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언제나 내일은 더 나쁠 것이라고, 틀림없이 더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내일 정말로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두려움에 사로 잡히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습니다.”

경영자가 아니라 철학자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 중국의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한 이야기다. 실제 최근 한달 새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에게 중요한 변화들이 나타났다. 알리바바의 이 숨가쁜 한달은 알리바바 창업 이래 16년간 겪었던 희비들의 압축판 같다. 그 출발점은 바로 실적 악화다. 지난 5월7일 알리바바는 올 1분기 매출이 28억1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 늘었지만 순이익은 4억3600만달러로 49% 곤두박질쳤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10년 후 내다본 '마윈의 선택'

마윈은 급기야 창업 동료였던 루자오시를 낙마시키고 1972년생 장융으로 CEO를 교체했다. 알리바바가 창립 이래 16년간 단 2번 CEO를 교체했으니 장융은 알리바바의 3번째 CEO다.

이 CEO 교체에는 루자오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모바일 메신저 라이왕의 실패에 대한 문책도 담겨 있다. 루자오시는 지난 2013년 9월 라이왕을 인수하고 흥행몰이에 나섰지만 경쟁자인 텅쉰의 웨이신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라이왕은 3만명이 넘는 알리바바 직원들을 위한 메신저’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장융의 발탁은 실적 악화와 성장동력 부재라는 마윈 회장의 고민이 단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이는 곳 알리바바 입장에선 대변화의 또 다른 신호탄일 수 있다. 마윈 회장은 2년 전 자신이 CEO에서 물러날 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찾는 것은 책임감이 강하고 독특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은 10년을 기다려야 1명 찾을까 말까다. 그래서 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찾으려고 애쓴다. 이 사람은 아이디어가 있고, 저 사람은 추진력이 강하다면 이런 사람들을 한데 모아두면 된다. 후계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을 찾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결국 마윈의 이번 CEO 교체는 앞으로 알리바바가 집단 경영체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는 커질 대로 커진 알리바바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사건이다. 실제 마윈은 CEO뿐 아니라 알리바바의 수석 기술관과 수석 위험관리관, 수석 시장관리관, 참모장 등 주요 경영진을 모두 치링호우(70년대 출생자)로 교체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는 알리바바의 10년 후까지 내다본 선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윈 회장은 3만명이 넘는 알리바바 직원을 올해 단 1명도 늘리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1명이 떠나야 1명을 뽑겠는다는 이 정책도 알리바바의 대변화를 예고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CEO 장융의 과제는 무엇일까. 마윈은 내부 메일에서 이렇게 밝힌다. “이전에 우리는 다른 업계의 날씨가 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당장 우리 머리 위의 날씨가 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발 밑의 안정적인 땅도 이제 변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 Tmall(티몰) 한국관 개통식.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O2O사업 결정판 '농촌 타오바오'

이 위기감을 극복할 알리바바의 신성장동력으로 전문가들은 'O2O'(Online to Offline)를 꼽는다. 올해 중국 인터넷산업은 O2O의 한판 결승전이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알리바바는 O2O시장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알리바바가 중국판 쿠팡으로 불리는 메이투완 지분을 지난 2011년부터 상당 부분 보유한 것도 O2O시장의 성장성을 꿰뚫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알리바바가 야심차게 선보인 ‘농촌 타오바오’도 O2O사업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마윈은 특히 농촌의 구매 잠재력에 집중하고 농촌 타오바오를 구상했다. 마윈은 농촌 타오바오를 통해 인터넷을 전혀 모르고 휴대폰으로는 전화만 거는 수억명의 농민들을 새 고객으로 흡수하려 한다.

시골 노인들에게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가르쳐 타오바오에 와서 쇼핑을 하게 하고, 그들이 생산한 농산물도 타오바오를 통해 팔겠다는 생각이다. 그들은 대부분 집과 농지만을 오가며 생활하기 때문에 일상용품을 사러갈 시간도 없고, 농기구와 묘목 등을 사러가는 것도 힘들어 한다. 알리바바가 이 구매를 더 쉽게 해준다면 게임은 승산이 있어 보인다. 알리바바는 농촌 타오바오로 그들에게 자동차까지 팔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농촌 타오바오의 핵심 거점은 바로 마을마다 들어설 예정인 타오바오 서비스센터다. 농민들은 이 서비스센터를 사랑방 삼아 이곳에서 인터넷 쇼핑도 배우고 전기료나 수도료를 온라인으로 납부하기도 한다. 주문한 상품을 받거나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해주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이 서비스센터가 O2O의 심장인 셈이다.

농촌 타오바오를 우습게 봐선 안된다. 장쑤성의 작은 마을인 위베이촌에서 개업한 농촌 타오바오 서비스센터는 개업 당일 매출이 8만위안에 달했다.

이달 초 알리바바는 항저우시 퉁루의 한 마을에 농촌 타오바오 서비스센터 2.0을 개관했다. 이 센터의 소사장은 평균 판매금액의 8%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데 매달 5000위안 이상을 버는 소사장이 잇따르고 있다. 타오바오는 앞으로 중국 전역에 10만개가 넘는 농촌 타오바오를 만들 방침이다. 알리바바는 이 사업에 100억 위안(1조7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마윈은 CEO를 교체하던 그날 3만명의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알리바바는 앞으로 5년간 세계 처음으로 판매액 1조달러를 돌파하는 회사가 될 것이며, 앞으로 10년 안에 전세계 20억명의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이 당찬 포부가 거짓말이 될지, 언제나 내일은 더 나쁠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이 거짓말이 될지 마윈의 행보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