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으로 뉴질랜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구글에 입사한 뒤 제 발로 걸어나온 이가 있다. 세계 최고의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스타트업에 뛰어들기 위해서였다. 이후 거액에 스타트업을 글로벌기업에 넘기며 성공가도를 질주해왔다.


<나는 다만 재미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는 저자가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체득한 비즈니스 이야기다. 회사의 창업과 경영 과정에서 겪은 갈등과 고뇌 그리고 그 안에서 체득한 노하우와 깨달음을 적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스타트업의 세계에 뛰어든 이들에게 그 시작부터 성장 전략에 이르기까지 21가지 경험적 원칙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한 창업가에게는 백만달러짜리 아이디어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아이디어는 없다고 말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는 사업 아이디어가 전제돼야 하는데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그 자체로 대박을 터트릴 완벽한 아이디어라고 착각하기 쉽다. 아이디어를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빼앗길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디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누가 실천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평범해도 누가 하는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되고 제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체계적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마련.


비슷한 얘기로 사업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박이라는 말에, 전망이 좋다는 소리에 솔깃한 나머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벌이면 실패한다는 것이다. 잘할 수 있거나 자신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자기 사업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도 버리고 그렇게 유혹하는 동업자도 멀리하라고 조언한다. 직장생활을 도피하기 위한 탈출구로 사업을 택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사장이라는 직함을 얻기 위한 ‘사장놀이’일 뿐 성공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애초에 창업자에게는 세가지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사업에 10년 정도 매진할 수 있는 열정, 제품과 서비스 아이디어의 실제적 필요성,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지식과 전문성 등이다.

초기의 작은 성공은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이런 자만심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남다른 스펙과 경력이 주는 자만심, 실패의 쓴맛을 모르고 성공했을 때 생기는 자만심, 지적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는 자만심, 남의 도움 없이 혼자 이루려는 자만심, 매사에 완벽할 수 있다는 자만심, 자신이 옳다는 자만심 등이다. 이러한 자만심들은 다른 이들보다 자신이 뛰어나다는 자기중심주의에서 비롯한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은 이런 심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스타트업은 변화의 연속이므로 변화를 배움의 기회로 삼고 여정에서 요구되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때 자기 자신부터 바꾸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구나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톨스토이의 격언을 되새겨봄 직하다.

스타트업의 성공에는 실력, 노력, 그리고 행운이라는 변수가 작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창업자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타고난 재능, 가정환경과 같은 행운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꾸준한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고 기회가 찾아올 때 잡는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스타트업의 긴 여정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노력뿐이며 실력도 행운도 결국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것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서승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