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재현 박사가 개발 중인 조립식 모듈형 교통시스템. /사진제공=박재현 박사
조립·해체·보관·재사용 용이… 비용·시간·토지 원상 복구 장점 많아
올림픽·축제 등 대규모 이벤트 관련 도로·철도 SOC 예산 절감 효과도


우리나라는 매년 크고 작은 국제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수엑스포(2012), 영암 F-1 자동차경주대회(2010~2013), 인천아시안게임(2014),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2015)가 있었으며, 2018년에는 유치에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이러한 국제적 이벤트는 수십억 명의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로서 개최 당사국으로는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와 사회·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 국제행사·대규모 이벤트, 신규 SOC 대가 커


그러나 한편으로 대규모 경기장 건설, 신규 도로와 철도 건설 등 사회기반시설(SOC, 사회간접자본)에 국가 역량을 집중 투입한데 따라 행사 후 '올림픽 후유증'(Post-Olympic Economic Depression, 밸리효과)과 같은 경기침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실제 1998년과 2010년 일본 나가노와 캐나다 동계올림픽의 경우, 집중적으로 투자했던 경기장, 도로·철도, 숙박시설 등의 SOC가 유휴시설로 남게 돼 행사 부채와 함께 이 지역 경기의 발목을 잡았다는 뒷얘기도 있다.


우리나라는 1960~70년대에 세계에서 보기 드문 산업화를 이뤄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해 '성공 스토리'를 알리며 국민 자긍심을 드높였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거쳐 현재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 전반에 선진국 못지않은 사회기반시설이 구축됐다. 또한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 경쟁을 펼치면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경기장, 도로, 철도를 건설했다. 특정 지역에선 숙원사업으로서 행사 유치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기도 하지만 특별법 우산 아래 국토발전 계획과 동떨어진 사업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정부 또한 최근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지자체의 방만한 국제행사 유치와 재정지원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 런던올림픽, 교통시설 공유·임시 경기장 구축 등 예산 절감

국제행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반면교사'도 있다. 2012년 올림픽을 개최한 런던은 기존 교통시설을 공유(Sharing) 하거나 임시로 지은 경기장을 사후 이전해 활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일시적 행사에서 예산을 줄이려 노력했다. 이는 행사 종료 후 사용률이 감소하고 유지보수 비용이 증가하는 폐단을 방지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평가됐다. 


런던의 사례를 교통시설에 접목한 구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 대규모 이벤트에 따른 일시적 교통수요 해소를 위한 교통시설을 임시적으로 설치하고 필요가 없을 땐 해체해 다른 용도로 이전 재사용이 가능한 '조립식 모듈형 교통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차량 5부제처럼 수요관리적 방안으로도 일시적 집중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경우, 신규도로와 같은 교통시설의 용량을 확장하는 대신 신속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대안 시설로 시작됐다. 조립식 블록 형태의 단위 모듈을 서로 연결하기 때문에 토목·노반공사가 근간인 기존 신규도로 건설에 비해 비용과 시간, 토지 원상 복구, 해체와 보관, 재사용 등의 장점이 많다. 

◆ 철도기술연구원, 조립식 모듈형 시스템 개발

국내서도 조립식 모듈형 시스템이 개발 중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재현 박사가 4인승 PRT(Private Rapid Transit)부터 20인승 GRT(Group Rapid Transit)에 이르기까지 차량을 이용자 수요에 따라 열차처럼 연결해 운행할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주행로는 다양한 지형과 지반 조건을 극복하도록 3가지 다른 형태로 구성된 모듈을 서로 연결해 구축한다.

시스템은 전용주행로, 전용차량, 운영시스템, 안전장치 등으로 구성되며, 구축 목적과 현장 환경에 필요한 모듈만을 현장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형태는 경제성과 신속성,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은 '경박단소'형 모듈이 주를 이룬다. 

박재현 박사는 "이 시스템은 대규모 국제 행사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 축제장에 부족한 교통시설을 임시로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해수욕장과 같이 계절적으로 피크가 뚜렷한 관광지, 그리고 대규모 택지개발지의 임시 연계교통으로도 활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박 박사는 "대형 자연재난 발생과 이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구축이 시급했던 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재난 긴급복구 시스템으로서 관심을 갖고 있다. 또 대형 자연재해가 많지 않은 우리의 경우 국토의 회복성(Resilience) 차원에서도 활용 가능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