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바른 먹거리’의 대명사 식품기업 풀무원이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올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아 뒤숭숭한 마당에 추석 대목을 앞두고는 운송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과정에서 갑질논란까지 번지면서 기업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은 상황. 상반기 부진을 만회해야 할 풀무원으로선 이 같은 악재가 하반기 실적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지난 4일부터 충북 음성군 풀무원물류센터 앞에서 파업하는 화물연대 충북지부 운송 노동자들. /사진=뉴시스 강신욱 기자
◆ 화물기사 파업…노예계약 '논란'

‘발등의 불’은 화물기사들의 파업이 한창인 물류 쪽에 떨어졌다. 지난 4일 풀무원의 충북지부 음성 물류센터 운송업자 40여명은 회사가 노예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12일에는 전 조합원 대상의 총력투쟁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파업은 풀무원의 '갑질'과 노조 탄압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며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파업 후 작성한 노사합의서는 휴지조각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3월 노사가 합의한 ‘도색유지서약서’에서 불거졌다. 당시 대원냉동운수(풀무원 물류계열사 엑소후레쉬물류의 위탁운송업체)와 계약을 맺은 화물연대 소속 지입차주 40여명은 ‘차량의 외관에 어떠한 훼손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도색유지서약서에 사인했다. 


이 도색유지서약서에는 화물차량의 풀무원 로고(CI)를 현수막·스티커 부착 등으로 훼손 시 ▲월 운송료 2배의 금액을 지급 ▲3일 이내 원상복구하지 않을 경우 3일 초과일부터 월 운송료의 1/30씩 과징금 배상 ▲운송원 교체(계약해지)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지입차주들은 돌연 지난 4일 도색유지서약서의 폐기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섰다. 화물연대에 가입한 이들이 관련 스티커와 투쟁문구 등을 차에 그리자 풀무원 측이 ‘도색유지서약서’를 빌미로 자신들을 압박했다는 이유에서다. 


지입차주들은 "회사가 차량에 구호, 주장, 화물연대 스티커 등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노동자에게 징벌적 임금 삭감을 하겠다고 규정한 것은 일종의 노예계약”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풀무원 측은 차주들이 도색유지서약서에 서명해놓고 이제 와서 다시 해당 서약서가 강제라며 파업에 나섰다고 반박한다. 풀무원 관계자는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이 서약서 폐기를 주장하면서도 정작 풀무원의 CI는 지우지 않고 있다"며 "이는 차량에서 풀무원 CI를 지울 경우 차량매매 시 받을 수 있는 수천만원 가량의 프리미엄(권리금)을 포기해야 하는 점을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양측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파업 장기화도 우려된다. 풀무원으로선 파업도 문제지만 운송노동자들의 파업과정에서 '갑질' 논란이 불거진 것 역시 골칫거리다. 

지입차주들은 "지난 20년간 운임이 동결된데다 추가 운임비는 줄고 사측이 식대지급 등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인력 감축으로 업무 부담까지 늘어난 현 상황은 풀무원의 갑 행태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풀무원 측은 "운송회사에서 주는 운임은 꾸준히 올랐다. 한달 평균 기본운임만 512만원이며 추가 운임비를 포함하면 600만원 수준"이라며 "지입차주들은 연 7000만원 안팎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개인사업자"라고 항변했다.




◆ 해외·국내 수익구조 '빨간불'

추석에 맞물린 파업으로 물류시스템에 구멍이 생겼지만 풀무원의 더 큰 고민은 올해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실적이다.

올 상반기 풀무원은 주력계열사인 풀무원식품이 미국·일본 등 해외사업에서 부진의 늪에 빠졌고 국내계열사 역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직격탄을 맞아 수익구조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과 풀무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연결기준) 풀무원의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8937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지만 계열사 손실이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

특히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풀무원식품의 해외사업 적자가 뼈아팠다. 올 상반기 풀무원식품 매출은 50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2.6% 감소한 27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 역시 0.6%로 평균 4∼5% 수준인 동종 식품업계보다 월등히 낮았다.

이러다 보니 최근 풀무원은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에 7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했다. 풀무원식품에 1000억원을 투자했던 홍콩계 사모펀드 SIH(스텔라인베스트홀딩스)가 풀무원의 해외사업 손실로 당초 예정됐던 IPO(기업공개)가 미뤄지자 자금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미국사업 전체를 살펴봐도  올 상반기 풀무원의 미국시장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4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이후 계속된 하락세를 보인 셈.

일본사업 역시 지난해 6월 총 169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두부업체 아사히식품공업이 같은해 78억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2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밖에 중국 합작법인 상하이포미다유한공사도 지난해 12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풀무원의 해외사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사업 역시 추락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풀무원은 최근 '텃밭'이었던 냉면시장 1위 자리를 CJ제일제당에 내주는 굴욕을 당했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올 상반기 냉면시장 점유율은 CJ제일제당(32.2%)이 풀무원(28.9%)을 앞질렀다.


풀무원은 최근 한국표준협회가 선정한 '지속가능성지수 종합식품부문' 6년째 1위 기업에 선정됐다. 특히 공정운영관행 부문에선 전체 대상기업 172개사중 1위에 올랐다. '바른 먹거리'라는 슬로건 답게 남승우 대표가 투명경영을 자신할 법하다. 하지만 그런 풀무원의 '경영나무'가 올 가을바람앞에선 유독 흔들린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402호·제4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