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판교, 용인…. ‘NEW 강남’이라 불리는 수도권 남부 상권 일대가 ‘쇼핑 특구’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 1997년 문을 연 AK플라자 분당점에 이어 롯데백화점 분당점이 2년 뒤 개점했다. 수년간 ‘애경-롯데’ 2파전으로 흘러가던 경쟁구도는 지난 2007년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이 오픈하면서 3강 체제로 바뀌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문을 열고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백화점 4사가 주요 남부 상권에 모두 모이면서 이들의 밥그릇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8월21일 15번째 점포인 판교점을 오픈했다. 총 투자비 9200억원. 점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기존보다 훨씬 크고 강해졌다. 수도권 최대 규모로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할 뿐 아니라 국내 최대 식품관이 들어섰고 900여개의 국내외 브랜드가 입점했다. 편리한 쇼핑을 돕기 위한 차별화도 시도했다. 고객의 쇼핑을 돕기 위해 스마트한 쇼핑시스템을 선보이고, 가족단위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복합문화공간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사진제공=현대백화점 ◆ ‘더 크고 강해진’ 현대百 판교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에 위치한 점포는 지하 6층~지상 10층 규모로 연면적이 9만2578㎡에 달한다. 수도권에 위치한 백화점 중 최대 규모다. 현재 수도권에서 가장 큰 롯데 본점(7만㎡)보다 약 1.25배 크고, 분당 상권에 있는 AK분당점과 롯데 분당점보다는 각각 2.4배, 3배 가량 더 크다.
입지조건도 뛰어나다. 서울 강남권은 물론 경기 남부권과의 접근성이 좋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분당-내곡 도시고속화도로, 분당-수서 도시고속화도로와 인접해 있어 서울 강남권에서 15분, 안양·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권에선 30~40분이면 접근이 가능하다.
현대백화점 측은 입지적 강점과 편리한 교통망을 통해 1~2차 상권인 성남과 용인 외에 반경 20㎞ 내에 있는 서울 강남지역과 안양·의왕·광주·수원 동탄 등 3차 상권 고객까지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개점 첫해인 2016년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규모와 입지는 물론 해외 명품브랜드와 최대 규모의 현대식품관 등 풀라인 MD(상품구성)도 갖췄다. 현대식품관에서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자재브랜드인 ‘이탈리’뿐 아니라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뉴욕 브런치 카페 ‘사라베스 키친’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디저트브랜드가 대거 입점했다.
식품을 포함해 판교점에 입점한 브랜드는 총 900여개. 15개 현대백화점 점포 중 브랜드 수가 가장 많다.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까르띠에 등 83개의 해외 명품브랜드를 선보인다. 이는 경기 남부 상권 내 백화점과 비교하면 최대 80여개가 많다. 생로랑, 멀버리, 보테가베네타 등 남부 상권에서 처음 선보이는 해외 명품브랜드도 들어섰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가족’과 ‘아이’에 초점을 맞춘 ‘패밀리층’을 선보였다. 한층에서 쇼핑, 여가, 문화, 식사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토록 했다. 안내와 설명을 탑재한 인공지능 로봇과 미아방지용 스마트밴드, 체험형 매장과 어린이책 미술관 등 다양한 서비스와 부대시설도 들어섰다.
현대백화점은 이렇듯 차별화된 매장과 MD를 통해 남부 상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은 “압도적 하드웨어와 MD 경쟁력,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마케팅이 기존 수도권 남부지역에 있는 백화점에서 갖고 있지 않은 차별성이자 장점”이라며 “판교점이 쇼핑과 문화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K플라자 분당점. /사진제공=AK플라자 ◆ ‘분당 토박이들’ 맞대응 나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문을 열면서 덩달아 바빠진 곳은 AK플라자다. 거리상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초반부터 명품브랜드 루이비통을 현대 측에 빼앗기면서 19년째 지켜온 '경기남부지역 1등' 아성이 흔들릴 위기에 놓여서다.
AK플라자는 분당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대대적인 리뉴얼에 나섰다. 우선 분당지역 만남의 명소로 꼽히는 1층 광장을 ‘가까이 다가온 유럽’을 콘셉트로 ‘피아짜 360’(Piazza360)으로 새롭게 꾸몄다. 광장 전체를 무대 삼아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등 정기적인 공연도 펼칠 예정이다.
전층의 브랜드 구성도 대폭 개편했다. 지하1층은 20~30대 젊은층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서현역과 연결된 지하1층의 2644.6m²(약 800평) 규모의 공간에는 ‘&그라운드’라는 이름을 걸고 신진디자이너 및 영&스트리트 콘셉트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현대식품관에 대항하는 프리미엄 식품관 AK푸드홀은 10초에 1개씩 팔린다는 일본 훗카이도 정통 치즈케이크 전문점 ‘르타오’(LeTAO)를 백화점 최초로 정식 오픈했고 골든 타르트, 안젤로 피자 등의 디저트브랜드도 강화했다.
피아짜 360에 위치한 1층 명품관은 화장품 ‘입생로랑’, ‘아이젠버그’ 등이 신규 입점했으며 지난 3월말 오픈한 ‘불가리’를 비롯한 명품 주얼리·시계 MD의 비중을 30%까지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질세라 롯데백화점도 최근 분당점을 7년 만에 리뉴얼했다. 1층 출입구에 베이커리형 카페인 ‘폴바셋 키친’을 수도권 최초로 들여오고 구두 매장을 특화시키는 등 구성에 변화를 줬다. 지난 3~6월 리뉴얼을 단행한 신세계 죽전점도 상권의 특성을 반영해 재리뉴얼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4사’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업계에서는 수도권 남부 상권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남부권보다 좋은 쇼핑 장소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는 평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쇼핑 지형이 재편되는 남부상권 전체가 활성화되고 전체 파이가 커질 것”이라며 “4사가 모였지만 각 사마다 특징과 장점이 있는 만큼 실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각 사를 방문하는 고객이 겹치면서 과열 경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경기의 노른자 상권인 남부권. 뜨거운 4파전이 시작된 이곳에서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공생할지,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며 생존경쟁에 돌입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