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노무라 카츠야. 그는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위대한 선수다. 각종 타격 기록의 3위권에 빠짐없이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노무라는 ‘노무라 어록’이 회자될 정도로 언변이 뛰어났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독서였다. 특히 <채근담>과 같은 고전을 열심히 읽었다. 감독으로 재임할 당시 그는 선수들에게 야구 기술만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후진들을 선수 이전에 한 인간으로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스승이 필요한 순간>은 그런 결실의 하나이자 후진 양성의 뜻을 더 넓게 펼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네가지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첫째는 야구팀 감독으로서의 노무라를 읽는 것이다. 노무라가 말하는 감독의 역할이란 ‘나침반이나 방향지시기’다. 그의 리더십이 프로야구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어떤 인간적 매력을 가지고 일본인들을 사로잡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반면 기존의 질서나 관행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일본인답지 않은 모습도 있다.
한신타이거스 감독 시절에 그는 구단주에게 “한신이 바닥을 기는 이유는 바로 구단주, 당신 때문입니다”라고 면전에서 언급했고 야구 인맥과 정치에 얽매이지 않았다고 자부했으며 일본과 미국에서 타격왕을 휩쓸었던 신성불가침과 같은 이치로를 ‘야구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선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둘째는 <채근담>이란 책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채근담>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짧은 글을 올리듯 이전의 선비들이 짧은 경구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은 뒤 그것들에 대해 나눈 얘기를 정리해 놓은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장의 도입부에 인용된 경구들을 현재의 SNS에 옮긴다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상상하면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될 것이며 현재의 의미로 재해석하는 것도 훨씬 수월하고 흥미로울 것이다.
셋째로 자신의 현재 위치나 전문 분야를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초를 던져준다. ‘필요한 것은 시대를 보는 눈과 상대를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마케팅에서 핵심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하는 ‘3C’, 곧 시대와 상황을 보여주는 ‘Consumer’(소비자), 상대를 뜻하는 ‘Competitor’(경쟁자), 그리고 자신의 ‘Corporate’(기업)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를 물으면서 ‘돈이 아니라 팬을 위해 경기에 나서야 하고, 그 팬이 원하는 승리를 위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부분은 일차원적이고 즉각적인 기능이나 혜택과 함께 근본적인 존재 이유와 미션을 따지는 브랜드의 기본과도 통한다. 상황을 '관찰-파악-의심-결정-이용'하라는 단계 역시 마케팅의 시작부터 실행까지와 다를 바가 없다. 어떤 분야에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경우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게 한문 서적의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인간 노무라와 고전 <채근담>이 부드럽게 융합된 흥미로운 자기계발서로도 이 책은 흥미롭고 제 역할을 한다. ‘하루하루의 연습이 큰 차이를 만든다’, ‘올바른 노력은 반드시 보상 받는다’, ‘신의 한 수란 없다?!’는 몇몇 장의 제목처럼 이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꾸준한 노력이다. 노무라 카츠야의 일생을 관통하는 행동 방식이기도 하다. 노무라는 "작심삼일도 시작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첫날 해내면 사흘을 할 수 있고 사흘을 해내면 한 달을 할 수 있으며 한 달을 해내면 1년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야구라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거장 노무라. 그의 실행력과 지구력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