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제 관심은 장남의 반격카드가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지에 쏠린다.
한·일 롯데 경영권을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빼앗긴 후 50일 가까이 침묵을 지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신 회장 입장에선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형(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빼앗긴다면 한·일 롯데 지배구조는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최악의 상황을 피한다해도 신 회장은 ▲순환출자 해소 ▲서울 시내면세점 수성 ▲호텔롯데 상장 등 산적한 현안 처리가 시급한 상태다. 방어전에 대비하려면 이러한 경영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
그러나 롯데 측은 "(소송은) 예견했던 일"이라며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이 꺼낸 반격카드가 신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만큼의 파급력을 가졌는지, 아니면 변죽만 울릴 것인지에 따라 롯데의 경영권 향방은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을 둘러싼 3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결국 소송전… 뚫릴까 막을까
신동주 전 부회장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것은 자신과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한·일 롯데 경영권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호텔롯데 등 한국롯데 계열 이사직과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력을 되찾겠다는 것.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15일 호텔롯데 등기이사에서 해임됐다.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지난 7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반격카드의 핵심은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것처럼 법적소송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피소송인 호텔롯데, 롯데호텔부산)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신청인 신격호·신동주, 피신청인 롯데쇼핑)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 무효소송(일본, 소송인 신격호, 피소송인 롯데홀딩스)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을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이다. 한·일 롯데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 신동빈 회장은 38.8%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씨가 10%, 신격호 총괄회장이 0.8%를 각각 갖고 있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롯데홀딩스의 지분 28.1%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역시 신 전 부회장이 1.6%로 신 회장(1.4%)보다 조금 앞선다. 이밖에 일본 롯데 주요계열사 지분도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을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롯데 계열사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을 능가하는 지분을 가졌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이 13.46%, 신 전 부회장이 13.45%로 차이가 불과 0.01%에 불과하다. 만약 신 총괄회장(0.93%),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0.74%)이 신 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신 회장의 지분을 충분히 뛰어 넘는다. 롯데제과는 신동빈 회장이 5.34%로 신 전 부회장(3.95%)보다 좀 더 많지만 신 총괄회장(6.83%), 신영자 이사장(2.52%)과 연합할 경우 밀리지 않는다.
따라서 보유 지분으로 주총을 통해 경영진 교체 카드를 쓰거나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L투자이사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문제 삼을 수 있는 셈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금융·법조계 거물 어떤 활약 펼칠까
두번째 관전포인트는 신 전 부회장의 자문단 역할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이니셜을 따 한국법인인 SDJ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애초 신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설립했다. 직원은 신 전 부회장을 포함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 여겨볼 점은 고문단이다. 이곳의 고문은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대표 변호사, 조우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 변호사다.
민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30년 이상의 금융 경력을 보유한 거물로 평가된다. 신 전 부회장과의 오랜 친분을 바탕으로 이번 소송전에서 자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우리금융지주 부회장과 모건스탠리 서울사무소장,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 등을 역임해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막강한 인맥을 자랑한다.
조문현 대표 변호사는 30년 이상 국내 로펌에 몸담은 베테랑 법조인이다. 기업자문과 행정소송 전문가로 유명하다. 메이저 법무법인인 김&장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지금의 두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김수창 변호사도 기업법무와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양헌은 경남기업 M&A와 농협중앙회의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등 굵직한 거래를 맡아왔다.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과 관련 "우리가 100% 이긴다"고 자신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신동주 전 부회장 입장에선 자문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롯데 지배구조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본심은?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도 관심사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에도 부친을 전면에 내세워 신 회장을 압박했다. 소송전도 신 총괄회장의 위임을 받아 대리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는 신 총괄회장이 후계자로 자신을 지목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경영승계의 '적통'이 장남에게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신 총괄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가져온다면 수적으로도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내세워 신 회장을 압박할 수 있게 된다.
신 전 부회장은 "부친이 격노하고 상심해 동생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소송을 포함한 여러 조치를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 회장 역시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지지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신 총괄회장에게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보고하고 100%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