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필자가 HMR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장 먼저 방문했던 나라 역시 일본이었다.


일본에서는 델리나 도시락 등 집밖에서 조리된 음식을 구입해 가정해서 먹는 것을 중식(中食)이라고 한다. 집밖에서 먹는 외식과 직접 조리해먹는 내식의 중간개념인 셈이다.

일본은 HMR이 일상이 될 정도로 보편화되어있는데, 대부분의 가정에서 식사, 특히 저녁식사의 경우 백화점이나 델리점에서 음식을 사서 집에 와서 한두가지 국이나 반찬등과 같이 차려먹는다.

우리나라처럼 밥, 국, 반창 등을 모두 만들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조리된 음식을 사가지고 와서 먹는다. 퇴근 무렵 백화점이나 식품점, 마트 델리 코너에 가보면 저녁을 사가려는 사람들로 무척 붐비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HMR 시장이 일찍부터 발전했고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HMR시장은 크게 3단계를 거쳐서 성장해왔는데, 80년대 초반엔 백화점이나 양판점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90년대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입점에 성공한다.


그 후 2000년대 들어서는 전철역이나 대형 상업빌딩에 입점하며 전문점 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래서 2001년 시장규모가 6조엔대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일본은 장기불황 속에서 외식업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유독 HMR 시장만은 꾸준한 성장하고 있다.


외식산업총합연구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일본 외식시장 규모는 23조엔으로 2010년 대비 약 1조엔 감소했지만, HMR 시장은 8조5000억엔 규모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일본이 HMR 시장이 발전한 것은 여성의 사회진출 증대, 독신생활자 증대, 맞벌이 부부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스무살 이상이면 독립해야 하는 일본의 문화도 HMR시장 확대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일본의 hmr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특히 대지진 이후 가정에서 불을 사용해 조리하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조리작업 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hmr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더욱 높다.

우리나라가 2000년대 이후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것과 달리 일본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점 성장해왔는데. 특히 도시락형 HMR이 잘 발달되어 있다. 일본인들에게 도시락은 아주 보편적인 한끼 식사의 형태다.

그래서 퇴근시간에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을 구입해가는 모습이나 점심시간에 샐러리맨들이 공원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 그래서 일본에서는 편의점이나 슈퍼.백화점 지하상가. 기차역 등 어디서든 쉽게 도시락을 구입할 수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식당에서 사먹는 밥보다 더 맛있는 도시락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 편의점에도 도시락을 판매하지만 일본의 편의점 도시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근들어 한국에서도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고 도시락 메뉴를 특화시킨 전문점형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도시락 천국이라는 불리는 일본에서는 전문점은 물론이고 편의점, 마트까지 가세해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도 HMR 시장이 점차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HMR식품만을 취급하는 전문점들이다.

이 점포에서는 신선식품을 배제하고 HMR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데. 식품의 품질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전문점이라는 점을 주요 컨셉으로 내세우고 있다. 주로 수도권 지역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이 점포는 주로 맞벌이 부부나 독신자. 핵가족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

또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뷔페스타일 델리매장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3대 편의점 중 하나인 '로손'은 기존의 도시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 업체는 편의점에 '뷔페스타일의 델리매장'을 도입했는데 고객앞에서 조리하는 라이브키친. 고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채식 뷔페. 점내에서 조리한 것을 바로 제공하는 즉석 도시락. 이 3가지 서비스를 매장에 도입했다.

편의점과 델리매장의 융합모델인 이 매장은 점내에서 조리하는 방식으로 한정된 공간에서 단시간에 누구라도 조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에게도 반응이 높다.

슈퍼마켓 오쿠와도 뷔페스타일의 델리매장을 곳곳에 운영중이다. 이곳에서는 43종류의 뷔페메뉴와 오무라이스. 야키소바. 도시락 등 총 70가지 즉석식품을 판매한다.

뷔페매장은 대. 소 두가지 크기의 용기를 갖추고 고객이 원하는 만큼 담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동안은 델리. 도시락 등이 공장에서 만들어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배송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로손과 오쿠와는 공장에서 소품목 대량 생산한 식재료를 매장에서 다채롭게 조합. 조리해서 다양한 고객니즈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장기보존이 가능한 HMR 상품 비중도 높이고 있다. 일본의 한 편의점에서는 감자샐러드와 해초류 무침을 진열했는데 예상과 달리 큰 인기를 끌었다. 바로 먹는 음식이 아니기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것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 큰 호응을 기업들도 깜짝 놀랄정도였다.

이는 장기보관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그 동안 간과한 것이었다. 일본은 주로 도시락형 hmr이 발달해있었는데. 도시락은 대부분 당일 섭취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식품들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현재 일본 기업에서는 장기보존이 가능한 식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