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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위기에 빠졌다. 경영권 분쟁으로 싸늘해진 여론이 이젠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추세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정부와 국회는 롯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칼을 꺼내 들었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家)가 지배구조 조사에 착수했다.
위기를 느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오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통신망에 사과문을 올리고 이달 3일 입국하면서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허리를 숙인 이후 세번째 사과다.
다만 이번 사과는 이전과 달랐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 롯데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거미줄 같은 순환출자 구조 개선도 약속했다.
하지만 롯데를 향한 비난 여론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반(反)롯데 정서가 더 확산되는 추세다. 롯데 불매운동이 서울에서 부산, 경남까지 확대되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사회단체는 롯데 사태를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에 부담을 줌으로써 롯데 지배구조 개선을 촉진시키려는 의도다. 그룹 수장의 세번째 대국민 사과에도 반롯데 정서가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타개할 해법은 있는 걸까.
◆왕자의 난, 수습하고 화해 해야
반롯데 정서가 확산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왕자의 난으로 불거진 국적논란과 복잡한 지배구조, 골목상권 침해를 위시한 대기업 횡포 등이다.
우선 첫번째 과제는 왕자의 난을 매듭짓는 일이다. 신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일으키면서 그동안 꽁꽁 감췄던 롯데의 민낯을 드러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지배받는 한국롯데의 실체를 세간에 알렸고 광윤사와 12개의 L 투자회사 등 일명 페이퍼 컴퍼니의 존재가 드러났다. 롯데를 한국기업으로 믿었던 우리 국민은 배신감을 느꼈고 이는 국부유출 논란으로 확산됐다.
현재로선 두 형제가 화해하는 것이 논란을 불식시킬 가장 이상적인 해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가족과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선 언제든 대화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경영부문에 대해선 별도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재벌 개혁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정부가 친재벌과 친시장을 구분해 재벌의 횡포와 경영권 분쟁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롯데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주권을 행사해 오너일가를 압박하는 방안이다. 국민연금은 롯데케미칼 7%, 롯데칠성 12%, 롯데하이마트 12% 등 롯데 계열사 주식 1조5000억원을 보유 중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날아간 국민연금 지분가치는 770억원에 달한다.
◆지배구조 개선, 국적논란 해소 과제
복잡한 지배구조 개선도 위기에 놓인 롯데가 다시 회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4월 기준 416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다.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고리 459개 중 무려 90.6%에 달한다. 핵심계열사를 손에 넣으면 전체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는 취약한 지배구조가 이번 롯데일가 경영권 분쟁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호텔롯데를 상장해 연내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80% 이상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본롯데는 최근 5년간 호텔롯데를 통해 배당받은 금액만 1200억원에 달한다. 신 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지분을 줄이면서까지 호텔롯데 상장을 찬성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신 회장은 현재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1.4%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상장을 위해선 이사회 설득이 필수다.
국부유출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현재 증권가에선 호텔롯데 상장가치를 10조~20조원 안팎으로 평가한다. 증권가 분석대로라면 상장을 통해 본격적인 투자금을 회수할 경우 많게는 20조원이 일본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반롯데 정서는 더 크게 확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해 이사회를 설득하고 동시에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 투자자에 배당한 만큼 일본에서 번 돈을 다시 한국에 재투자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사회공헌도 높이고 '갑질 기업' 멍에 벗어야
롯데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나쁜 기업'이란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최근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가 롯데 제품 불매와 롯데카드 해지 운동을 벌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롯데는 2009년 기업형슈퍼마켓(SSM)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최근엔 대형 쇼핑몰 설립을 두고 지역 소상공인과 마찰을 빚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이후 SSM 진출을 노렸던 다른 기업들은 대부분 손을 뗐거나 철수한 데 반해 롯데슈퍼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게다가 서울과 부산, 인천, 경남 등에 프리미엄 아웃렛과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 중이어서 지역 소상공인과 마찰을 빚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여도는 다른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롯데는 '갑질 기업'이란 불명예도 안고 있다. 공정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0~2014년 30대 대기업 집단 가운데 공정거래위반 신고 건수는 롯데가 192건으로 현대자동차(143건), LG(94건), SK(88건)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는 2013년 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자사 4개 점포에서 진행한 149개 납품업체의 식품 시식행사에 대한 비용 16억원을 전액 납품업체에 전가해 14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또 롯데홈쇼핑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동반성장지수 평가 결과에서 최하위 등급인 '보통' 등급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선 롯데가 5대 재벌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선포하고 사회 기여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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