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리콜' /사진=뉴스1 DB
'폭스바겐 리콜'

이른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와 관련, 사후조치에 딜레마가 발생했다.

환경부가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폭스바겐과 아우디 배출가스 조작 차량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같이 ‘배출가스 꼼수’가 쓰인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후 조치에 대해 기준이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일 유로6 기준으로 제작된 차종인 골프와 아우디A3, 제타, 비틀 등 3종의 신차와 1종의 운행차량, 그리고 유로5 차종인 골프 신차와 티구안 운행차량 등 총 7종에 대해 실내에서 진행되는 인증시험 절차에 들어갔다. 폭스바겐 차량이 미국과 유럽에서처럼 질소산화물 저감장치(LNT)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꼼수를 부렸는지 조사에 착수한 것.

환경부 조사결과 이같은 꼼수가 국내에서 사용됐다면 폭스바겐은 정부에 과징금을 물게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 위원회 소속 이석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 위반 과징금을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 이후 소비자 관련 조치에는 딜레마가 따른다.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실시하는 일반적인 시정조치(리콜)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측이 리콜을 해 배출가스를 기준에 맞춘다고 해도 이로 인해 연비와 출력 등이 감소한다면 리콜에 응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 자명한 상황이기 때문인데, 실주행시 LNT가 작동하지 않도록 한 폭스바겐의 꼼수를 시정할 경우 연비와 출력 등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차량 소유주는 리콜에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다가 신차 구입 후 4년이 지나면 받아야 하는 자동차 정기 검사에서도 디젤 차량에 대해 실주행조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검사하지 않는다. 때문에 리콜이 시행된다 해도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소비자에 주어지지 않으면 폭스바겐의 ‘꼼수’로 인해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 줄어들리 만무하다.

이로인해 국토교통부는 환경부의 조사 결과에 따라 배출가스조작과 연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의 사후 조치에 대해 소비자 보상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여형구 2차관은 지난 2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안전연구원을 방문해 연비 검증 담당자 및 전문가와 만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한 환경부 조사에 따른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배출가스 조작과 연비와의 연계성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폭스바겐 소비자들의 대형 소송도 전망되고 있다. 6일 현재 폭스바겐과 아우디 소유주 200여 명이 차량등록증과 계약서 등을 소송 대리 법무법인 바른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관계자에 따르면 6일중 법원에 제출할 예정인데 현재 소송 문의자만 500명이 넘어 소송단 규모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특히 폭스바겐과 아우디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구매자들의 소송 문의도 늘고 있다. 바른 측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송인단의 규모와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9월 이전에 수입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유로5 차종에서는 미국에서 문제가 불거진 LNT 소프트웨어 조작 꼼수는 발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차종의 경우 질소산화물 저감장치가 아예 장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9월 유로6 규제가 도입된 후 출시된 차종들의 경우 이 장치가 적용돼 환경부는 이 모델들에 대해서는 소프트웨어 조작여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2008년부터 LNT 소프트웨어 조작 꼼수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장착조차 되지 않은 이유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다른 환경규제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유럽의 규제인 ‘유로5’규제가 시행됐는데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이제 시행되는 유로 6보다도 질소산화물 규제가 2배나 엄격한 티어2(Tier2)가 적용됐다. 질소산화물 허용량은 유로 5에서 0.18g/km이던 것이 유로6에서 0.08g/km로 반 이상 줄여졌는데 미국의 경우 티어2를 통해 2008년부터 0.04g/km만을 허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의 디젤 차가 미국에서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가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던 유로4와 유로5의 경우 이러한 장치가 없어도 규제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당시 우리나라에 수입된 유로5 모델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환경부는 LNT는 없지만 배출가스저감장치(EGR)을 통해 다른 꼼수가 쓰였을지도 모른다고 보고 이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EGR은 연소된 배출가스를 엔진 연소실로 재유입해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키는 산소 농도를 낮추는 장치다.

앞서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 바 있기 때문인데 지난 2011년 국산 경유 승용차 일부에서 실제도로 운행시 에어컨의 가동여부에 따라 EGR이 작동되는 알고리즘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