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가 '광속 경쟁'에 돌입했다. 1분1초를 놓고 벌이는 속도전이 치열하다. <머니위크>는 이러한 속도전과 함께 택배업계에 불고 있는 '혁신' 바람을 살펴봤다. 택배트럭에 동승해 쉼 없이 돌아가는 배송 현장을 취재했고, 택배앱 등 진화를 거듭 중인 업계의 서비스와 마케팅전략을 들여다봤다.
택배업계의 ‘빈익빈·부익부’ 양극화 현상 속에서 고전하던 중소 택배사들이 인수·합병(M&A)이라는 ‘짝짓기’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말 동부택배(현 KG로지스)와 옐로우캡(현 KG옐로우캡)이 힘을 합쳤고 로젠은 최근 KGB택배를 품에 안으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택배업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물량 기준에서 나타난다. 물량이 많은 택배사는 수익성이 좋고 적은 업체는 수익성이 나쁘다. 이 같은 현상이 몇년째 이어지면서 고민이 많았던 중소 택배사들이 인수·합병이라는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업계 1위가 뒤바뀔 정도는 아니지만 2~3위 변동 가능성은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DB ◆규모 때문에 희비 엇갈리는 택배사
택배업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수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 2012년 초 CJ그룹이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옛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또 CJ대한통운은 이듬해 4월 업계 2위였던 CJ GLS와 합병을 하면서 공룡 택배사로 변신했다.
CJ대한통운과 CJ GLS의 합병 시너지는 어마어마했다. 당시 막대한 인수 비용으로 후유증이 적잖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기우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지난해 매출은 4조5601억원으로 전년보다 17%, 영업이익은 1671억원으로 162% 각각 증가했다.
2위와 3위 택배사 현대로지스틱스와 한진 역시 중소 택배사들보다 큰 덩치를 갖췄다. 우체국택배는 업계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1조7537억원의 매출과 4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3%, 35% 성장했다. 한진은 1조5328억원의 매출과 5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대비 각각 2%, 24% 증가했다.
하지만 중소 택배사들의 실적은 앞선 1~4위 업체들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로젠은 지난해 263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1% 올랐다. 동부택배는 지난해 1389억원의 매출에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은 전년보다 12% 늘었고 영업손실은 18% 줄었다.
기본적으로 상위 택배사보다 매출이 뒤처지는 데다 동부택배의 경우 영업손실로 인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이들을 뒤따르는 옐로우캡과 KGB택배 역시 역부족인 매출 규모에 영업손실과 영업이익률이 낮아 택배업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문호 기자 ◆중소 택배사들의 ‘넘사벽’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는 물량이다. 일부 상위 택배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소형 택배화물시장을 선택했다. 특히 상위 택배사는 서적이나 음반, 화장품 등 전문 쇼핑몰을 대상으로 픽업 서비스를 강화하며 소형 택배화물을 중심으로 서비스 대상 쇼핑몰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 택배사들이 물량을 늘려 가는 것과 달리 로젠, 동부택배, 옐로우캡, KGB택배 등 5위 이하 택배사들의 영역은 계속 줄고 있다. 이들 택배사는 소형 택배화물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상위 택배사들로 인해 물량 확보가 점차 어려워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원인은 택배 화물차 증차 제한이다. 정부는 지난 1일 ‘2015년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공급기준 고시’를 통해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실시했던 택배 화물차 증차를 올해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화물차를 영업용으로 사용하려면 ‘노란색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전국에 있는 화물차 3만9100여대 가운데 8100대가량이 자가용 ‘하얀색 번호판’을 달고 운영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차 수를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물량을 늘려 상위 택배사를 따라잡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불법 영업’을 감행하는 중소 택배사들도 있다. 중소 택배사 관계자는 “대형업체는 그나마 낫지만 소규모업체들은 전체 운영 차량의 20% 이상이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2~3위 추격하는 중소 택배사
택배업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으로 중소 택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지난해 동부택배와 KG옐로우캡이 손을 잡았고 최근 로젠이 KGB택배를 인수했다. 덩치를 키우는 중소 택배사들로 인해 업계 2~3위에 지각변동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KG그룹은 KG이니시스를 통해 지난해 10월 옐로우캡을 흡수·합병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동부택배를 인수한 뒤 지난 4월 옐로우캡과의 통합을 결정했다. 동일한 택배업종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말 기준 시장점유율 3.7%와 3.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동부택배와 옐로우캡은 총 7~8%의 시장을 확보하며 상위 택배사들을 따라잡았다. 택배사별 시장점유율은 CJ대한통운이 37.7%로 가장 높고 현대로지스틱스(12.9%), 한진(11.5%), 우체국택배(9.1%), 로젠(7.8%), 동부택배(3.7%), 옐로우캡(3.3%), KGB택배(3.1%) 순이다.
여기에 로젠과 KGB택배의 통합도 순위를 바꿔놨다. 업계에 따르면 로젠은 지난달 KGB택배가 시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72.2%를 확보했다. 두 택배사는 10.9%의 시장을 점유하며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2위와 3위인 현대로지스틱스와 한진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처럼 힘을 합쳐 몸집 불리기에 나선 중소 택배사들은 물량과 화물차 수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시설산업인 택배는 취급 물량이 많을수록 비용이 크게 늘지 않아 수익을 높이기 수월하다”며 “물량 규모에서 ‘부’에 해당하는 상위 택배사들은 내부 효율성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반면 ‘빈’에 해당하는 중소 택배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덩치를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