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년 만에 비과세 해외펀드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논란이 된 국내주식형펀드와의 과세차별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면서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이 확대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국내에 쌓인 달러를 해외투자 수요로 돌리면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수출기업의 채산성은 올라간다.

투자자로서는 1%대 초저금리시대에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상품의 등장이 반갑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유망국가와 업종을 선별할 것을 주문했다. 새로 도입되는 펀드는 한도 내에서 여러개의 펀드를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분산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면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매매·평가차익과 환변동분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가칭)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국내에 설정된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서 수익이 나면 배당소득세 15.4%(소득세 14%+ 지방세 1.4%)를 부과했다. 100만원의 수익이 나면 15만4000원을 세금으로 낸 셈이다. 게다가 수익금이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돼 초과분에 대해 최고 41.8%까지 세금이 매겨졌다. 반면 국내주식형펀드는 주식매매로 인한 차익이 비과세여서 거래세 0.3%만 내면 됐기 때문에 해외주식형펀드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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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를 도입함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새로 도입되는 펀드는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로 운용기간 10년 동안 비과세혜택이 유지된다. 가입기간은 도입일로부터 2년으로, 가입 후 1인당 3000만원의 납입한도 내에서 언제든지 자금을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 또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포함되지 않아 고액자산가의 수요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2007년 도입했던 비과세 해외펀드와는 다르게 환차익도 비과세할 전망이다. 기존 해외펀드는 매매·평가손실이 환차익보다 커서 전체적으로 손해를 봐도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했다. 다시 말해 주식이 떨어져 500만원을 잃었는데 환율이 올라 3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면 전체로 봤을 때 200만원을 잃었음에도 환율상승분으로 얻은 300만원에 대한 세금이 매겨진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변동분에 대한 비과세를 통해 세후 환차손익의 폭을 확대함으로써 투자자의 환위험 선호에 따른 투자행태를 차별화할 것”이라며 “투자자가 환헤지 효과 등에 대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사전·사후 설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외펀드의 불공평 과세로 지적받아온 손실상계 문제도 해소될 전망이다. 기존 해외펀드는 만약 1000만원의 자본금으로 300만원의 손실을 보고 팔았다가 다시 200만원의 수익을 거둬 총 100만원을 잃었더라도 수익을 본 2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되는 펀드는 매매이익이 모두 비과세이므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펀드로 자금 유입될까

업계에서는 일단 비과세 해외펀드의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2007년 해외펀드 세제지원방안 시행 이후 1년간 월평균 해외펀드 설정액이 7조원으로 시행 이전의 3조6000억원보다 두배가량 증가한 사례에 비춰보면 이번 비과세 해외펀드도 자금유입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실제 펀드가 판매된 후 자금이 얼마나 유입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태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도입하는 비과세 해외펀드의 혜택기간이 지난 2007년보다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해외펀드 설정액 증가폭은 과거 사례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7년보다 해외투자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데다 주식형펀드 자금 순유출이 지속되고 있어 활발한 자금이동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며 “다만 저금리 기조 심화와 거액자산고객을 중심으로 한 절세수요 등을 감안하면 일부 자금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과세혜택이 기존 해외펀드에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신규펀드로 갈아타기 위한 자금의 유출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일단 기재부의 펀드 구성과 관련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해외주식형 전용펀드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하지만 전용펀드의 유형과 구조, 상장지수펀드(ETF)도 해당이 되는지 등 자세한 세부사항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는 오는 8월 조세특례제한법에 대한 정부입법안과 연말 국회 의결에 따라 결정될 내용이어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어떤 펀드에 투자할까

전문가들은 결국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로 부가적인 비과세혜택을 누릴 수는 있지만 투자의 성패는 기초자산인 해외주식에 달려있다며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남중 대신경제연구소 스트래티지스트는 “하반기 가장 큰 글로벌 이슈는 미국의 금리인상인데 이는 미국의 경기가 좋아졌다는 증거”라며 “일본도 적극적인 통화완화정책을 사용하는 가운데 경기가 차츰 성장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현재 해외펀드로의 자금유입은 그리스발 불확실성과 중국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4월 해외주식형펀드로 7000억원 이상 유입된 자금이 지난달에는 338억원으로 급감했다. 다만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인 미국주식펀드는 지난달 순유입으로 돌아섰고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로 상승 흐름을 탄 일본주식형펀드로도 2298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문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의 최근 급락은 연초부터 이어온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한국 등의 신흥국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