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국내 증권시장에서 꾸준히 우상향하는 종목이 있다. 바로 식품업체 농심이다. 농심은 올 초부터 다른 종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는 와중에 경쟁업체인 오뚜기의 무서운 추격에 밀려 홀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농심의 주가는 22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농심은 신제품 ‘짜왕’을 내놓으며 시장의 판세를 바꿀 신의 한수를 뒀다. 이후 농심의 주가는 높은 실적달성과 함께 쭉쭉 뻗어 나가는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라면시장이 커지는 데도 한계가 있어 주가상승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짜왕’ 덕에 주가도 ‘호황’
농심의 주가는 코스피지수가 1800선까지 떨어지는 와중에도 꿋꿋이 앞만 보고 달렸다. 코스피지수가 2189.54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4월24일 농심의 주가는 종가 기준 24만8000원에 불과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코스피지수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말까지 13%가량 떨어지며 연초 이후 치솟았던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하지만 농심의 질주는 끝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농심의 주가는 50% 폭등하며 이제 40만원을 바라본다.
수급 측면에서 보면 농심의 주가상승 중심축은 외국인이었다. 지난 7월 초부터 두달간 외국인은 7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5조7000억원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특히 농심의 주가는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한단계 더 도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2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급증했다고 지난달 17일 공시했다. 당기순이익은 364억원, 매출액은 52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1%, 8% 증가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예상치 평균)를 큰 폭으로 뛰어넘는 수준으로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기대보다 호전된 이유는 라면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및 재료비 안정효과가 컸기 때문”이라며 “원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하락해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2.0%에서 4.6%로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영업외수지가 예상보다 호전된 것은 몇년 전 주공단지로 편입된 항동지구(구 물류센터) 매각대금이 200억원가량 발생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농심의 양호한 실적달성의 배경은 올 상반기에 출시한 짜왕이 라면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짜왕은 기존 제품보다 두배가량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한달 만에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농심 라면 중 ‘신라면’의 뒤를 잇는 판매순위 2위 자리를 꿰찼다. 전체 라면시장에서도 판매 상위 10위권 내에 진입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짜왕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농심의 라면 내수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늘어났다.
김승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짜왕의 실적은 기존 짜파게티의 매출이 크게 감소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설사 짜왕이 기존 제품을 완전히 대체하게 되더라도 ASP 상승이 가능하기 때문에 농심의 실적 개선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머니위크 DB ◆‘백산수’ 중국공략 여부가 판가름
짜왕의 인기는 전체 짜장라면시장의 파이도 키웠다.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짜장라면시장의 규모는 938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834억300만원보다 12% 커졌다. 같은 기간 전체 라면시장이 4.2%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성장이다.
하지만 농심으로서는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오뚜기, 팔도 등 경쟁사도 짜왕을 잡기 위해 신제품을 출시했기 때문. 한국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리미엄 신제품인 짜왕은 오랜만의 히트제품 출시능력을 증명한 것”이라며 “다만 최근 경쟁자의 카피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점은 농심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이 지속해서 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농심의 2분기 라면시장 점유율은 63%다. 1분기 59.1%에서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0.7%보다도 늘었다.
/사진제공=농심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라면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인 만큼 내수보다 수출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농심의 중국과 미국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38%, 17.5% 증가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 점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환율효과가 일부 있으나 대부분 판매지역 확대로 인한 물량 증가와 7~9% 수준의 라면가격 인상(5월) 효과가 주효했다”며 “미국은 메인스트림(코스트코, 크로거 등) 공략의 효과가 지속되고 중국이 흑자전환하는 등 해외 주요 4개 지역(중국·미국·일본·호주)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0억원 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농심이 출시한 ‘백산수’의 성패가 주목된다. 생수사업의 중국시장 진출 성공 여부는 하반기 농심의 주가상승을 좌우할 전망이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소비자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호감과 그동안 농심이 추진한 중국에서의 꾸준한 물류망 확장 및 브랜드 인지도 향상노력이 매출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내년 물사업 매출규모에 따라 중국내 매출이 2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농심의 해외사업 가치가 재조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농심의 주가가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 지난달 농심에 대해 목표주가를 제시한 7개 증권사 중 3개사가 목표주가를 상향했고 6개의 증권사는 ‘매수’ 의견을, 1개 증권사는 ‘보유’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