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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바야흐로 암탉이 울어야 하는 여성의 시대. 성공한 여성 경영인은 더 이상 성공모델이 아니다. 위기경영의 주체이거나 새로운 길을 여는 개척자라고 불려야 더 어울린다. 미래를 열어갈 각 분야의 신 우먼파워들. <머니위크>가 대한민국 8%, 감각있는 그녀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조명했다.
◆ 주부를 위한 아이디어의 출발
한 대표는 흔히들 말하는 ‘워킹맘’으로 살림과 일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똑부러지는 주부였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워킹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때였기에 일을 하면서 집안일까지 해낸다는 게 쉽지 않았을 터.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집에서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한참 하다 보니 ‘왜 우리나라 주부들은 이렇게 힘들게 무릎을 꿇은 채로 걸레질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그때 서서 사용하면서 뜨거운 스팀이 나오는 청소기가 있으면 주부들이 걸레질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제품이 나오기만 한다면 사업은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렇게 스팀청소기와의 사투를 시작했다. 금방 완성될 것만 같았던 제품은 개발단계부터 갖은 고초를 겪었고 세상에 전혀 없던 제품을 판매하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한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며 스팀청소기 판매를 위한 영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홈쇼핑 역사에 길이 남을 판매고를 기록하며 여성 벤처기업의 성공시대를 열었다.
◆ 사무관 버리고 '주부 독립' 결단
지금이야 여성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창업을 지원해주는 사회적 여건이 갖춰졌지만 한 대표가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일례로 그는 사업 초기 집을 담보로 마련한 사업자금을 모두 탕진하고, 구제받을 방법을 찾던 중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간 적이 있다. 본인을 사장으로 소개하며 사업 자금을 신청했으나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정말 댁이 사장이 맞아요? 바른대로 얘기하세요”라며 기관 관계자들이 그를 사기꾼 취급하며 무례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자존심을 세울 상황이 아니었기에 마음을 다잡은 그는 “제가 사장 맞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남편이 부도나서 대신 나선 것 아닙니까?”였다.
아무리 회사와 제품에 대해 설명해도 그의 말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한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서럽고 억울했다”고 회상했다.
그 경험 때문에 그는 지금도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는 꼭 참석하고 주요 기관의 결정자들을 만날 때마다 "여성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달라"고 성토한다.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는 일에도 더욱 열정을 쏟을 생각이다.
한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도끼를 들이밀고 협박하는 사람에 맞서기도 했고 직원들의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믿는다”는 한 마디와 함께 집문서를 선뜻 건네준 부모님과 시부모님, 주부들의 가사 노동 해방을 꿈꾸며 정작 자신의 가사는 돌보지 못할 때도 자신을 믿고 묵묵히 기다려준 남편, 바쁜 엄마를 이해해준 고마운 아들들이 있어 ‘여성 벤처 1세대’ CEO 한경희로 살아갈 수 있었다.
◆ 주부의 믿음으로 성장한 한경희
활과학의 스팀청소기가 현재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제품의 개발단계부터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바닥청소를 하기 위해서는 다리미보다 스팀의 양이 많아야 했고 일정한 스팀을 꾸준히 배출하는 기술도 필요했다.
스팀다리미에 봉을 꽂으면 완성되는 그저 그런 제품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제품을 개발해야 했던 것이다. 제품 개발이 마무리되니 유통과 사업 자금이 문제였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IT·하이테크놀로지 분야로 자금 지원이 집중된 데다 여성 경영인에 대한 편견도 심했기 때문에 정부 자금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포기하고 주저앉으면 앞으로 여성 CEO가 성공하기는 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업의 모든 과정들이 고생스럽더라도 이 고비를 넘어서야만 더 훌륭한 여성 CEO들이 배출될 수 있을 고 주부의 마음을 반영한 제품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들었다. 그리고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직원들도 큰 힘이 됐다.
한경희생활과학의 장수 비결에는 ‘아이디어’라는 핵심 역량이 있다. 실제로 대중들이 한경희생활과학에 대해 갖는 이미지 중 상당수가 ‘아이디어가 뛰어난 회사’다. 최초의 개발 제품인 스팀청소기뿐만 아니라 죽, 이유식 등을 25분만에 만들 수 있는 죽 제조기, 기존의 식품건조기와 달리 배추, 시래기 등을 말릴 수 있는 스탠드형 식품건조기 등은 한경희생활과학만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준비한 신제품들이 출시가 늦어지면서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15년간 쌓아온 내공과 브랜드의 가치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절치부심으로 준비한 신제품들 중 걸이형 시스템 스팀다리미, 물 분사 기능을 갖춘 무선형 물걸레 청소기와 10월 출시 예정인 도마와 칼 없이 손쉽게 요리를 할 수 있는 가위칼 등은 한경희생활과학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는다.
◆ 주부의 10년 후 꿈을 대신 꾼다
한경희생활과학의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한경희생활과학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한경희’라는 브랜드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며 현재도 그것을 이루는 있는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그는 10년 후의 한경희생활과학은 단순히 생활에 필요한 가전용품 등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전국민 더 나아가 세계인의 의·식·주 전반에 혁신적인 편리함과 안락함을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스팀청소기가 대한민국 주부들을 걸레질로부터 해방시켰다면 10년 후의 한경희생활과학은 살림으로부터의 해방을 넘어 가정의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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