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사진=머니투데이 DB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조건 합의가 결렬됐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우려감이 커진 가운데 오는 22일 열리는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룩셈브루크에서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는 최종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예룬 데이셀브룸 유로그룹 의장은 협상 후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의 개혁안이 재정수지 목표를 달성하기 부족하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그리스에 며칠 안에 새로운 협상안을 제출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만약 그리스가 협상에 실패해 이달 말에 예정된 15억유로 규모의 IMF에 대한 채무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현재 그리스의 국가부채 규모는 원금만 총 2998억유로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채무가 1967억유로로 전체의 65%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는 각각 220억유로(5%), 821억유로(27%)를 차지하고 있어 비중이 낮다.


그럼에도 IMF와 ECB의 채권이 부각되는 이유는 EFSF의 채권은 오는 2020년부터 2055년까지 장기 분할상환이 가능한 반면 IMF와 ECB의 채권은 오는 2020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7, 8월에는 이들에 대한 총 118억유로 규모의 채무상환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KB투자증권은 그리스의 채무상환 일정을 토대로 앞으로의 예상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 시나리오 1 : 오는 30일 IMF상환일 이전 협상 타결

오는 30일 15억유로 규모의 IMF상환이 그리스 디폴트 위기의 한계선으로 보인다. 이때까지 협상이 타결될 경우 시장은 불확실성을 청산하면서 당분간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이번 구제금융 잔여 72억 유로는 8월이 되면 모두 소진된다. 또 올해안에 IMF에 31억유로를 추가상환하고 매년 약 7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협상타결이 그리스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호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핵심은 그리스의 자구적 상환능력 회복 여부, 즉 기초재정수지의 회복 여부가 될 것”이라며 “만약 자구상환능력이 채무에 비해 크게 미달할 경우 3차 구제금융 협상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협상안에 따르면 그리스의 기초재정수지는 올해 27억유로, 오는 2017년 이후 매년 70억유로 내외의 흑자규모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EFSF 상환이 시작되는 오는 2020년부터는 안정적인 상환이 가능하지만 ECB와 IMF 상환이 대량으로 몰려있는 2020년까지는 불안정할 것”이라며 “총 200억유로가 모자라기 때문에 3차 구제금융 협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 시나리오 2 : 디폴트 이후 유로존 잔류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리스는 오는 30일 예정됐던 IMF 채무 상환을 이행하지 못한다. 이 경우 금융시장이 단기 충격을 받겠지만 짐바브웨, 수단 같은 국가의 사례를 미뤄봤을 때 IMF가 채무상환 기간을 유예해 줄것으로 기대된다.

김 연구원은 ECB와 유로존 중앙은행 보유국채에 대한 대량 상환이 예정된 오는 7월20일이 진정한 위기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IMF와는 달리 ECB에 대한 채무가 상환되지 않을 경우 유로존 회원국들은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중단 논의를 실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ELA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ELA의 지속적 실시로 나타나는 피해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중단 논의에 돌입하더라도 전면 ELA 중단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 시나리오 3 : 그리스 디폴트 선언, 그렉시트 발생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 만약 유로존 국가들이 ELA를 전면 중단하기로 합의한 경우 그렉시트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렉시트가 일어나면 그리스 은행은 예금인출소요(뱅크런) 사태를 맞이하고 타국에 대한 부채도 갚지 못하게 돼 금융시스템은 붕괴된다. 이는 유동성 부족으로 연결돼 기업이 도산하고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하게 된다.

또 유로존 탈퇴로 기존에 사용하던 드라크마 화폐를 사용하게 될 경우 드라크마 가치는 처음 유로존 가입 당시보다 50%이상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전체 차입금액 중 그리스 자금이 많이 유입된 알바니아, 불가리아, 터키 등의 국가들은 그리스에 의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이들 대부분의 나라는 정정불안 및 금융시스템 취약으로 현재도 곤란을 겪고 있어 그렉시트 발생 시 더욱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김정호 연구원은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져는 최근 2009년 대비 13.3%, 2010년 대비 18.2% 수준으로 현저히 낮아졌다”며 “따라서 단기적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예상되나 장기적으로는 정상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