야 했던 답답한 주행 흐름. 평상시 주행 여건이었다면 40~50분이면 도착할 거리가 2시간 넘게 결렸다.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했던 드라이브. 하지만 주행도중 느꼈던 편안함과 부드러운 승차감에서 이 차량의 진가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스타트/스톱 시스템이 장착된 차량이었음에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내내 불편함은 없었다.


◆ 너무 편안해 아쉬운 스포츠모드 고속주행

결국 고속주행에 실패한 채 도착한 목적지. 아쉬움에 차량통행이 없는 심야시간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곳저곳 들르며 봄기운과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드디어 고속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B카페로 향했다.

시작부터 스포츠 모드로 진행된 야간 고속주행. 역시나 차도 위를 달리는 차량은 극히 적었다. 마음 먹고 두손과 두발에 힘을 줘 운전대를 잡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계기판의 붉은 색상의 큰 숫자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넘어선 규정 속도. 갑자기 나타난 과속감지카메라에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량은 큰 문제 없다는 듯 완벽한 제동성능을 자랑했다.

빠른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변속이 매끄럽게 전개되면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위화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안정성을 추구하는 고성능의 패밀리 세단을 탄 느낌이었다. 주관적인 견해지만 BMW 5시리즈 세단과 비교해 성능은 오히려 좋아 보였다. 그러나 운전자가 차량의 달림과 같이 호홉하는 느낌에 있어서는 경쾌함이 떨어진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이는 너무나 안락한 주행성능이 스포츠 모드의 운전느낌을 반감시켰다는 의미다.

하지만 뉴GT는 목적에 맞게 잘 나온 차임은 분명해 보인다. 장거리 고속주행에도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주니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